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olkswagen_Polo_ad

[ 동아일보 2003년 12월 22일자에 실린 글입니다. ]

한 자동차의 잡지 광고. 잡지의 양면에 미국의 한 도시처럼 보이는 텅 빈 거리가 펼쳐져있다. 도로 한쪽에는 여러 차들이 일렬로 주차돼 있고 방금 도착한 듯한 경찰차가 등을 켠 채 서 있다. 그리고 한 대의 차 뒤편에 모든 경찰이 몸을 숨기고 지면에는 보이지 않는 반대편의 ‘강도’를 향해 순순히 항복하라는 듯 확성기를 들고 이야기를 한다. 미국의 거리인 만큼 덩치 큰 미국 세단들 뒤에 몸을 숨길 법도 한데 경찰들이 몸을 숨긴 곳은 그들이 타고 온 경찰차도 아닌 작은 독일산 소형차의 뒤편이다.

외국 자동차 잡지를 보면 잡지 기사만큼이나 흥미진진한 것이 바로 자동차 광고들이다. 물론 평범하게 자동차의 기능이나 경제성, 새로운 기술을 설명한 광고들도 많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지면 위에 펼쳐진 사진이나 짤막하게 곁들여진 광고문안을 읽은 뒤에 그 광고가 의미하는 바를 깨닫고는 미소를 지을 수 있는 아이디어 광고들이 적지 않다.

제품광고는 보는 사람의 시선을 끌어당기고 제품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키는 것, 나아가 소비자가 그 제품을 구입하고 싶게 만드는 것이 그 목적이다. 자동차의 경우 구매동기가 워낙 다양한 제품이기 때문에 외국에서는 자동차 광고가 가장 어렵고도 비중 있는 광고에 속한다. 그만큼 아이디어가 돋보이는 탁월한 광고들을 많이 볼 수 있고 때로는 유머를 위한 과장이 큰 효과를 불러일으킬 때도 있다.

하지만 아직 우리나라의 자동차 광고는 밋밋하기가 그지없다. 제품 사진 한 장에 주요 특징들만 나열된 형식 외에는 찾아보기가 힘들다. 만약 위에 예를 든 광고가 우리나라에도 적용된다면 보기만 해도 재미있는 사진들보다는 ‘작지만 튼튼한 차’라는 설명이 더 강조될지도 모른다. 광고의 비주얼한 즐거움은 사라져 버린 채….

이런 국내의 현상은 광고를 둘러싼 규제가 심한 탓도 있겠지만 시비를 피하고 안전한 길만 가려는 의도 때문은 아닌지 모르겠다. 혹 소비자들이 광고의 기발한 아이디어를 이해하지 못하리라는 생각 때문일까. 소비자가 공감할 만한 재미를 준다면 한번 해볼 만한 모험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