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토카 한국판 2012년 5월호에 실린 글의 원본입니다. ]

지난 1~2년 사이에 나온 국산차를 시승하면서 시승기에 ‘과거에 비하면 많이 좋아졌지만 아직 주행 감성 면에서 부족하다’는 이야기를 자주 했다. 늘 국산차만 몰아왔던 사람들, 그 중에서도 자동차를 단순한 이동 수단으로 여기는 사람들에게는 그리 가슴에 와 닿지 않는 이야기일 수도 있다. 차야 편하고 고장 없이 잘 달리고 유지비가 적게 들면 그만이라고 생각한다면 지금 국내에서 살 수 있는 차들 국산차만큼 좋은 차도 없다. 수입차의 공세가 갈수록 격해지는 상황에서도 90퍼센트 이상의 소비자들이 국산차를 선택하는 이유가 거기에 있다. 하지만 자동차를 좋아하고, 운전을 즐기는 사람이라면 필자의 이야기에 어느 정도 공감하리라 생각한다.

운전은 어떻게 보면 스티어링 휠, 액셀러레이터, 브레이크, 수동변속기 차라면 클러치 페달이라는 기구를 조작하는 단순한 행위다. 그러나 그 단순한 행위가 길 위를 달리는 자동차의 움직임을 변화시키고, 그러한 변화가 이동이라는 목적을 넘어 이동하는 내내 사람의 감각을 자극하는 과정은 결코 단순하지 않다. 필자가 운전을 길과 사람 사이의 커뮤니케이션, 자동차를 그 커뮤니케이션이 이루어지게 하는 미디어라고 생각하는 이유가 거기에 있다. 그렇지 않다면 자동차를 평가할 때에 핸들링, 승차감, 가속감, 조향감, 제동감 같은 다양한 감각을 이야기할 이유가 없다.

그런 점에서 국산차의 주행 감성이 부족하다고 생각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역사가 길고 경험이 풍부한 외국 자동차 메이커가 만든 차들보다 운전을 통해 느끼는 즐거움의 수준이 아직 낮아서다. 그런 즐거움은 어느 한 가지 요소들만 가지고 평가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운전자를 감각적으로 자극하고 인상을 남기는 데에는 다양한 요소들이 상당히 복잡하고 복합적으로 어우러져 작용하기 마련이다. 중요한 것은 운전자의 조작에 차가 어떻게 반응하고 그 반응을 어떻게 운전자에게 감각적으로 전달하느냐 하는 것이다. 운전자가 조작을 할 때 기대하는 반응과 차의 실제 움직임이 맞아떨어질 때 운전자는 차와 운전에 몰입하게 된다. 국산차의 주행 감성이 부족하다는 것은 아직 그런 몰입의 정도가 동급의 베테랑이라 할 외국 메이커 차들에 비해 떨어진다는 뜻이다.

물론 운전은 항상 즐길 수 있는 것만은 아니다. 운전을 즐기는 사람들도 이동을 목적으로 운전하는 시간이 적지 않을 것이다. 다만 주행 감성이 풍부한 차들은 평범한 이동에서도 크건 작건 운전이라는 조작을 통해 운전자가 즐거움을 느낄 수 있는 요소들을 지니고 있다. 그런 차들은 함께 하는 시간이 길어도 운전이 지루하지 않다. 운전자가 운전에 몰입하고 즐길 수 있는 시간도 그만큼 길어지니까. 운전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당연히 그런 차에 애정을 갖게 되고 그 차를 만든 브랜드에 대한 신뢰와 충성도가 생긴다. 

흔히 말하는 브랜드 프리미엄이라는 것이 차를 고급스럽게 꾸미고 치장하는 데에서만 나오는 것이 아니다. 차를 가진 사람이 그 차를 오랫동안 만족하며 높이 평가하도록 만드는 모든 것들이 브랜드 프리미엄이다. 운전을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당연히 차를 통해 운전에 깊이 몰입하게 되는 것이 중요한 브랜드 프리미엄이다. 운전이 사람의 몫으로 남아있는 한, 그리고 그것을 즐기는 사람이 있는 한 주행 감성은 자동차의 가치에서 중요한 몫을 차지할 것이다. 국산차가 주행 감성의 수준을 높여야 할 이유가 거기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