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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V는 스포츠 유틸리티 비클(Sport Utility Vehicle)의 머리글자다. 굳이 풀이하자면 ‘스포츠 활동에 활용하도록 만들어진 차’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낚시든, 스쿠버 다이빙이든, 산악 자전거든, 카누든, 필요한 장비를 싣고 레저 스포츠를 할 수 있는 장소에 가기에 알맞게 만든 차라는 말이다.  즉 고전적 개념의 SUV는 근본적으로 스포츠 활동을 위한 도구다. 

그러나 지금의 SUV는 대부분 오프로드보다 잘 포장된 도로에서 더 많은 시간을 보낸다. 요즘 소비자들은 사실상 SUV를 세단의 실용적 대안으로 받아들인다. 스포츠 활동에서 일상생활로 쓰임새가 달라졌다는 뜻이다. 그러나 용도는 바뀌었을지언정, 유틸리티 즉 도구로 쓰이는 차라는 특성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프리미엄 브랜드를 중심으로 줄지어 나온 온로드 지향의 고성능 모델들도 큰 틀에서는 그런 성격을 완전히 떨쳐버리지는 않았다.

우루스는 그와 같은 SUV의 개념을 절반쯤 뒤집는 차다. 평범하지 않은 스포츠카를 만드는 브랜드인 람보르기니가 만든 차라는 점부터가 그렇다. 이미 갖춰진 SUV라는 틀에 스포티한 특성을 더한 것이 아니라, 스포츠카면서 SUV인 차를 만들겠다는 생각으로 접근했기 때문이다. 말은 쉽다. 그러나 스포츠카다움과 SUV다움을 1:1의 비율로 조합하는 것이 정말 가능한 일일까? 지난 5월, 경기도 포천 스피드웨이에서 열린 소규모 시승 행사에서 잠깐이나마 직접 몰아보며 확인할 수 있었다.

우루스를 실물로 접한 것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해 말 서울 신라호텔에서 있었던 람보르기니 연말 기자회견 현장에 이어 두 번째다. 그 자리에서 올해 국내에 우루스를 출시하겠다는 계획을 공식으로 밝혔고, 이번 행사와 더불어 본격 판매가 시작되었다. 

2012년 콘셉트카로 처음 구체화된 모습을 드러낸 뒤로, 우여곡절을 겪으며 많은 변화를 거친 끝에 나온 결과물이 지금의 우루스다. 콘셉트카와 양산차는 완전히 다르다고 할 정도로 차이가 크다. 그럼에도 람보르기니 특유의 과격함과 쿠페형 SUV라는 틀은 이어받았다. 어쩌면 그것이 모든 변화 속에서도 지켜야했을 우루스의 가장 중요한 특징이었을 것이다.

힘찬 선을 이리저리 그어 만든 날카로운 형태 그리고 앞뒤 범퍼를 가득 채운 복잡한 요소들과 치장은 차의 성격에 비해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강력함을 과장되게 표현하고 있다. 우라칸이나 아벤타도르보다 더 큰 공기흡입구와 계단처럼 여러 층을 이루는 뒤 범퍼의 굴곡, 한껏 부풀린 뒷바퀴 주변은 커다란 덩치를 감추고 날렵해 보이게 만드는 시각적 트릭이다. 그런 트릭은 제 역할을 해, 겉으로 봐서는 차체 길이가 5미터가 넘는다는 것을 짐작하기 어렵다.

겉모습에 비하면 실내는 좀 더 평범한 구성이지만, 육각형 공기 배출구와 굵직한 반광택 금속 치장들이 스포티하면서도 튼튼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특히 앞좌석 사이 센터콘솔에는 여객기나 스피드보트 조종실에서 볼 수 있는 엔진 출력 조절장치처럼 생긴 변속기 및 주행특성 조절 레버가 자리를 잡고 있다. 이 역시 여느 람보르기니 스포츠카들과는 다른 우루스만의 개성을 보여주는 요소들이다. 인포테인먼트 스크린은 상대적으로 평범하지만, 풀 LCD 계기판과 더불어 화면 디자인만큼은 전형적인 람보르기니의 색깔을 담았다.

앞좌석 공간은 너비 2미터가 넘는 차체에 비하면 넓고 높이 솟은 센터 콘솔 때문에 중형 SUV에 앉아 있는 듯한 느낌을 준다. 대신 스포티한 디자인만큼이나 몸을 잘 잡아주는 앞좌석은 앉아있는 차가 결코 평범한 SUV가 아니라는 것을 일깨운다. 실내 주요 장비들은 눈에 잘 들어오고 다루기 좋은 위치에 자리를 잡고 있다. 

뒷좌석으로 자리를 옮기면 우루스의 의외성을 느낄 수 있다. 뒤로 갈수록 낮아지는 지붕선 때문에 답답할 거라 예상했지만, 오히려 머리 위와 무릎 공간 모두 비좁다고 할 수준은 아니다. 앉는 부분이 낮고 좌석을 깊이 파놓은 덕분이다. 앞좌석만큼은 아니어도 스포티한 차에 타고 있다는 느낌이 물씬하다. 앞좌석 뒤에 달린 모니터는 엔터테인먼트 기능은 물론, 차의 주행상태를 확인할 수 있는 정보도 확인할 수 있다. 람보르기니가 오랜만에 내놓은 4도어 모델인 만큼 뒷좌석의 호화로움에도 신경을 쓴 것이다. 뒷좌석 등받이 너머의 적재공간은 차 크기에 비하면 넉넉한 편은 아니지만 일상 생활에 쓰기에는 충분하다.

트랙 주행에 앞서 패독 한켠에 마련된 인공 험로 코스에서 간단하게 험로주행 특성을 살필 수 있었다. 우루스가 갖추고 있는 주행 특성 제어 기술은 스포티한 주행 특성을 내세우는 대다수 프리미엄 브랜드 SUV에서도 볼 수 있는 것들이다. 핵심 기술만 간단히 맛볼 수 있는 코스 구성도 다른 브랜드에서 쓰는 것과 다를 바 없고, 어느 구간이든 모두 아무렇지 않게 통과하는 것도 동급 다른 차들과 마찬가지다. 주행 모드는 람보르기니의 다른 스포츠카들과 같은 스트라다(일반 도로), 스포트(스포츠), 코르사(레이스), 에고(개별설정) 외에 사비아(모래), 테라(진흙), 네베(눈길/미끄러운 노면)가 추가되었다.

다만 차이가 있다면 인포테인먼트 스크린에 표시되는 차체 경사와 구동력 배분 상태, 차 주변 영상 등이 화려하다는 점이다. 특히 기능이 확장된 어라운드 뷰 카메라는 차체를 3D로 표현해, 이리저리 회전시키며 주변을 입체적으로 확인할 수 있다. 막상 이렇게 화려한 화면과 기능을 활용할 일이 얼마나 자주 있을까 싶기도 하지만, 이 정도 차급의 차라면 예측 가능한 모든 조건에 맞춰 필요한 기술을 알차게 담아 놓는 것이 당연하다.

물론, SUV라는 장르에 람보르기니가 비집고 들어갈 공간이 정말 존재하는지 확인하기에 가장 좋은 시험대는 역시 서킷이다. 트랙 주행에 배정된 차는 공교롭게도 운전석이 오른쪽에 있는 것이었다. 그러나 크게 문제될 것은 없다. 운전석 위치가 우루스의 성능에 미치는 영향은 거의 없다고 봐도 좋기 때문이다.

우루스의 인상을 좌우하는 첫 번째 요소는 엔진이다. 우루스의 심장은 아우디 설계의 V8 4.0리터 트윈터보 엔진이다. 람보르기니는 21세기 들어 미드엔진 스포츠카 라인업에서는 V10과 V12 엔진만 썼기 때문에, 훨씬 더 몸집이 큰 우루스에 V8 엔진이 들어간 것은 SUV라는 장르의 특성과 더불어 바탕이 되는 플랫폼과 생산성, 내구성, 가격 등 폭넓은 관점에서의 효율을 고루 고려한 선택이다. 

그러나 순수하게 달리기 관점에서 본다면 우루스가 맞닥뜨릴 다양한 환경에 알맞게 대응하기에 가장 중요한 속성 즉 토크 측면에서 가장 합리적인 특성을 갖고 있는 엔진을 선택한 것이다. 근본적으로는 우라칸이나 아벤타도르와는 개념과 설계 모두 다른 차이니 당연한 일이기도 하다.

V8 4.0리터 트윈터보 엔진은 아우디에서 포르쉐, 벤틀리에 이르기까지 폭스바겐 그룹의 여러 차에 두루 쓰이며 탁월한 성능과 다재다능함을 입증했다. 그러나 우루스에서는 강력함의 수준이 한 단계 더 높아졌다. 650마력의 최고출력과 86.7kgm의 최대토크 모두 같은 블록을 쓰는 엔진 가운데 가장 높은 수치다. 특히 최대토크는 2,250rpm부터 4,500rpm까지 고르게 이어진다. 공차중량이 2.2톤이 넘는 우루스로 쏜살같은 가속감을 맛볼 수 있는 이유다. 람보르기니가 내놓은 공식 시속 100km 정지가속 시간은 3.6초. 우악스러운 소리와 함께 눈앞에 펼쳐진 풍경을 확 잡아 당기는 듯한 가속감은 여느 스포츠 SUV들과 비교해도 결이 다르다.

여러 자동차 브랜드가 최신 고성능 모델에 올리고 있는 터보 엔진들과 비교하면 회전한계 부근에서 토크가 낮아지는 느낌이 조금 더 두드러지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어디까지나 상대적인 얘기일 뿐, 절대적인 힘이 부족하다는 느낌은 거의 들지 않는다. 8단 자동변속기 역시 충분히 빠른 변속속도와 매끄러운 변속감으로 엔진의 강력함을 확실하게 네 바퀴로 전달한다.

우루스의 색깔을 정의하는 또 다른 특성으로는 핸들링을 꼽을 수 있다. 짧고 급한 커브가 이리저리 휘감는 트랙 특성상 소위 ‘리듬’을 자연스럽게 타기가 썩 쉽지 않다. 그럼에도 우루스의 몸놀림은 예상보다 훨씬 더 민첩하다. 저속에서는 앞바퀴와 반대 방향으로, 고속에서는 앞바퀴와 같은 방향으로 뒷바퀴를 살짝 꺾어주는 사륜 스티어링 시스템은 토크 벡터링 시스템과 어우러져 덩치 큰 차를 몰고 있다는 느낌을 희석시킨다. 주행 모드를 코르사에 놓고 달리면 마치 뒷바퀴 굴림 차처럼 어렵지 않게 꽁무니를 밖으로 밀어낼 수 있다.

물론 몸놀림이 상당히 민첩하기는 해도, 차체가 크고 높고 무거운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그리고 그런 사실을 일깨우는 것은 살짝 무뎌진 칼날처럼 주행라인을 은근하게 자르는 스티어링 반응과 맞물려 슬며시 옆으로 기우는 차체다. 제동력이 강하고 전반적으로 고르게 반응하는 브레이크도 적잖이 앞으로 쏠리는 무게와 맞서 싸운다는 느낌이 든다.

다만 어댑티브 에어 서스펜션과 액티브 롤 스태빌라이제이션 시스템이 차체가 기울어지려는 것을 적극적으로 억제하는 덕분에, 커브에서의 롤링이나 가감속할 때의 피칭은 SUV 기준으로는 상당히 작은 편이다. 살짝 느슨함을 더하긴 했어도, 힘껏 던진 돌처럼 우직하게 움직이는 람보르기니 특유의 색깔을 비교적 잘 이어받은 셈이다.

람보르기니는 우루스를 가리켜 수퍼 SUV라고 표현한다. SUV가 마치 보통 명사처럼 쓰이다 보니, 수퍼카와 견줄 수 있는 성격의 SUV라는 뜻을 담아 그렇게 표현했을 것이다. 의도는 이해할 수 있지만, 시승을 하고 나니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앞서 우루스가 SUV의 전통적 개념을 절반쯤 뒤집는 차라고 이야기했다. 실제로 그렇다. 수퍼라는 수식어를 덧붙이기보다는, SUV 대신 USV 즉 ‘여러 용도로 활용할 수 있는 스포츠 성격의 차(Utility Sport Vehicle)’라는 표현이 더 어울린다. 람보르기니의 첫 오프로더였던 LM002가 그랬듯, 그만큼 우루스는 여느 SUV와는 본질적으로 다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