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상 첫 자동차가 무엇이냐에 관한 논란은 아직까지도 남아있지만, 가장 일반적으로 꼽는 것은 역시 벤츠 파텐트 모토바겐(Benz Patent Motorwagen)이다. 1885년에 카를 벤츠(Carl Benz)가 완성해 1886년에 특허 등록한 3륜차가 바로 그것이다. 당시에는 내연기관 이론을 바탕으로 실용화에 관한 연구가 다양하게 이루어지면서 원시적 형태의 2행정과 4행정 엔진이 하나둘씩 등장하고 있었다. 아울러 엔진을 이용한 탈것을 만들려고 시도한 사람도 많았다. 벤츠도 그 중 한 명이었다.

독일 만하임에서 연구하고 있던 그가 1885년에 완성한 첫 차는 단기통 엔진의 힘으로 두 개의 뒷바퀴를 굴리는 삼륜차였다. 이 차는 뼈대와 모습 모두 당대 다른 기술자들이 추구하던 ‘말 없는 마차’와는 차이가 있었다. 이는 차츰 저변이 넓어지고 있던 자전거의 부품과 특징이 어느 정도 반영되었기 때문이기도 하다. 차체 프레임을 구성하는 철제 파이프와 휠의 림(테두리), 앞바퀴 축에 물리는 베어링 등은 자전거 공장에서 만들어진 것이었다.
철제 파이프 프레임은 위에서 보았을 때 앞이 뾰족한 삼각형에 가까왔고, 꼭지점에 해당하는 앞쪽에는 자전거와 비슷한 형태의 포크에 앞바퀴가 물려 있었다. 앞바퀴에는 조향기구가 달려 있었고, 뒤쪽에 있는 조향용 막대와 기어로 연결되어 막대를 돌리면 앞바퀴가 좌우로 회전하는 식으로 주행 방향을 바꿨다. 앞바퀴 쪽에서 시작해 좌우로 뻗은 프레임 사이에는 나무 판을 깔았고, 차체 가운데 부분에 두 명이 앉을 수 있는 의자가 마련되었다. 그리고 그 뒤에 커다란 양쪽 뒷바퀴를 사이에 두고 엔진이 누워 있었다. 뒷바퀴와 차체 사이에는 스프링이 있어 서스펜션 역할을 했다.

벤츠의 첫 자동차에는 벤츠가 직접 개발한 배기량 954cc의 단기통 휘발유 엔진이 쓰였다. 이 엔진은 출력이 400rpm에서 약 0.7마력 정도였지만 현대적 가솔린 엔진의 기본 요소가 대부분 들어가 있었다. 배터리와 스파크 플러그를 쓰는 전기식 점화장치, 수랭식 냉각 시스템, 카운터웨이트(평형추)가 달린 크랭크샤프트 등이 대표적이었다. 초기 배터리의 낮은 성능 때문에, 벤츠는 불꽃을 만들 만큼 전압을 높이기 위해 점화 유도장치를 개조했고, 스파크 플러그는 직접 만들었다. 냉각 시스템도 직접 개발했다. 엔진 표면에 물이 닿았을 때 증발하면서 열을 빼앗아가는 단순한 방식이었지만, 출력이 낮은 그의 엔진에서는 문제가 되지 않았다.
옆으로 누운 엔진은 흡기가 위쪽, 배기가 아래쪽으로 이루어졌다. 흡기는 슬라이드 밸브로 조절했고, 1.5L 크기의 연료탱크에 벤츠가 개발한 표면기화기(surface carburetor)를 달아 혼합기를 만들었다. 배기는 크랭크샤프트에 연결된 캠 디스크와 로커 암, 푸시로드를 이용해 포핏 밸브를 여닫는 방식으로 이루어졌다. 엔진의 회전력은 베벨 기어로 좌우로 배분되어 체인을 통해 양쪽 바퀴에 달린 스프로켓으로 전달되었다.

클러치 역할을 겸하는 변속기는 레버를 이용해 가죽 벨트를 공회전 위치와 주행 위치로 옮겨 동력전달을 조절했다. 시동은 좌석 아래에 있는 스위치로 점화를 시작하고 공기량을 조절한 뒤 엔진처럼 옆으로 누워 있는 커다란 플라이휠을 힘껏 돌려야 걸렸다. 제동은 차체 옆에 있는 기어 레버를 잡아당기면 엔진과 반대방향으로 회전하는 풀리가 작동하는 식으로 이루어졌다. 최고속도는 시속 16km 정도로 빠른 말을 따라잡기 어려웠지만, 멈추는 것만큼은 말보다 더 빨리 할 수 있었다.
1885년 말에 벤츠가 신청한 특허가 승인된 것은 1886년 1월 29일이었고, 그는 1886년 7월 3일에 자신의 발명품을 만하임에서 시험 주행하며 사람들에게 공개했다. 이 차는 이후 여러 차례 개선을 거치며 1893년까지 약 25대가 생산되었다. 그런 점에서 보면, 세계 최초의 자동차에 관한 논란과는 별개로, 벤츠 파텐트 모토바겐이 상품으로 만들어져 팔린 첫 자동차인 것은 분명해 보인다.
* 2019년 1월 오토헤럴드(https://autoherald.co.kr)에 기고한 글의 원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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