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토카 2010년 5월호에 실린 글입니다. ]

국내 시장에 볼보가 가장 최근에 내놓은 새 모델인 XC60에 최상위 모델인 T6가 더해졌다. T6이라고 쓰여 있지만 ‘6기통 휘발유 터보 엔진을 얹었다’고 읽으면 된다. XC60 라인업에서 가장 고성능이라는 뜻도 함께 들어 있다. 요즘 프리미엄 브랜드들이 집중하고 있는 중소형급 프리미엄 크로스오버 SUV로서 배다른 형제인 랜드로버 프리랜더2를 비롯해 BMW X3, 메르세데스 벤츠 GLK와 아우디 Q5 등이 사정권 안의 경쟁차다. 국내에는 이들 가운데 T6과 견줄 만한 성능의 모델이 거의 없다. 볼보에게 남들에게 없는 무기가 있는 것은 좋지만, 굳이 비슷한 성격의 고성능 모델을 내놓지 않은 경쟁 브랜드들의 결정에도 이유는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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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릭터 라인과 화려한 곡면처리로 트렌디한 느낌을 살린 겉모습은 앞서 선보인 D5 모델과 거의 다르지 않다. 사소한 옵션의 차이는 있겠만, 전체적으로 최신 볼보 스타일이 잘 살아있는 디자인에 묻혀 크게 두드러지지 않는다. 실내도 마찬가지여서, 겉모습에 비하면 단정하지만 간소한 분위기는 볼보 그 자체다. 여러 계기와 스위치류는 다른 볼보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 것들. 다만 차내 정보 디스플레이를 내비게이션 화면과 분리한 것은 새로운 시도이지만 장단점이 고루 존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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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내 공간은 언뜻 답답하게 느껴지기도 하지만, 실제로는 높은 유리창 선과 부피가 큰 대시보드 때문에 생기는 시각적인 착각이다. 오래 앉아 있을수록 좌석과 운신공간의 인체공학적 설계에 감탄하게 된다. 앞좌석에 비해 뒷좌석에 할애된 공간이 조금 부족하지만, 영리한 좌석 배치로 불편함을 느끼기는 힘들다. 깔끔하게 정리된 짐 공간도 아주 넓은 것은 아니지만 차급을 고려하면 적당한 수준이다. 대부분 D5 출시 때 이미 선보여 신선함은 적지만, 차선이탈 경고장치(LDWS), 사각지대 정보장치(BLIS), 시티 세이프티, 충돌경고 자동 브레이크(CWAB) 등 안전장비도 가득하다. 다만 몇몇 장비가 이따금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이 거슬린다. 물론 국내 교통여건에서만 그런 것일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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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출력은 285마력으로 D5 모델(205마력)을 훌쩍 뛰어넘지만, 40.8kgm의 최대토크는 살짝 못 미치는 수준. 그러나 활용할 수 있는 회전영역은 D5 엔진보다 더 넓어서 가속이 알차다. 엔진 회전 질감도 뛰어나다. 다만 차체 무게가 가볍지 않은 것이 한계로 작용해, 엔진은 충분히 폭발적으로 힘을 쏟아낼 수 있데 비해 가속은 폭발적이라기보다 제법 시원한 수준에 머무른다. 그래도 액셀러레이터 반응은 상당히 직선적이어서 다루기 좋고, 시속 170km까지 막힘없이 가속이 이어지다가 기세가 약해지지만 그 이상의 속도영역으로도 무리 없이 속도를 올릴 수 있다.

6단 기어트로닉 변속기의 장점은 매끄러운 변속감. 수동 모드에서의 변속 빠르기는 꾸준히 개선되어 왔지만 전통적인 자동변속기로서 괜찮은 수준에 머물 뿐, 여전히 스포티하지는 않다. 스티어링은 어느 속도 영역에서든 적당히 무게가 실려 안정감이 느껴지는 전형적인 볼보식 세팅이다. 핸들링은 앞바퀴굴림 차로는 비교적 예리한 편이었던 볼보 세단들보다 살짝 둔하지만 전혀 무디지 않고, 할덱스 타입 AWD가 제법 빠르게 반응해 급코너에서도 접지력을 충분히 확보한다. 스포티한 구동계와 섀시를 바탕으로 승차감과 핸들링에 부드러움을 조금 가미한 느낌인데, D5에는 없는 포C(Four-C) 조절식 서스펜션을 컴포트가 아닌 스포트 모드에 놓아도 그런 느낌은 여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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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6를 종합적으로 살펴보면 모델의 개발 콘셉트가 ‘편안한 기분으로 시원하게 달리는 차’가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게 한다. 큰 배기량 휘발유 엔진의 단점인 연비만 아니라면 별로 아쉬울 것이 없다. 다만 동적인 개성의 모난 곳을 모조리 다듬어 놓은 느낌이어서, ‘조금만 더 자극적이었으면 좋겠다’는 것이 유일한 아쉬움으로 남는다.

평점: 8.0 / 10

모든 면에서 아쉬울 것 없이 갖췄지만, 모두 다 날카롭지 않은 것이 아쉽다

  • 좋은 점: 터보 엔진이면서도 폭넓은 파워 밴드, 단정하고 깔끔한 디자인, 인간공학적인 배려가 느껴지는 실내 구성
  • 나쁜 점: 엔진 힘을 살리지 못하는 차체 무게, 무미건조한 변속기, 너무 많고 신경 쓰이게 하는 안전장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