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봤습니다 – 클래식 스타일 극초소형 전기차, 라라클래식 마이크로 레이서 타입 101

며칠 전 전기차로 부활한 미니 부가티, ‘부가티 베이비 II’에 관한 글(링크)을 올렸는데요. 그 이야기가 공개된 바로 다음날, 비슷한 개념으로 국내에서 만들어진 차를 경험할 기회가 있었습니다. 라라클래식 마이크로 레이서 타입 101이 바로 그 주인공입니다.

라라클래식은 클래식카와 빈티지 문화를 주제로 다양한 분야에서 산업화를 추진하는 (주)엔터테크의 사업부인데요. 이번에 독자 개발한 극초소형 전기차(라라클래식은 울트라 마이크로 EV라고 부릅니다) 플랫폼에 클래식 경주차 모양으로 만든 차체를 씌운 마이크로 레이서 타입 101을 완성해 공개한 겁니다.

타입 101이라는 이름은 라라클래식이 울트라 마이크로 EV 플랫폼을 활용해 내놓을 여러가지 변형 모델 가운데 첫 번째로 완성된 차라서 붙인 이름이라고 하네요. 타입 101은 기술 실증과 양산 타당성을 확인하기 위해 만든 일종의 양산 프로토타입인 셈인데요. 양산 모델은 기본적인 섀시 설계와 구동계 등은 거의 비슷하고 생산효율과 품질을 높일 수 있도록 다듬을 예정이라고 합니다.

울트라 마이크로 EV 플랫폼은 말 그대로 전기차 전용 플랫폼입니다. 차체의 뼈대를 이루는 프레임과 서스펜션, 랙 앤 피니언 타입 스티어링 구조, 유압식 브레이크 시스템과 네 바퀴에 모두 적용된 디스크 브레이크 등은 일반 승용차와 거의 비슷하고요. 배터리는 차체 앞쪽에, 전기 모터는 뒤 차축에 연결되어 있습니다. 전기 모터는 정격 출력 1.5kW, 순간 최대 출력 3kW의 성능을 내고, 리튬이온 배터리 팩 용량은 2.88kWh이라고 합니다. 배터리와 모터를 제어하는 컨트롤러는 좌석 아래에 놓여 있습니다.

이 플랫폼은 차체를 자유롭게 바꿀 수 있기 때문에 자유롭게 변형 모델을 만들 수 있다고 합니다. 마이크로 레이서 타입 101은 라라클래식의 정체성을 나타내기 위해 일부러 클래식카 스타일 차체를 얹었지만, 구매자가 원한다면 주문 제작은 물론이고 플랫폼만 구입해서 자작 차체를 얹을 수도 있다고 합니다. 이번에 공개한 타입 101은 뼈대 위에 틀을 얹고 리벳으로 결합한 차체를 얹었지만, 양산 모델은 탈착 편의성을 고려한 볼트온(bolt-on) 타입 설계를 반영할 계획이라고도 하네요.

디자인은 과거에 영국을 중심으로 모터스포츠에 쓰인 MG Q타입(참고자료) 등 경주차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고 합니다. 전체적 차체 형태는 물론이고 개방형 헤드램프와 방향지시등, 차체 밖으로 노출된 앞 서스펜션과 바퀴, 4스포크 스티어링 휠과 알루미늄 패널에 나란히 배치된 계기 등 세부 요소들은 MG Q타입은 물론이고 1920~30년대 경주차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스타일이죠.

특히 소소한 부품들까지 클래식카 분위기를 살리려고 신경 쓴 흔적이 보입니다. 보닛은 양쪽을 스프링이 연결된 고리로 고정시키게 되어 있고, 스티어링 휠 뒤에 설치된 속도계와 회전계는 실제 클래식카에 많이 쓰인 스미스(Smith) 제 계기의 복제품입니다. 스티어링 휠도 과거 경주차들처럼 림을 가죽띠로 감쌌습니다. 보닛 좌우에는 공기배출구도 촘촘하게 나 있고요. 실제 있는 차의 디자인을 정식 승인을 받아 재현한 것은 아니지만, 분위기만큼은 제법 훌륭합니다.

저도 잠깐 시승해 봤는데요. 도어가 따로 없는 개방형 차체에 타고 내리기 편리하도록 차체 왼쪽 옆을 터 놓았습니다. 차체 너비가 좁은 대신 어른과 아이가 나란히 앉을 수 있을 정도의 공간은 있고, 아이를 안쪽인 오른쪽에 앉히고 어른이 왼쪽에 앉아 운전할 수 있도록 스티어링 휠은 약간 왼쪽에 치우쳐 있습니다. 스티어링 휠은 지름이 작고 회전력을 키우는 파워 스티어링이 없기 때문에 묵직하게 돌아가고, 어느 정도 속도를 내어 달릴 때에는 문제가 없지만 아주 느린 속도에서는 요령이 필요합니다.

페달은 두 개로, 왼쪽이 브레이크, 오른쪽이 액셀러레이터입니다. 운전석에 앉으면 발 놓을 위치가 조금 애매한데, 양산 모델에서는 페달 위치를 조절할 계획이라고 합니다. 어느 정도 반발력이 있는 액셀러레이터 페달은 초반에 살짝 힘을 주어 밟아야 움직이기 시작합니다. 골프 카트처럼 페달 조작감이 헐렁하지 않고, 바퀴가 구르기 시작하면 비교적 고르게 속도가 올라갑니다. 클래식카 분위기를 내기 위해 단 모터사이클 휠의 지름이 큰 영향도 있는 듯 합니다.

최고속도는 운전자 몸무게에 따라 달라지지만 시속 30km 이상 낼 수 있다고 합니다. 대신 카트처럼 차체 바닥이 낮고 몸이 차 밖으로 고스란히 노출되기 때문에 실제 속도보다 훨씬 더 빨리 달린다는 느낌이 듭니다. 차폭은 좁지만 충분히 안정감이 있고요. 승차감은 앞뒤 차축에 모두 스프링이 들어간 서스펜션이 있어서 카트보다는 편안하지만, 차 무게에 비해 반발력이 커서 탄탄한 편입니다. 대신 차 움직임을 흐트러뜨릴 만큼 요철에 민감하게 반응하지 않는 점은 좋습니다. 유압식 디스크 브레이크는 반응이 적당해서 다루기 좋고요.

몇 가지 아쉬운 부분들은 아마도 양산을 위한 보완이 이루어지면 대부분 해결될 듯합니다. 라라클래식은 마이크로 레이서 타입 101의 양산 준비 과정을 밟고 있고, 10월 경에 본격적으로 국내 판매를 시작할 계획이라고 합니다. 국내에는 자동차 인증규정 때문에 공원이나 사유지에서 레저용이나 취미용으로 주로 쓰이겠지만, 법규가 뒷받침되는 유럽이나 일본에는 특정 카테고리로 인증을 받아 일반 도로 주행이 가능할 것이라고 하네요.

용도가 제한적이고 아직 값이 구체적으로 정해지지 않았기 때문에 조금 더 지켜봐야겠지만, 또 하나의 재미있는 탈것이 나왔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한편으로는 ‘족보에도 없는 짝퉁 클래식카 복제품’이라는 이야기를 들을 수도 있겠지만, 이런 시도와 제품을 통해 클래식카나 클래식카 관련 문화에 정통하지 않은 사람들도 그런 것에 비교적 쉽게 접근할 수 있다는 점은 충분히 의미가 있습니다. 더 깔끔하고 세련된 모습으로 발전한 양산 모델을 하루빨리 만나보고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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