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뿌듯함과 아쉬움 엇갈린 기아 창립 80주년 기념 행사

Kia 80th Anniversary Ceremony / 기아 80주년 기념 행사

[ * 2025년 12월 5일에 페이스북에 올린 글을 보완해 다시 정리했습니다 * ]

기아가 2025년 12월 5일에 창립 80주년 기념 행사를 했다. 토종 자동차 브랜드 가운데 가장 역사가 긴 만큼, 기념하기에 충분한 의미가 있고 축하할 만한 일이다. 관점에 따라 평가는 다를 수 있겠지만, 자전거로 시작해 이륜차, 삼륜차를 거쳐 사륜차를 만들기까지의 과정을 차근차근 밟아온 자동차 업체는 세계적으로 봐도 드물다. 그런 점을 보면, 기아의 80년은 한국인 누구라도 자부심을 갖기에 충분한 역사적 자산이다.

Kia 80th Anniversary Ceremony / 기아 80주년 기념 행사

기아가 어떻게 생각하고 준비했느냐에 관계없이 외부인의 제3자적 관점에서 좀 더 의미를 부여하면, 그날 있었던 행사는 80주년을 기념하는 일련의 행보를 마무리하는 것으로 해석하고 싶다. 다만 그 행보라는 게 실제로 있었는지는 잘 모르겠다.

창업주 학산 김철호 선생이 기아의 모태가 된 경성정공을 세운 때는 1944년 12월 11일이다. 엄밀히 말하면 2024년 12월 11일이 기아의 창립 80주년 기념일이다. 내부적으로 어떤 일이 있었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날, 적어도 나 같은 외부인이 알 수 있을 만한 기념 행사는 열리지 않았다. 그 전후 시기에 있었던 행사 역시 서울 압구정동 기아 360에서 열린 헤리티지 관련 전시 말고는 딱히 기억나는 것이 없다. 뉴스를 검색하면 창립 80주년 기념 전사 마라톤 대회가 나오긴 하지만, 회사 외부 사람들에게는 별다른 의미가 없는 일이었다.

Kia 80th Anniversary Ceremony / 기아 80주년 기념 행사

상식적으로 생각하면, 역사를 기념하는 행사는 10년 단위 혹은 사반세기 단위로 하는 시기가 정점이 되기 마련이다. 그리고 그 전후로 분위기를 띄우거나 정리하는 이벤트를 펼치는 것이 자연스럽다. 그건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세계 각국 자동차 브랜드들을 봐도 대부분 그랬다. 그런 관점에서 ’80주년’이라는 숫자의 상징성은 크게 돋보이지 않는다.

어색한 점은 더 있다. 기아가 창립 80주년을 기념하는 차원에서 펼친 일들은 80주년을 맞은 해가 한창 흘러가는 도중에 진행되었다. 역사에 의미를 부여하고 그 의미를 중요하게 생각했다면 이미 지난해에 분위기를 띄우는 작업들이 이루어졌어야 한다. 기아의 역사를 되새길 만한 과거 자료를 모으는 트레저 헌트 같은 이벤트도 미리 했어야 했고, 행사는 못했을지언정 그간의 역사를 정리한 80년사 발간 정도는 80주년이 되는 시기에 맞춰 했으면 좋았을 것이다. 흔히 이야기하는 ‘붐 업(boom up)’ 과정이 있어야 기념의 의미도 커지고 회사 외부에서도 주목할 수 있기 때문이다.

2025 Kia Treasure Hunt event / 2025 기아 트레저 헌트 이벤트

기념 행사 자체도 그렇다. 창립 80주년 기념 행사는 2024년 12월 11일에 열렸어야 맞다. 물론 2024년 12월에는 계엄령 선포 여파와 제주항공 여객기 무안공항 사고 등으로 온 나라가 혼란을 겪은 만큼, 기념 행사를 하기 어려운 여건이기는 했다. 그러나 뭔가 역사의 이정표를 세울 준비를 하고 있음을 밖에서 느낄 수 없었기에, 외부에서는 ‘기아가 예상치 못했던 변수로 제대로 행사를 치르지 못했구나’라고 생각하며 아쉽게 생각할 일도 없었다.

기념을 위한 활동이 체계적으로 진행되어 왔다면, 행사 시기를 혼란이 어느 정도 정리된 뒤인 여름이나 가을로 잡아도 무리는 없었을 것이다. 창립 81주년 기념일을 며칠 앞둔 날에 열린 창립 80주년 기념 행사는 조금 과격하게 말하면 기념의 의미를 어색하게 만들 뿐 아니라 진정성을 퇴색시키기까지 한다.

Kia 80th Anniversary Ceremony / 기아 80주년 기념 행사

그럼에도, 창립 80주년이 다 가기 전에 과거를 되새기는 행사를 하고 역사를 정리하는 기회를 만들었다는 점은 의미가 크다. 특히 현대자동차그룹의 일원이 된 뒤로 좀처럼 내지 못했던 기아의 역사적 정체성에 관한 목소리를 제대로 낼 수 있게 되었다는 사실만으로도 그렇다. 이제는 세계 어디에 내놓아도 아쉬울 것 없는 브랜드가 된 마당에, 그 뿌리가 깊고 튼튼하다는 이야기도 자신있게 할 수 있어야 한다.

이번에 열린 행사는 그런 기아의 입지 변화를 상징한다고 생각한다. 지나온 80년의 굴곡이 다가올 기아의 80년을 성장으로 이끌 밑거름이 되길 빈다.

:다음 게시물 >>

댓글 남기기

이 사이트는 스팸을 줄이는 아키스밋을 사용합니다. 댓글이 어떻게 처리되는지 알아보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