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세라티 기블리 S Q4 그란스포트 리벨레 에디션

한동안 다섯 모델이 자리를 잡고 있던 마세라티 라인업은 그란투리스모와 그란카브리오가 단종되면서 단출해졌다. SUV가 대세가 되면서 라인업에 가장 늦게 합류한 르반떼의 비중이 큰 가운데, 전통적 4도어 스포츠 세단인 기블리와 콰트로포르테도 굳건히 자리를 지키고 있다. 데뷔 후 제법 시간이 흐른 만큼, 마세라티는 이들 세단 라인업의 가치를 높이기 위해 다양한 시도를 계속하고 있다. 이번에 시승한 기블리 리벨레 에디션도 그런 시도 중 하나다.

리벨레 에디션은 2017년에 페이스리프트한 기블리의 그란스포트 모델을 바탕으로 만든 한정판(limited edition)이다. 2018년에 EMEA(유럽, 중동, 아프리카) 지역에 200대 한정 판매해 좋은 반응을 얻은 경험을 바탕으로, 나머지 지역으로 판매 범위를 넓힌 것이다. 우리나라에는 아시아 지역에 배정된 30대 가운데 15대가 판매된다. 리벨레 에디션은 350마력 엔진을 얹은 그란스포트와 430마력 엔진과 네바퀴굴림 시스템을 쓰는 S Q4 그란스포트 버전으로 나뉜다. 시승차는 S Q4 그란스포트 버전이다.

리벨레 에디션이라는 이름은 기블리의 차체색 중 하나인 네로 리벨레(Nero Ribelle)에서 비롯된 것. 금속 입자가 검은색에 깊이를 더해, 날카로우면서도 박력 있는 차체 디자인을 돋보이게 만든다. 여기에 우라노라는 이름의 20인치 휠(그란스포트 버전은 프로테오라는 이름의 19인치 휠을 단다)을 달고 브레이크 캘리퍼는 빨간 색으로 칠했다. 다이아몬드 가공 처리해 은은한 빛이 나는 휠은 스포크 사이의 틈새가 넓어 빨갛게 칠한 캘리퍼가 뚜렷하게 드러난다. 

문을 열면 드러나는 실내도 겉모습처럼 빨간색과 검은색의 강렬한 색대비가 돋보인다. 빨간색과 검은색이 뚜렷하게 대비되는 내장재를 쓴 것은 마세라티 라인업 중 처음이라고 한다. 다른 기블리는 대시보드 부분에 빨간색과 검은색 조합을 선택할 수 있지만, 앞뒤 좌석과 도어 트림에도 이런 조합이 적용되는 것은 리벨레 에디션 뿐이다. 여기에 주요 부분을 카본으로 치장해 스포티한 분위기를 강조한다. 센터 콘솔의 카본 장식 위에는 ‘One of 30’이라는 한정판 배지가 붙어 있다.

특별한 꾸밈새를 제외한 나머지 부분은 기블리 S Q4 그란스포트 그대로다. 전형적 4도어 세단이면서도 쿠페에 가까운 차체 비례, 날카로운 앞모습과 탄탄한 뒷모습, 강렬함과 웅장함을 적당히 버무린 V6 3.0L 트윈터보 엔진의 배기음, 430마력의 최고출력과 59.2kgm의 최대토크에서 비롯되는 박력, 매끄럽게 변속하면서도 힘은 확실하게 전달하는 ZF제 8단 자동변속기까지, 모두 한결같다. 눈과 귀, 손을 자극하는 요소들은 명불허전. 사람들이 마세라티를 좋아하는 이유들은 달라지지도 않았고 달라질 이유도 없다.

물론 변함없는 것은 장점 뿐만이 아니다. 달리기에 관한 기능만 뚜렷하게 부각시킨 장비 배치, 기계가 아니라 사람 손으로 꾸민 느낌이 뚜렷한 실내와 고급스러움이 부족한 몇몇 플라스틱 부품, 안락함과는 달리 공간의 넉넉함이 아쉬운 뒷좌석도 여전하다. 시각적인 부분은 화려한 색과 가죽의 고급스러운 질감으로 어느 정도 보완이 되지만, 각종 버튼과 스위치,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의 인터페이스, 실내 공간 같은 물리적 요소들의 아쉬움은 새 모델이 나오기 전까지는 해결될 수 없다. 그러나 다른 부분은 제쳐 놓더라도, 조금 좁게 느껴지는 뒷좌석 공간은 운전의 즐거움을 좀 더 살리기 위해 어쩔 수 없이 포기한 부분이라고 보는 쪽이 옳다. 콰트로포르테를 의식해 마세라티가 의도적으로 기블리에게 그런 역할을 준 것이다.

서울을 출발하는 시승 코스가 끝나는 지점은 강원도 강릉. 최종 목적지에 도착하기 전에 고속도로 뿐 아니라 대관령 옛길과 동해안 주변의 국도를 아우르는 길을 두루 달려볼 수 있었다. 그란 투리스모(그랜드 투어링) 성격의 차에서 가장 중요한 자질은 ‘빠르면서도 편하게 장거리를 달릴 수 있는’ 능력이다. 마세라티는 오랫동안 그란 투리스모 성격의 차에 집중해온 브랜드인 만큼, 보편성을 추구한 기블리도 그런 능력은 잘 갖추고 있다.

사진: 임재범(카리포트)

AWD 시스템은 단순히 구동력을 앞바퀴에 나누어주는 데 그치지 않는다. 필요할 때 앞바퀴가 더 든든하게 노면을 붙들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을 하기도 한다. 그런 특성은 차의 성격에 따라 양면성이 드러나기도 한다. 안정성과 안정감이 좋아지는 대신 스티어링 반응이나 핸들링이 둔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스티어링 반응과 핸들링은 기블리와 같은 스포츠 세단의 가치를 높이는 요소인 운전 재미에 중요한 영향을 주는 요소다. 

사진: 임재범(카리포트)

그러나 기블리 S Q4의 AWD 시스템은 차의 본질적 주행 특성을 크게 흐트러뜨리지 않는다. 오히려 앞바퀴 접지력을 키워, 안심하고 스티어링 휠을 다루면서 액셀러레이터로 엔진 힘을 더 확실하게 살리며 달릴 수 있도록 돕는다. 대관령 옛길의 줄줄이 이어진 커브들을 파고들고 빠져나가는 동안, AWD 시스템의 위력은 더 확실하게 와 닿는다. 터보 엔진 특성상 액셀러레이터 조작에 신경을 써야 하지만, 뒷바퀴굴림 기블리에 비해 스티어링 휠을 다루는 부담은 확실히 적다. 다만 가속할 때 차체 앞쪽 들림이 줄어드는 만큼 가속의 쾌감은 덜하다. 물론 실제 가속은 몸이 느끼는 것보다는 훨씬 더 빠르고, 스포트 모드에서는 스트라이크를 노리는 레인 위의 볼링공처럼 세차게 앞으로 달려 나간다.

처음부터 기블리는 마세라티 세단으로서는 승차감이 나긋하고 핸들링이 차분한 편이었다. 그래서 뒷바퀴굴림 모델의 솔직하다 못해 무뚝뚝했던 스티어링 반응이 상대적으로 거칠게 느껴졌다. S Q4에 더해진 AWD 시스템은 그런 감각적 불균형을 바로잡는 데 도움을 주고, 차를 다루는 운전자에게 스트레스로 작용할 요소를 걷어낸다. 노면이 거친 곳에서는 뒷바퀴굴림 모델의 거친 특성이 살짝 고개를 들기도 하지만, 고속도로는 물론 웬만한 국도에서도 그런 특성은 좀처럼 드러나지 않는다. 그 덕분에 고성능을 더 마음 편히 즐길 수 있는 기블리 S Q4는 그란 투리스모의 정석에 좀 더 가까이 다가간 차라고 할 수 있다. 

AWD 시스템 덕분에 모난 부분을 다듬어 더 균형잡힌 차가 되었다는 관점에서 본다면, 기블리 S Q4가 이미 갖고 있던 특성들도 의미가 더 뚜렷해진다. 충분히 우렁차지만 V8 엔진만큼 자극적이지는 않은 V6 엔진의 배기음도 수긍할 수 있다. 고성능 엔진을 얹었고 튼실한 뼈대를 갖춘 덕분에 몸무게도 만만치 않지만, 효율적 에너지 소비에 초점을 맞춘 I.C.E. 기능을 켜면 차분히 달리기에 알맞은 힘을 내면서도 고속도로 정속주행 연비는 제법 준수한 수준에 머무른다. 이쯤 되면 마세라티가 의도한 기블리의 포용력이 어떤 것인지는 충분히 이해하고도 남는다.

시승한 S Q4 그란스포트 리벨레 에디션의 값은 1억 5,700만 원. 일반 S Q4 그란스포트의 값이 1억 4,700만 원이니 한정판이 주는 특별함의 대가는 1,000만 원인 셈이다. 언뜻 가치에 비해 비싸게 느껴질 수도 있는 값이다. 그러나 리벨레 에디션이 아니라면 이처럼 개성 있고 멋진 실내 구성은 만들 수 없다. 

무엇보다도 기블리를 몰면서 느낄 수 있는 감성적 자극은 오직 기블리에서만 기대할 수 있다. 간단히 말하면 마세라티 그리고 기블리는 다른 차들과 구분되는 개성이 뚜렷하다. 이미 남다른 차에 더해진 한정판만의 남다름을 손에 넣을 수 있다는 것. 그것이 마세라티의 한정판이 식상하지 않은 이유이고, 기블리 리벨레 에디션이 설득력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 상세 제원 ]

마세라티 기블리 S Q4 그란스포트 리벨레 에디션 | 차체형식 4도어 5인승 세단 길이x너비x높이 4975x1945x1480mm  휠베이스 3000mm  트랙 앞/뒤 1635mm/1653mm  서스펜션 앞/뒤 더블 위시본/멀티링크  브레이크 앞/뒤 벤틸레이티드 디스크/벤틸레이티드 디스크  엔진형식 V형 6기통 가솔린 트윈터보  배기량 2979cc  최고출력 430마력/5750rpm  최대토크 59.2kgm/2500rpm  변속기 자동 8단  굴림방식 네바퀴굴림(AWD)  공차중량 2070kg  타이어규격 앞 245/40 ZR20, 뒤 285/35 ZR20  연료탱크 용량 80L  연비 복합 7.4km/L(도심 6.2km/L, 고속도로 9.5km/L)  CO2 배출량 227g  에너지소비효율 5등급   1억 5,700만 원(개별소비세 인하분 반영 기준)

Written by 류청희 | Jason (Chung-hee) Ryu

자동차 평론가/프리랜서 자동차 저널리스트로, 이 웹사이트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Automotive Critic/Freelance Automotive Journalist who is running this websi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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