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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12월 오토카 한국판에 실린 글입니다]

가을로 접어들면서 하늘 모르고 치솟던 기름값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서울 시내 간선도로는 한창 기름값이 비쌀 때에도 출퇴근 시간은 정체가 끊이지 않았지만, 고유가가 한창 절정일 무렵과 비교해 보면 구석구석의 도로는 여유가 훨씬 적어졌다. 다시 사람들이 차를 열심히 가지고 다니고 있다는 증거다. 그럼에도 새차는 좀처럼 팔리지 않는다. 판매급감으로 국내 자동차 메이커들은 생산 및 재고조정에 들어갔다. 당분간 공장을 놀리겠다는 회사도, 덜 팔리는 차의 생산여력을 조금이나마 더 팔리는 차쪽으로 돌리겠다는 회사도 있다. 확실히 자동차 메이커들에게는 어려운 시기다.

IMF 경제위기 때에 경험했다시피, 경제가 어려우면 승용차 판매는 전반적으로 줄어든다. 10년 전의 경향을 보면 경차와 준중형차의 감소폭이 상대적으로 적고 소형차와 중형차의 감소폭이 상대적으로 컸다. 요즘의 흐름을 보면 이런 현상이 반복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같은 흐름이 반복되고 있는 것은 10년 전과 지금의 국내 승용차 시장, 꼭 집어 이야기하자면 소비자들이 살 수 있는 제품구성(포트폴리오라고 해야 하나?)이 거의 달라진 게 없음을 보여준다. 관념적으로 생각하면 경제가 어려우면 작고 경제적인 차가 많이 팔리고, 크고 부담스러운 차가 적게 팔리는 것이 당연하다. 그러나 꼭 그렇지만은 않은 것이 우리나라 시장의 특징이다. 특히 이런 상황에서도 소형차 판매가 바닥을 기는 것은 외국인(서구인)의 상식으로는 이해하기 힘들 것이다.

소형차 살 사람이 경차를 사고, 준중형차 살 사람이 소형차를 사는 식의 구매력 이전이 이루어지지 않는 이유는 간단하다. 소형차가 소비자들의 기대이익을 만족시키지 못하기 때문이다. 우선 경차와 소형차, 소형차와 준중형차의 값 차이가 크지 않고, 세제상으로 소형차와 준중형차는 거의 다를 바 없다. 경제성에 있어서도 소형차와 준중형차의 연비 차이는 미미하고, 오히려 몇몇 준중형차들은 소형차를 뛰어넘기까지 한다. 또한 경차나 소형차들의 적지 않은 수가 첫 차 또는 한 가구의 보조이동수단(세컨드카), 그리고 업무용 수요로 충당된다. 이처럼 단순한 이동수단 개념으로 쓸 차라면 허리띠를 졸라매야 할 소비자들이 조금이라도 세제혜택이 있는 경차를 선택하게 되는 것은 당연한 순리다. IMF 경제위기 때 많은 사람들이 이런 사실을 지적했지만 지난 10년 동안 달라진 것은 전혀 없다.

이번에 겪는 경제위기는 IMF의 경험에서도 바꾸지 못한 것을 바꿀 수 있는 좋은 기회다. 따지고 보면 국내에서 소형차가 어려움을 겪는 가장 큰 이유는 법과 규제, 그리고 소비자들의 인식이다. 세계적인 경제위기에 미국을 비롯해 해외 주요 자동차 생산국에서는 자국 자동차 산업을 보호하기 위한 장치를 본격적으로 만들 기세다. 남들이 이렇게 나오는 마당에, 정부는 무역마찰을 피하기 위해 작은 차에 대한 인센티브를 포기했던 그간의 자세를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 무역마찰은 피하는 것이 좋지만, 지나치게 대외적인 면만 고려한다면 남 좋은 일만 하게 되는 결과를 낳을 수도 있다. 이번 기회에 승용차와 관련된 세제를 꼼꼼히 따져 발전적인 틀을 잘 마련한다면 소형차의 매력이 커져 소비자들의 인식이 바뀔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할 수 있고, 경제성 높은 소형차가 내수 시장에서 자리를 잡을 수 있을 것이다.

경제위기가 다시 반복되지 않으리라는 법은 없다. 어려울 때 소형차라도 많이 팔린다면 자동차 업계의 시름은 크게 줄 것이다. 자동차 산업의 미래를 생각해서라도 이번 위기를 새로운 기회로 만들려는 노력이 절실하다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