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감상평] 송송송 가족여행: 전기차 지구횡단

송송송 가족여행: 전기차 지구횡단 스틸 1

‘집 떠나면 고생’이라는 말이 있다. 생활 근거지와 동떨어진 타지에서 곧잘 겪게 되는 어려움과 설움을 이야기하는 본디 뜻과는 달리, 기분전환과 즐거움, 신선한 자극을 위해 여행을 떠날 때도 그런 생각이 들 때가 많다. 여행을 반복하면서 앞으로 닥칠 고생을 예상하고 미리 대비하려 점점 더 뚜렷하고 체계적인 계획을 세우게 되는 이유기도 하다.

송송송 가족여행: 전기차 지구횡단 스틸 2

물론 경험상 계획은 계획일 뿐, 여정 중 닥쳐오는 변수 때문에 계획이 흐트러지는 일은 부지기수다. 어차피 낯선 곳, 낯선 길, 낮선 사람과 맞닥뜨려야 하는 것이 여행의 본질. 그래서 ‘집 떠나면 고생’을 여행의 상수로 놓고, 계획은 변수를 최대한 줄이는 데 초점을 맞추는 쪽이 속이 편하다.

그런데 여행의 계획을 변수를 줄이기는커녕 더 복잡하고 까다로운 변수를 집어넣는 쪽으로 잡는다면? 매사에 조심스럽고 까댜로우며 소심한 성격의 나로써는 시작조차 상상할 수 없는 일이다. 그렇게 내 머리로는 상상하기 어려운 일을 직접 실행한 사람이 다큐멘터리 영화 <송송송 가족여행: 전기차 지구횡단>의 제작, 감독, 주연을 맡은 송진욱 감독이다.

송송송 가족여행: 전기차 지구횡단 스틸 3

기획부터 ‘사서 고생하기’의 표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여정의 출발지는 우리나라 광주고, 목적지는 송 감독의 부인이자 아이들의 엄마가 일하고 있는 헝가리 부다페스트다. 전기차로 우리나라에서 유럽까지 가겠다는 목표부터 그랬다. 전기차 충전 환경은 우리나라에서도 아직 자리를 잡지 못했는데, 전기차는커녕 자동차 관련 환경도 썩 좋지 않은 곳을 지나야 하는 여정이 순탄할 리 없다. 충전 문제를 넘어, 낯선 곳에서의 사고나 고장 같은 일에 대처하기에도 전기차는 좋은 선택이 아니다.

그도 그렇지만, 무엇보다 한 가족 삼 대 네 명이 전기차 한 대에 함께 타고 수십 일, 수 만 킬로미터의 거리를 달린다는 것은 스트레스의 규모를 육체적 차원에서 정신적 차원으로 키우기에 충분하다. 한창 뛰어놀 나이의 아이들은 아이들대로, 고령에 건강 상태가 완벽하지 않은 어르신은 어르신대로 보살핌이 필요한 대상이어서, 가운데 낀 세대로 모두를 챙겨야 하는 감독은 심지어 운전까지 해야 한다. 이런 여행이라면 목적지에 도착하는 것만으로도 성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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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시작부터 벌어지는 난관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전기차를 이용해 우리 땅을 떠나는 일부터 사서 고생하기의 시작이다. 화재 우려 때문에 선박업체의 전기차 탑재 승인을 얻기 위해 겪는 어려움, 전기차 배터리가 방전될까 걱정하며 말도 통하지 않는 곳에서 관리 상태도 알 수 없는 전기차 충전시설을 찾아가는 길 등은 예상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으면서도 차곡차곡 보는 이의 감정을 이입시켜나간다. 중반부까지는 러시아와 중앙아시아 지역의 전기차 충전 환경을 체험하며 겪는 일들도 다뤄져서, 전기차로 해외 여행을 계획하는 사람이라면 정보획득 차원에서도 눈여겨 볼 만하다.

길고 오랜 여정에 있었던 일들을 조각조각 담아내다 보니, 영화는 시종일관 잔잔하다. 그런 잔잔함은 시간의 흐름과 함께 점점 더 피곤하고 지친 기색이 짙어지는 일행의 모습에 더 몰입하게 만든다. 그리고 그들이 보내는 시간에는 여지없이 다양한 형태의 변수가 끼어든다. 때로는 전기가, 때로는 길이, 때로는 음식이 그들을 괴롭힌다. 예상치 못한 이유로 국경을 넘지 못해 계획에 없던 경로로 방향을 바꿔 여정을 이어나가야 하는 일도 벌어진다.

송송송 가족여행: 전기차 지구횡단 스틸 5

하지만 모든 변수가 부정적으로 작용하지는 않는다. 충전시설에서 우연히 만난 한 현지인 태권도 유단자의 도움으로 모처럼 온가족과 차에 주어진 휴식과 재정비의 시간같은 소소한 즐거움도 있고, 아이들은 차에서 내릴 때마다 세상이 모두 자신들의 것인양 신이 나 뛰논다.

계획대로 되는 것보다는 계획과는 다르게 흘러가는 일들이 더 많은 여정은 마치 어떤 그림으로 완성될 지 모르는 상태로 직소 퍼즐을 맞춰 나가듯 크고 작은 사건들을 겪으며 시간은 흐르고 일행은 한 걸음씩 목적지에 다가간다. 여정 중 간간이 들른 이름 모를 지역의 그림같은 풍경들은 영화속 가족이 눈에 담은 것과는 다른 모습으로 관객에게 주어지며 잠깐씩 긴장을 풀어주는 보너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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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들이 해보지 않은 일에 도전한다는 생각으로 밀어붙인 여행은 크고 작은 도전을 수없이 거친 뒤에 마침내 부다페스트에서 엄마 품에 안기는 아이들의 모습으로 이어진다. 쉽지 않은 여정을 함께한 관객 입장에서는 잔잔하게 펼쳐져 온 이야기가 편안하고 훈훈하게 마무리되리라 생각하지만, 막상 영화는 남들이 여행에서 좀처럼 겪지 않을법한 일로 마침표를 찍는다. 보는 내내 느꼈던 감정의 흐름을 한순간에 뒤집고 내용을 돌이켜 생각하며 의미를 되새기게 만드는, 이 영화를 끝까지 봐야할 이유가 마지막에 담겨 있다.

영화가 시작할 때만 해도 단순히 전기차로 하는 한 가족의 모험 여행 이야기라고 생각했지만, 엔딩 크레딧을 보며 가족과 세대를 입체적으로 생각하게 만드는 사람의 이야기였음을 깨닫게 된다. 한편으로는 감독의 기획 의도와 내용을 한 시간 삼십여 분이라는 상영시간에 맞춰 정리하기가 무척 어려웠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 그런 흔적이 느껴지기도 한다. 그러나 다큐멘터리라는 장르의 특성과 가족과 세대라는 특별한 관계의 사람과 사람들은 이야기의 중심에 꼿꼿이 서 있다. 보는 이의 공감을 부르고 생각을 되새기게 만드는 것으로 영화의 목적은 충분히 이루어졌다는 생각이다.

송송송 가족여행: 전기차 지구횡단 스틸 7

영화의 내용과 감상을 간단히 정리하면 ‘전기차로 떠난 여행이 불러온 좌충우돌 복잡다단한 경험이 가족과 인생에 관한 깊고 강렬한 기억을 남기는 과정의 기록’이라고 할 수 있겠다. 영화 속 가족에게 80일간의 여행은 뜻깊고 오랫동안 기억에 남으리라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내가 그랬듯, 그 가족의 여정을 처음부터 끝까지 스크린을 통해 본 사람들에게는 짠한 여운이 남을 듯하다. 매일 먹을 때는 좋은 줄 모르다가, 집 떠나 고생하면 어느 순간 떠오르는 집밥의 맛에 대한 그리움 같은.


영화 송송송 가족여행 전기차 지구횡단 포스터
  • 제목: 송송송 가족여행: 전기차 지구횡단
  • 감독: 송진욱
  • 출연: 송진욱, 송다니엘, 송하진, 송주동
  • 장르: 다큐멘터리
  • 제작/배급: 어쩌다 필름
  • 러닝타임: 92분 49초
  • 등급: 전체관람가
  • 개봉: 2025년 9월 10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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