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유럽 베스트셀링 카는 푸조 208 – 조금씩 변하고 있는 유럽 승용차 시장 분위기


[ 2023년 2월 5일에 얼룩소(alook.so)에 올렸던 글입니다 ]

영국 자동차 전문 주간지 <오토카>가 2023년 2월 2일에 2022년 유럽 베스트셀링 카 관련 기사를 온라인에 올렸습니다. 기사의 바탕이 된 시장분석업체 JATO Dynamics의 보도자료를 참고해 중요 부분을 정리하고 기사를 읽고 든 느낌을 좀 정리해 볼까 합니다.

유럽 승용차 시장의 맹주는 오랫동안 폭스바겐 골프였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중소형/준중형급에 해당하는 모델로, ‘해치백의 기준’으로 불리는 차기도 하죠. 5세대부터 6세대 모델까지는 우리나라에서도 수입차 입문자들을 중심으로 제법 인기를 끌기도 했고요.

폭스바겐 골프 8세대

골프는 유럽 시장에서 2007년 이후 2021년까지 무려 14년 동안이나 판매 1위를 차지했는데, 그 아성이 2022년에 깨진 겁니다. 골프 판매량은 17만 7,203대로 2021년(20만 5,408대)보다 14%나 줄었습니다. 2022년 판매 순위는 5위로 내려앉았고요.

사실 골프 판매량은 지난 몇 년간 꾸준히 줄었는데요. 특히 현재 판매 중인 8세대 모델은 2019년 말부터 팔리기 시작했지만 시장에서의 위력이 전만 못합니다. 2020년에 28만 5,013대가 팔리기 전까지만 해도 오랫동안 해마다 40만 대 이상 팔려 독보적 1위 자리를 지켰으니까요.

푸조 208 2세대

2022년 판매 1위를 차지한 푸조 208은 골프보다 한 차급 아래인 소형찹니다. 한 해동안 20만 6,816대가 팔려, 2021년(19만 6,869대)보다 5% 정도 늘었습니다. 판매량 증가폭이 크지 않은 데에서도 알 수 있듯, 2021년 판매 순위는 골프에 이은 2위였습니다.

다치아 산데로 3세대

푸조 208 다음으로 많이 팔린 모델은 르노그룹 계열 저가 브랜드인 다치아의 산데로입니다. 푸조 208과 같은 차급 소형차로, 2021년에 완전 변경된 새 모델이지만 기술적으로는 한 세대 전 르노 클리오와 거의 비슷합니다. 2022년 판매량은 20만 550대로 2021년(19만 6,792대)보다 1% 정도 늘었습니다.

폭스바겐 티록

그 다음으로 많이 팔린 모델은 폭스바겐의 소형 크로스오버 SUV 티록(T-Roc)입니다. 2017년 말 처음 출시된 이후 유럽에서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는 모델인데요. 작년 한 해 18만 1,153대가 팔렸는데 이는 2021년보다는 1% 정도 줄어든 수칩니다.

피아트 뉴 500 2세대

유독 눈길을 끄는 사실 중 하나는 2020년에 순수 전기차로 새로 나온 뉴 500을 포함한 피아트 500 라인업이 2022년 유럽 베스트셀링 카 순위 4위에 올랐다는 점입니다. 판매량은 17만 9,863대로 그 전 해(17만 4,739대)보다 3% 정도 늘었을 뿐이지만 순위는 9위에서 많이 뛰어올랐습니다.

이와 같은 유럽 베스트셀링 카 순위의 격변은 그간 높은 인기를 끌던 모델들의 순위가 크게 낮아진 데에서도 찾을 수 있습니다. 앞서 이야기한 폭스바겐 골프가 대표적이고요. 2021년에 19만 6,243대가 팔려 4위에 올랐던 르노 클리오는 판매량이 27%나 줄어든 14만 3,561대를 기록하며 10위로 내려앉았고, 2021년에 19만 4,653대가 팔렸던 푸조 2008의 판매량은 14만 1,471대로 28% 줄어 5위에서 12위로 밀려났습니다.

토요타 야리스 4세대

유럽은 전통적으로 소형차 인기가 많은 시장인데요. 지난 몇 해의 흐름을 보면 우리나라 소형차급인 B 세그먼트와 경차와 소형차의 중간 정도인 A 세그먼트 차들의 인기는 여전합니다. 2021년에 7위, 2022년에 6위를 차지한 토요타 야리스와 같은 기간 8위와 7위에 오른 오펠/복스홀 콜사도 대표적 B 세그먼트 차들이고요. 그러나 골프로 대표되는 C 세그먼트 차들은 점점 판매량이 줄고 있고, 그 자리를 소형 크로스오버 SUV들이 채워나가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특히 현대 투싼(유럽에는 우리나라에서 팔리는 것보다 길이가 짧은 모델이 팔립니다)이 8위, 다치아의 소형 크로스오버 SUV 더스터가 9위를 차지한 데에서도 알 수 있듯, 상대적으로 ‘값에 비해 주는 게 많은 차’들이 인기를 끌었습니다. 두 모델 모두 2021년에는 10위권 밖(투싼 13위, 더스터 15위)이었습니다.

다치아 더스터 2세대

다만 2022년 판매량을 비롯해 최근 유럽 시장의 판매 흐름을 보면 조금은 혼란스러운 면이 엿보이기도 합니다. 워낙 생산에 미치는 변수가 많았기 때문이죠. 1년 내내 계속된 러시아-우크라이나 분쟁에 따른 에너지 및 공급망 문제, 나아지고는 있다고 하지만 여전히 영향을 주고 있는 반도체 공급 문제, 동력원 전동화에 있어 규제와 현실의 괴리 같은 것들이 복잡하게 얽혀있는 상황입니다.

분명한 것은 과거에 비하면 베스트셀링 모델 순위 상위권 차들 가운데 가격대가 낮은 모델이 차지하는 비율이 커지고 있고, 그 중에서도 전기차나 하이브리드 동력계 등 유지비가 적게 드는 모델들의 인기가 높아지고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그만큼 유럽 경제가 좋지 않고, 사람들이 자동차에 전만큼 많은 돈을 쓰지 못하고 있다는 거죠. 차 자체도 적게 팔릴 뿐 아니라 사더라도 싸고 작은 차를 선택하는 경우가 많은 겁니다.

자동차를 둘러싼 환경 자체가 여러 면에서 우리나라와 다르기는 해도, 베스트셀링 모델로 본 자동차 시장 흐름은 유럽과 우리나라의 차이가 점점 더 커지는 듯합니다. 양적으로나 질적으로나 시장 흐름이 극단화되는 경향이 나타나기는 해도, 그런 경향은 거의 반대 방향을 가리키고 있으니까요.

[참고] JATO Dynamics 보도자료 (https://www.jato.com/peugeot-208-ends-volkswagen-golfs-14-year-reign-as-europes-best-selling-car-in-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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