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르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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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 포르쉐 911 카레라/카레라 4 GTS
[ 레옹 한국판 2015년 1월호에 실린 글의 원본입니다. ] 경주차와 승용차 사이에 과연 중간영역이 존재할까요? 포르쉐의 답변은 ‘그렇다’입니다. 포르쉐가 새로 선보인 911 카레라 GTS가 바로 그런 차입니다. 경주차 느낌이 물씬 풍기도록 조율된 엔진과 서스펜션은 도전을 자극하면서도, 알찬 편의장비와 빼어난 꾸밈새는 편안함을 잃지 않은 승차감과 어우러져 승용차로도 손색없습니다. 스포츠카를 전문으로 만드는 자동차 회사는 의외로 꽤 많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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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차에서 낯선 자동차 회사의 향기가 난다
[ 모터 매거진 2014년 3월호에 쓴 글의 원본입니다 ] 자동차 회사 사이에 이루어지는 협력과 제휴는 자동차 역사에서 흔히 접할 수 있었다. 이런 관계를 통해 만들어진 차들 가운데에는 성공한 것도 있지만 실패한 것도 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자동차 팬들에게 깊은 인상을 심은 차들이 적지 않다는 것. 공동개발이나 배지 바꿔 붙이기가 아니라 독특한 협력을 통해 만들어져 신선한 충격을 준 차들을 살펴본다. 란치아 테마 8.32 석유파동의 여파에서 갓 벗어난 1980년대 중반의 유럽에 고성능 럭셔리 카 수요가 늘면서 란치아는 시장을 놓치지 않기 위해 색다른 시도를 했다. 중형 세단인 테마를 바탕으로 고성능 고급차를 만들기로 한 것이다. 당시 피아트 계열 브랜드에는 4기통 터보 엔진을 제외하면 이렇다할 고성능 엔진이 없었다. V6 엔진이 있기는 했지만 돋보일 정도로 뛰어난 성능을 내지는 못했다. 그래서 가져온 것이 페라리 308과 몬디알 콰트로발볼레에 사용한 V8 2.9L 엔진이었다. 이 엔진은 당시에 쓰인 다른 페라리 V8 엔진과 설계가 달라 저회전 특성이 뛰어나고 진동이 적었다. 승용차에 걸맞도록 고회전 영역을 쓰지 않도록 하면서 최고출력은 240마력에서 215마력으로 낮아졌고, 향상된 성능에 맞춰 서스펜션과 브레이크, 스티어링을 손보았다. 0-시속 100km 가속시간은 6.8초, 최고시속은 240km로 준수한 성능을 냈다. 오펠 로터스 오메가/복스홀 로터스 칼톤 지금은 거의 잊혀졌지만, GM이 로터스를 소유했던 시절이 있었다. 그 시절 로터스가 가진 능력이 GM 계열 차에 접목되어 만들어진 혁신적인 차가 오펠 로터스 오메가/복스홀 로터스 칼톤이었다. 중대형 세단인 오펠 오메가/로터스 칼톤이 이 차의 바탕이었다. 직렬 6기통 3.0L 엔진을 대대적으로 손질해 배기량을 3.6L로 키우는 한편 두 개의 터보차저를 더했고, 로터스 에스프리의 점화 시스템을 이식했다. 변속기는 쉐보레 콜벳 ZR1용으로 개발한 ZF 6단 수동을 손질해 얹었고, 뒤 서스펜션을 멀티링크 타입으로 바꾸는 한편 뒤 디퍼렌셜에 대용량 LSD를 더해 접지력을 높였다. 날렵한 디자인의 에어댐과 대형 스포일러, 넓은 휠과 검은색 차체도 눈길을 끌었다. 최고출력은 382마력으로 당대 여러 스포츠카를 능가하는 수준이었고, 독일차와 달리 속도제한장치가 없어 최고속도는 시속 300km에 육박했다. 메르세데스-벤츠 500 E 럭셔리 카로는 인정받았지만 고성능 이미지는 크지 않았던 메르세데스-벤츠는 1990년대에 접어들며 BMW M5가 인기를 누리는 것이 탐탁치 않았다. 이에 맞설 고성능 세단을 내놓기 위해 손잡은 상대는 포르쉐였다. 당시 메르세데스-벤츠는 AMG를 자회사로 만들기 전이었고, 경영난을 겪고 있던 포르쉐는 수익을 높일 방법이 필요했다. 두 회사의 공감대 속에 새 모델의 윤곽이 그려졌다. 견고하기로 소문난 W124 E-클래스를 바탕으로 SL 클래스의 V8 5.0L 326마력 엔진과 변속기, 브레이크 등이 소재로 마련되었다. 포르쉐가 광폭 펜더를 비롯해 차체를 조립하면 메르세데스-벤츠 공장으로 옮겨 차체를 칠하고, 이것을 다시 포르쉐 공장으로 옮겨 에어댐 등을 결합해 최종 조립했다. 이렇게 해서 0-시속 100km 가속 6초대의 성능을 자랑하는 ‘양의 탈을 쓴 늑대’가 완성되었고, 5년 동안 약 1만 명이 이 늑대의 주인이 되었다. 아우디 RS2 아반트 1990년대 중반 이후 아우디에 고성능 왜건 이미지를 심는 한편 RS 브랜드의 탄생을 가져온 모델이 RS2 아반트다. 당시 아우디는 콰트로와 모터스포츠로 쌓은 이미지가 좀처럼 양산차에 스며들지 않았다. 이에 브랜드 이미지를 높일 특색있는 고성능 차를 만들기로 하고 아우디는 오랫동안 협력관계가 돈독했던 포르쉐와 접촉했다. 마침 포르쉐는 메르세데스-벤츠 500 E의 생산이 끝나 제작에 참여할 여력이 있었다. 기본 뼈대는 사용한 아우디 80 아반트의 것을 활용했다. 그러나 스포트 콰트로 쿠페의 혈통을 이어받은 직렬 5기통 2.2L 터보 엔진과 콰트로 시스템을 대대적으로 튜닝해 최고출력을 315마력으로 높이고, 서스펜션 튜닝은 포르쉐의 손을 빌었다. 브레이크는 브렘보 것을 포르쉐가 손질했다. 휠과 사이드 미러는 911의 터보의 것을, 새로 디자인한 앞 범퍼에는 968의 콤비네이션 램프를 달았다. 덕분에 RS2 아반트라는 0-시속 100km 가속 4.8초, 최고시속 262km인 괴물 왜건이 탄생할 수 있었다. 복스홀 VX220/오펠 스피드스터 1990년대 중반 이후 엘란, 에스프리 등 주요 모델의 단종, GM의 철수 이후 형편이 넉넉지 않던 로터스는 엘리즈로 근근히 명맥을 이어가는 상황이었다. 그러던 중 엘리즈가 강화된 유럽 충돌안전 규제에 대응하기 어렵게 되자 외부의 도움을 찾아 나서야 했다. 이에 GM 유럽이 손을 내밀며 ‘우리가 섀시 업그레이드에 협력할 테니 그 섀시를 우리도 좀 쓰자’는 제안을 하고 로터스가 이를 승낙하면서 만들어진 차가 복스홀 VX220/오펠 스피드스터다. 첫선을 보인 것은 2000년이었다. 로버 K 시리즈 및 토요타 엔진을 쓴 엘리즈와 달리 GM이 디자인한 별도의 차체와 오펠/복스홀의 2.2L 및 2.0L 터보 에코텍 엔진을 얹었다. 여러 이유로 엘리즈보다 좀 더 무겁고 핸들링이 둔해져 스포츠성에 관한 평가는 좋지 않았다. 원래 1만 대 한정 생산할 예정이었지만 판매는 예상을 밑돌아 7,200여 대가 생산된 후 2005년에 단종되었다. 애스턴 마틴 시그넷 럭셔리 스포츠카 업체인 애스턴 마틴이 만든 가장 독특한 차로 손꼽히는 것이 바로 시그넷이다. 토요타의 초소형 차인 iQ를 바탕으로 만든 시그넷은 애스턴 마틴이 강화되는 배기가스 규제에 대응하기 위해 선택한 일종의 편법이었다. 초소형차를 라인업에 추가하면 업체 평균 배기가스 배출 수치를 낮출 수 있기 때문이었다. 기술적인 부분은 iQ의 것을 그대로 활용했기 때문에 배지 엔지니어링으로 볼 수도 있지만, 애스턴 마틴 장인들이 실내를 최고급 내장재로 수제작한 것은 물론 차체 외부도 애스턴 마틴 디자인으로 다시 꾸며 차별화했다. 초기에는 기대가 컸지만 판매량은 예상을 훨씬 밑돌았다. 사실 시그넷은 iQ의 엔진과 트랜스미션 등 구동계를 그대로 써 스포츠카와는 거리가 멀었다. 편의장비도 거의 그대로였다. 그러면서 애스턴 마틴과 같은 소재와 제작방식으로 실내외를 고급화했다는 이유로 iQ의 세 배 가까운 값을 치를 사람은 많지 않았다. 결국 시그넷은 2년여 만에 생산이 중단되고 말았다. 알파 로메오 8C 콤페티치오네 끝 모르고 추락하는 판매와 브랜드 이미지를 끌어올리기 위해 알파 로메오는 2003년에 8C 콤페티치오네 콘셉트카를 선보였다. 전성기 알파의 매력적인 디자인과 정통 스포츠카에 어울리는 구성에 팬들은 환호했고, 그 결과 2007년부터 양산 차로 한정생산이 시작되기에 이르렀다. 알파 로메오의 엠블럼과 디자인을 담고 있지만, 이 차는 여러 이탈리아 브랜드의 기술이 뒤섞여 있다. 플랫폼은 마세라티 그란투리스모의 것을 바탕으로 길이를 줄였고, 페라리/마세라티의 V8 4.7L 엔진을 손질해 페라리가 조립했다. 최종조립은 마세라티가 맡았고, 디자인과 섀시, 브레이크 등의 튜닝은 알파 로메오가 직접 했다. 차체 패널은 탄소섬유로 만들어 바탕이 된 마세라티 그란투리스모보다 훨씬 가벼웠고, 탁월한 제동력이 호평을 얻었다. 먼저 쿠페 500대가 한정 생산되었고, 쿠페가 생산되는 도중에 2인승 컨버터블인 스파이더의 생산이 결정되어 500대 더 한정 생산되었다. (Cover image: Alexas_Fotos via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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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스바겐 비틀은 정말 포르쉐 박사의 아이디어였을까?
[ 한국일보 2014년 2월 18일자에 실린 글입니다. ] 폭스바겐 비틀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2천만 대 이상 생산된 명차 중 하나다. 또한 아돌프 히틀러의 뜻에 따라 페르디난트 포르쉐 박사가 설계한 국민차로도 유명하다. 그래서 많은 사람이 비틀이라고 하면 포르쉐 박사를 가장 먼저 떠올린다. 그렇다면 비틀은 과연 포르쉐 박사의 아이디어로부터 나온 창작물일까? 포르쉐 박사가 국민차 개발을 시작한 것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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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탈헤드의 ‘카 북’ 읽기 (9) 모터스포츠의 발전과 함께 한 차
[ 사이언스북스 DK 대백과사전 시리즈 ‘카 북’ 발행에 즈음해 2013년 5월부터 11월까지 사이언스북스 블로그에 연재한 글입니다. ] 지금은 자동차 회사의 마케팅 수단으로 활용되는 분위기가 강하지만, 그래도 예나 지금이나 모터스포츠는 자동차 기술의 시험대이면서 사람과 기계가 하나가 되어 극한에 도전하는 스포츠로 세계인의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모터스포츠를 통해 새로운 자동차 기술이 시험과 검증을 거쳐 일반인이 구입할 수 있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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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탈헤드의 ‘카 북’ 읽기 (8) 세계적 유명인이 사랑한 차
[ 사이언스북스 DK 대백과사전 시리즈 ‘카 북’ 발행에 즈음해 2013년 5월부터 11월까지 사이언스북스 블로그에 연재한 글입니다. ] 많은 사람들이 화려한 것을 동경합니다. 돈, 건물, 물건, 생활, 사람 등 시선을 끄는 모든 것에 관심이 쏠리기 마련이죠. 특히 탁월한 재능이나 능력으로 몸담은 분야에서 돋보이는 성과를 보여주는 사람들은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는 유명인사가 됩니다. 그리고 유명인사들과 관련된 것에도 관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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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탈헤드의 ‘카 북’ 읽기 (6) 포르셰 박사의 흔적
[ 사이언스북스 DK 대백과사전 시리즈 ‘카 북’ 발행에 즈음해 2013년 5월부터 11월까지 사이언스북스 블로그에 연재한 글입니다. ] 20세기는 누가 뭐라 해도 자동차의 세기였습니다. 19세기 말에 탄생한 자동차는 경쟁을 통해 짧은 시간 사이에 비약적인 발전을 이루었고, 20세기의 이른 절반 동안 이미 세상의 모습을 바꿀 정도로 중요한 존재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20세기 인류의 생활 양식을 가장 크게 바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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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르쉐 911 카레라 4S 쿠페
[ 모터 매거진 2013년 6월호에 쓴 글의 원본입니다 ] 지난해 초에 국내에 출시된 타입 991 버전의 새 포르쉐 911 카레라 S는 여러 면에서 충격을 준 차였다. 과거의 911과 뚜렷한 선을 그으며 한 차급 위의 넉넉함과 편안함을 끌어안은 것이 그랬고, 그럼에도 전통적인 요소와 특징을 대부분 발전적으로 이어받았다는 것이 그랬다. 현대적인 관점에서 911에서 더는 무언가 나은 것을 찾지 않아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그러나 새 911 라인업은 아직 넓어질 여지가 많이 남아 있었다. 이번에 시승한 카레라 4S가 좋은 예다. 911 카레라 4S는 타입 964 이후 4륜구동 911의 공식 명칭이 된 카레라 4에 고성능 모델임을 뜻하는 S가 더해져 만들어진 이름이다. 기본 요소들은 뒷바퀴 굴림인 카레라 S와 공유하고 4륜구동 시스템만 더해진 모델이다. 당연히 차 안팎의 차이점은 거의 없다. 겉모습에서는 좌우 테일램프 사이를 잇는 붉은색 가는 띠, 범퍼 아래 좌우에 두 개씩 나누어 뚫린 배기구, 그리고 이제는 열어도 엔진이 보이지 않는 엔진 커버에 얌전히 자리를 잡은 ‘911 Carrera 4S’ 엠블럼이 특징 전부다. 붉은색 띠는 뒷바퀴 굴림 모델, 배기구는 일반 모델과 구분되는 S 모델만의 상징이다. 좌우 문턱에 있는 알루미늄 실 플레이트에 쓰여 있는 글씨가 아니라면 실내에서 카레라 4S만의 특징을 찾기는 어렵다. 911의 전통적 디자인 틀을 지키면서 새로운 감각으로 치장한 타입 991의 전형적인 실내 모습이 펼쳐져 있을 뿐이다. 물론 새 911의 실내는 과거 어느 때보다도 편안하고 고급스럽다. 옹색한 분위기의 뒷좌석조차도 불편하기는 마찬가지이지만 짐을 실을 수 있는 여유는 더 커졌다. 아마도 지금의 911에서 부족한 것을 꼽자면 헤드업 디스플레이(HUD) 정도가 아닐까 싶다. 굳이 스포츠카가 아니더라도 HUD는 제법 쓸만한 장비다. 엔진은 전에 시승한 바 있는 카레라 S와 같은 수평대향 6기통 3.8ℓ다. 효율을 높여주는 직접 연료분사 기술(DFI), 흡기 가변 밸브 타이밍 및 리프트(바리오캠 플러스) 등을 갖춘 400마력 엔진은 회전영역에 상관없이 높은 토크를 내어 짜릿한 가속감이 꾸준히 이어지는 근원 역할을 충실히 한다. 그런데 상식적으로 생각하면 엔진 출력을 앞바퀴 쪽으로 전달하는 기구가 더해진 카레라 4S는 뒷바퀴 굴림인 카레라 S보다 더디거나 둔한 느낌이 들어야 한다. 하지만 느낌의 차이는 예상한 만큼 뚜렷하게 다가오지 않는다. 스포츠 크로노 패키지와 7단 PDK 듀얼 클러치 변속기를 갖춘 시승차에는 포르쉐 토크 벡터링 플러스(PTV Plus)와 PASM 스포츠 섀시, 다이내믹 엔진 마운트 등 911의 몸놀림을 한껏 민첩하게 해 주는 장치들이 더해져 있기 때문이다. 카레라 S에서도 느낄 수 있었던 새 911의 다재다능함은 카레라 4S에서도 고스란히 느낄 수 있다. 일반 상태에서는 평범한 승용차 몰 듯 시내를 누벼도 승차감은 적당히 편안하고 스티어링 휠과 페달을 조작하는 것도 부담스럽지 않다. 하지만 센터 콘솔에 있는 버튼을 눌러 스포트 또는 스포트 플러스 모드를 선택하면 차가 운전자의 조작을 대하는 태도가 훨씬 진지해진다. 서스펜션 댐핑 특성과 스티어링 반응, 엔진과 변속기 특성의 변화가 뚜렷하다. 스포티한 분위기가 나는 평범한 승용차처럼 느껴졌던 차는 버튼 조작 한 번에 남부럽지 않은 정통 스포츠카의 모습을 드러낸다. 포르쉐 수평대향 엔진 특유의 ‘부아앙!’ 소리와 함께 힘차고 깔끔한 자세로 차가 앞으로 튀어 나가는 느낌도 카레라 S와 카레라 4S가 마찬가지다. 엔진 회전계 바늘이 레드존에 다가갈 때까지 토크에 대한 기대를 저버리게 하지 않는 치밀함, 2,000rpm 부근부터 두드러지는 포르쉐 수평대향 6기통 엔진 특유의 배기음도 여전히 가속을 즐겁게 한다. 카레라 S보다도 더 점잖아진 스티어링 감각 정도만이 두 차를 구별할 수 있는 몇 되지 않는 실마리 중 하나일 뿐이다. 이런 감각을 ‘둔하다’고 표현할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둔하다는 표현은 그런 가운데에서도 정확하고 빠르게 회전하는 차의 앞부분을 제대로 설명하기에 부족하다. 대신 구동력이 앞바퀴로도 전달되는 덕분에 코너링이 더 안정적이라는 점은 분명하다. 네 바퀴가 함께 미끄러지지 않는 한 운전자가 의도한 궤적을 벗어날 일은 없어 보인다. 4륜구동 시스템이 가장 고맙게 느껴지는 시기는 겨울철이겠지만, 길만 허락한다면 911로는 언제든 쉽게 다가갈 수 있는 속도 영역에서도 4륜구동 시스템의 매력은 안정감이라는 옷을 입고 찾아온다. 가속은 어떨지 몰라도, 카레라 4S에 탄 운전자는 카레라 S에 탄 운전자보다 더 쉽고 편안하게 코너를 공략할 수 있을 것이다. 사실 911의 4륜구동 시스템은 험로탈출이나 겨울철을 위한 것이라기보다, 운전자가 더 넓은 영역에서 911로 운전을 즐길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목적이다. 즉, 911 카레라 4S는 더 높은 속도와 더 궂은 날씨에도 충분히 즐길 수 있도록 만들어진 911 카레라 S인 셈이다. 원래 고성능 승용차나 스포츠카에 4륜구동 시스템을 쓰는 목적은 주행 조건에 관계없이 안정성을 확보하려는 것이다. 달리 말하자면 어떤 상황에서도 엔진의 출력이 효과적으로 노면으로 전달되도록 도와 고출력이 제 효과를 내도록 하는 것이다. 911 카레라 4S의 4륜구동 시스템 역시 그런 역할을 충실히, 그리고 유감없이 하고 있다. 극도로 섬세한 말초적 감성의 만족에 대한 기대를 조금만 포기한다면, 911 카레라 4S는 911 고유의 드라이빙 캐릭터를 대부분의 사람들이 즐길 수 있도록 풀어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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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5 포르쉐 356 A
[ 모터 매거진 2013년 3월호에 실린 글입니다. ] 1948년에 나온 포르쉐 356은 이후 1967년까지 생산되며 스포츠카 세계에 포르쉐의 이름을 각인했다. 폭스바겐 비틀을 활용해 만들었지만, 스포츠카로 손색없는 성능을 낸 356은 1955년에 첫 업그레이드와 더불어 356 A이 되었다. 356 A에서 뚜렷해진 ‘일상적으로 쓰기에도 무리 없는 스포츠카’라는 개념은 지금도 포르쉐 양산 스포츠카에 이어지고 있다. 독일이 낳은 천재 자동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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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라주세요 : 내 생의 마지막 차
[ 모터 트렌드 한국판 2012년 6월호에 실린 글의 원본입니다. 모터 트렌드 편집부가 던진 질문에 주관을 바탕으로 답변한 내용입니다. ] Q1. 생애 마지막 차로 무엇을 꿈꾸고 계시나요? 1994년부터 2002년까지 생산된 R129 메르세데스-벤츠 SL 500. 색깔은 반드시 은색이어야 한다. 2인승 대형 컨버터블인 SL 클래스는 순전히 즐기기 위한 차다. 메르세데스-벤츠 특유의 호사스러움이 가장 잘 표현된 모델이기도 하고, 특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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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자 3대
[ 모터 트렌드 한국판 2012년 4월호에 실린 글의 원본입니다. 내용은 필자가 부자라고 가정하고, 모터 트렌드 편집부가 마련한 13대의 차 가운데 자신의 취향을 대변하고 소유하고 싶은 차 세 대를 골라 그 이유를 이야기하는 것입니다. 전적으로 가정에 바탕을 둔 소설이라는 점을 염두에 두고 읽어주시기 바랍니다. ] 평범하게 직장생활을 하다 은퇴하신 아버지와 평범한 주부로 일평생 살아오신 어머니. 이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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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 포르쉐 911 카레라 S
[ 모터 매거진 2012년 4월호에 실린 글의 원본입니다. ] 세계적인 경기침체의 여파로 어려움을 겪는 자동차 메이커들이 많다. 특히 얼어붙은 유럽 시장에 뿌리내린 일부 메이커들은 빠른 수요 감소로 위기를 맞고 있다. 하지만 이런 난국에서도 꾸준히 성장을 지속하는 곳들도 있다. 대표적인 것이 메르세데스-벤츠, BMW, 아우디 같은 독일 프리미엄 브랜드들이다. 순위에서만 엎치락뒤치락할 뿐, 이들이 최근 몇 년 동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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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르쉐 파나메라 S 하이브리드
[ 오토카 한국판 2012년 4월호에 실린 글의 원본입니다. ] 하이브리드 시스템은 파나메라의 주행감성에 크게 영향을 미치지 않으면서도 경제성을 높은 수준으로 끌어 올린다 포르쉐의 다른 모델들과 마찬가지로 파나메라도 라인업이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국내에도 디젤에 이어 하이브리드 모델까지 들어왔다. 프리미엄 4도어 모델 가운데 국내에 휘발유, 디젤, 하이브리드 모델을 모두 내놓은 브랜드는 아직까지 손꼽을 정도로 적고, 실제 판매대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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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르쉐 파나메라 4
[ 오토카 한국판 2010년 10월호에 쓴 글의 원본입니다. ] 힘이 ‘지나치게’ 넘치지는 않을지언정, 생김새를 제외한 다른 모든 부분은 포르쉐의 이름에 전혀 부끄러움을 남기지 않는다 자동차의 기본형 모델을 타보면 대개 뭔가 허전한 느낌을 준다. 하지만 포르쉐라면 어떨까? 그것도 브랜드 처음으로 시도된 4도어 모델이라면 말이다. 물론 이번에 시승한 모델은 ‘깡통’ 수준의 진짜 기본형 모델은 아니다. 최소한 진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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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 포르쉐 카이엔 터보
[ 모터트렌드 2010년 6월호에 실린 글입니다. ] 포르쉐 카이엔은 ‘스포츠카 순혈주의’를 신봉하는 필자같은 이들에게 늘 천덕꾸러기였다. 스포츠카 전문 메이커가 웬 SUV란 말인가. 먹고 살기 위해 폭스바겐의 힘을 빌려 잘 팔릴, 아니 많이 남겨먹을 수 있는 차를 만든 포르쉐에 배신감이 들었다. 아마 오래 전, 포르쉐가 914나 924를 내놓았을 때에도 포르쉐는 이런 소비자들의 반응에 난감해 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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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과 진화를 소통하는 공간, 독일 메이커의 자동차 박물관
[ 월간 CEO 2010년 6월호에 실린 글입니다. ] 자동차의 역사도 이미 한 세기를 넘어 역사적 맥락에서 바라볼 수 있는 소재가 되었다. 역사 속에서 시대의 문화적 흐름과 사회적 현상을 반영해온 만큼, 자동차를 주제로 삼는 박물관도 세계 곳곳에 많이 자리하고 있다. 필자가 해외 취재를 통해 둘러 본 여러 자동차 박물관들 중에서도 특히 인상 깊었던 것은 독일 자동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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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9 디노 246 GT
[ 2010년 5월 Carmily에 기고한 글 중에서 발췌해 정리한 글입니다. ] 포르쉐와 페라리를 나란히 놓고 비교할 수 있게 된 것은 페라리가 ‘대중적인’ 모델을 내놓지 않았다면 불가능했을 일이다. 물론 예나 지금이나 소수의 사람들만 감당할 수 있는 성능, 소수의 사람들만이 살 수 있는 가격표가 붙는 페라리에게 ‘대중적’이라는 수식어가 어울리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러나 이는 V형 혹은 수평대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