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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1월 오토카 한국판에 실린 글입니다]

요즘 필자의 어머니가 편찮으셔서 차를 세워두실 때가 많다. 그래서 부모님 댁과 병원 오가는 길에 어머니 차(기아 쏘렌토 VGT 4WD LX A/T 07년식)를 필자가 모는 일이 많아졌고, 필자의 아파트 주차장에 차를 세워놓고 며칠에 한 번씩 움직여줄 때도 있다. 어머니가 12년 만에 차를 바꾸실 때 몇 개 차종 가운데 고민을 하실 때 필자가 쏘렌토를 강력히 추천했기 때문에 필자의 차 같은 기분이 들기도 한다.

그래서 며칠에 한 번씩 몰 때마다 필자의 차처럼 편안한 마음으로 몰게 된다.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당대에 나온 보디 온 프레임 방식 SUV 가운데 쏘렌토만큼 잘 나온 차도 드물다. 연식을 생각하면 이전에 있었던 트러블들도 거의 개선되었고, 그레이드로 보면 나이 드신 어른이 주로 쓰시기에 복잡하거나 골치 아픈 장비도 달려있지 않아 아주 잘 뽑았다고 생각한다. 부모님이 겨울철 노면이 좋지 않은 동네에 사시기 때문에 간단히 조작할 수 있는 4WD 기능이 있는 것도 든든하다.

며칠 전에도 출퇴근길에 쏘렌토를 몰았는데, 평소 모는 현대 i30으로 달리는 출퇴근길과 많이 비교가 되었다. 평소 i30을 몰고 퇴근할 때에는 ‘집에 빨리 가서 쉬어야 겠다’는 생각으로 제법 적극적으로 운전하는데, 차가 편하면 운전도 느긋해지는 것인지 쏘렌토를 몰다 보니 그런 강박증은 전혀 들지 않았다. 보디 온 프레임 방식 차체에 어느 정도 오프로드 주행을 고려한 서스펜션 세팅 때문에 ‘스포티’하다는 느낌과는 거리가 먼 것은 사실이지만, 단순한 출퇴근을 위해 달릴 때에는 차가 너무 편하다.

핸들링도 차의 구조나 콘셉트를 생각하면 비교적 정갈한 편이어서 차의 움직임에 대응하기 위해 신경을 곤두세울 필요도 없다. 편평비가 큰 타이어 하며, 보통 승용차에 비하면 꽤 출렁거리는 서스펜션도 고르지 못한 출퇴근길의 노면을 의식하지 않게 해 준다. 자연스럽게 ‘세월아 네월아’ 하며 제한속도를 넘기지 않는 얌전운전을 하게 된다. 적산거리계의 숫자에 20이 더해지는 사이, 남은 연료로 갈 수 있는 거리는 10km만 줄어드는 경험도 하게 되고 말이다.

이런 식으로 쏘렌토를 몰고 퇴근하는 길에, 집에 거의 도착할 무렵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도대체 어떻게 차를 여기까지 몰고 온 거야?’ 60km 가까운 퇴근길이 거의 기억이 나지 않는 것이다. 이래도 흥, 저래도 출렁 하는 차를 몰다 보니 아무 생각 없이 그냥 앞으로만 달려온 것. 미션은 자동이겠다, 슬쩍 액셀러레이터에만 발을 올려놓으면 느긋하게 가속이 이루어지고, 운전석이 높으니 시야가 좋아 앞에 펼쳐진 교통상황을 일찌감치 보고 설렁설렁 대응하면 굳이 힘껏 브레이크를 밟지 않아도 흐름을 따라가게 되고, 그러는 사이 그냥저냥 목적지는 가까와지니 말이다.

요즘 거리를 달리는 운전자들 가운데에는 정말 안드로메다 성인들의 개념학습에 몸바쳐 일조하는 분들이 참 많이 보인다. 그런 분들이 늘어나는 이유 가운데에는 운전을 무념무상으로 하게 만드는 편안한 차들이 많아진 것도 한 몫 하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자동차를 몬다는 것이 사람 생명을 좌우할 수도 있는 일인데, 긴장 없이 운전하다 보면 그런 것을 전혀 의식하지 않게 될 수도 있다. 그렇다고 다른 피곤한 일도 많은데, 그저 A지점에서 B지점으로 움직이기 위한 운전까지 바짝 긴장하며 해야 하는 것도 피하고 싶은 일일 것이다.

운전 자체를 즐기지 않는 다음에야 쉽고 편하게 운전하는 것이 좋게 느껴질 수도 있겠지만, 어차피 편안한 차에서 여유를 느끼고 싶다면 운전도 여유 있는 마음으로 하려는 분들이 많아졌으면 하고 생각해 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