자동차는 달리는 금속 박물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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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아일보 2003년 12월 8일자에 실린 글입니다. ]

우리 속담에 ‘장님 코끼리 만지듯’이란 말이 있다. 자동차를 겉에서 보고 ‘자동차는 대부분 강철로 만들어져 있겠다’고 생각한다면 영락없이 그런 격이 되고 만다. 자동차만큼 다양한 소재와 부품이 사용되는 기계도 드물다. 물론 기계 부품들이 많이 사용되는 만큼 가장 폭넓게 사용되는 소재는 철이다. 자동차의 기본구조는 물론이고 엔진과 차체의 표면, 바퀴를 구르게 하는 많은 부품도 강철로 만들어져 있다.

그러나 요즘에는 연료소비를 줄이기 위해 다양한 소재가 폭넓게 사용되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플라스틱과 알루미늄이다. 차의 내부를 뒤덮고 있는 부품은 플라스틱이 대부분이고 보이지 않는 곳에 있는 부품들도 플라스틱으로 만들어진 것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심지어 뜨거운 열에 견뎌야 하는 엔진 부속에도 플라스틱이 쓰이고 있다.

알루미늄은 가볍고 가공이 쉽다는 점에서 엔진의 많은 부분에서 강철을 대체해 가고 있다. 재활용이 가능하다는 것도 이들의 사용이 늘어나는 이유 중 하나다. 최근에는 낚싯대, 골프채 등에서 볼 수 있었던 탄소섬유나 마그네슘 합금 등 첨단 소재가 사용되는 경우도 늘어나고 있다. 이런 소재들은 원래 항공기나 우주선 등에 제한적으로 사용되었던 것이지만 소재가 가진 장점들 때문에 점점 그 활용 범위가 넓어지고 있는 것. 자동차에서는 아직까지 비용과 제작상의 부담 때문에 무게가 가벼울수록 좋은 고성능 스포츠카나 고급차에 주로 사용된다.

또 고급차나 스포츠카가 아니라도 우리가 늘 접하는 대부분의 휘발유 승용차에도 귀금속이 숨겨져 있다. 배기가스를 정화해 주는 ‘3원 촉매’의 주성분인 백금과 로듐(백금족 원소의 하나) 등이다. 이들은 희귀성 때문에 귀금속이기도 하지만 공기를 맑게 해 주는 귀중한 역할을 하기 때문에 ‘귀한 금속’이라는 이름이 아깝지 않다.

촉매가 배기가스의 흐름을 어느 정도 가로막기 때문에 일부 운전자들이 고성능 차로 개조하기 위해 촉매를 제거하는 경우도 종종 볼 수 있다. 공기는 모든 사람이 숨쉬는 것이라는 점을 생각하면 절대로 하지 말아야 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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