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타이어 Tire Family 2010년 9월호에 실린 글입니다. ]

자동차의 일꾼으로 각종 산업 활동의 원동력이 되는 트럭은 승용차의 화려함에 가려져 주목받지 못할 때가 많다. 우리 주변만 살펴보더라도 우리나라의 자동차 판매에 관한 뉴스들을 보면 대부분 승용차만을 다룬 것들이 많다. 일반적인 관심사가 승용차에 집중되어있고, 전체 자동차 판매에서 승용차가 차지하는 비중이 크기 때문이다. 하지만 차급과 차종을 가리지 않고 많이 팔리는 차를 살펴보면 흥미롭게도 1톤 트럭이 빠지지 않는다. 미국에서도 인기 픽업트럭의 판매대수는 베스트셀러 승용차와 맞먹는 수준이다. 산업이 발달한 선진국에서는 물류와 유통의 역군으로, 저개발국가에서는 서민의 발 역할을 하며 사랑받는 존재가 바로 트럭이다.

트럭도 승용차와 마찬가지로 자동차의 역사와 궤를 같이 하며 다양하게 변화하고 발전해 왔다. 트럭이라는 말은 바퀴를 뜻하는 라틴어 트로쿠스(trochus), 그리스어 트로코스(trochos)에 뿌리를 두고 있다. 자동차가 등장하기 이전에는 기차에서 우리말로 대차(臺車)라고 하는 바퀴와 차축, 차체를 연결시키는 부분을 통틀어 트럭이라고 불렀다. 그래서 처음 자동차 트럭이 등장했을 때에는 기차의 것과 구분하기 위해 모터 트럭(motor truck)이라고 부르다가 차츰 간단한 트럭이라는 이름으로 굳어지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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휘발유 엔진 트럭은 1896년 고틀립 다임러가 처음 개발했다

물론 자동차가 등장하기 이전에도 짐마차나 우마차처럼 짐을 주로 싣는 탈것들이 있었고, 증기기관이 발명된 이후에는 증기기관 트럭이 쓰이기도 했다. 하지만 내연기관을 쓰는 자동차가 발명된 후 곧바로 자동차 형태의 트럭이 등장한 것은 아니었다. 휘발유 엔진 자동차가 처음 등장한 것은 1896년으로, 자동차가 발명된 지 10년이나 흐른 뒤였다. 이 첫 트럭을 만든 것은 첫 자동차를 발명한 인물 중 하나인 독일의 고틀리프 다임러였다. 2년 뒤인 1898년에는 미국에서도 윈튼 컴퍼니라는 회사가 처음으로 트럭을 생산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자동차가 만들어진 초창기에는 승용차에 비해 트럭의 발전 속도는 무척 더뎠다. 짐을 싣고 움직이기에 충분한 힘을 낼 수 있는 강력한 엔진이 쉽게 개발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승용차와 같은 설계에 차체 뒤쪽을 짐칸으로 꾸민 차들이 있기는 했지만, 승용차용 엔진을 그대로 썼기 때문에 승용차만큼 빠른 속도를 낼 수 없었다. 트럭 발전에 또 하나의 걸림돌이 된 것은 타이어였다. 포장되지 않은 거친 길에서 승차감을 안락하게 해 주는 공기주입식 타이어가 승용차에 쓰이기 시작한 후에도, 짐의 무게를 버틸 수 있는 트럭용 타이어가 개발되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흘러야 했다. 그 전까지 대부분의 트럭은 철제 휠에 통 고무를 씌운 바퀴를 썼는데, 이런 바퀴는 승차감도 나빴고 빠른 속도를 내기도 어려웠다.

이 때문에 발전 속도가 느렸던 트럭은 제1차 세계대전을 거치며 빠르게 발전하기 시작했다. 전장인 유럽에서는 군수물자와 병력을 빠르게 전선으로 보내기 위해 자동차를 활용하면서, 트럭의 필요성과 중요성이 인정받기 시작했다. 전쟁이 끝난 후 공업화가 빠르게 진행된 미국에서도 철도망을 중심으로 단거리 화물수송이 본격화되었고, 트럭의 성능이 좋아지면서 트럭을 이용한 장거리 화물수송도 시작되었다.

1924 Model T Truck
미국 픽업 트럭의 효시인 포드 모델 T 트럭

특히 1917년에 포드가 규격화된 생산으로 품질을 높인 모델 T 1톤 트럭을 내놓자 이에 자극받은 미국의 여러 자동차 메이커들이 잇따라 비슷한 트럭을 내놓으며 트럭이 대중적으로 보급될 수 있었다. 한편 포드 모델 T 1톤 트럭은 픽업트럭의 효시로도 알려져 있다. 픽업트럭이라는 이름은 크고 많은 화물을 싣는 중형 및 대형 트럭에 비해 짐칸 바닥이 낮아 차 옆이나 뒤에 서서 물건을 들어올려(pick-up) 쉽게 싣고 내릴 수 있어 붙은 이름이다. 이후 포드가 1948년부터 만들기 시작한 F 시리즈는 지금까지도 미국 시장에서 가장 인기 있는 픽업트럭으로 자리 잡고 있다.

Der erste Lastwagen mit Direkteinspritzung, 1924.
1924년 독일 MAN이 처음 내놓은 직접연료분사식 디젤 엔진 트럭

트럭 발전은 디젤 엔진이 본격적으로 쓰이기 시작한 1920년대로 접어들며 한층 가속도가 붙었다. 1924년 독일 MAN이 직접연료분사식 디젤 엔진을 얹은 트럭을 개발한 이후 유럽에서부터 디젤 트럭이 널리 퍼지기 시작했고, 1930년대에는 미국으로 확대되기 시작했다. 연료소비가 적으면서 큰 힘을 내는 디젤 엔진으로 많은 짐을 싣고 장거리 주행이 가능하게 되어 트럭의 경제성과 적재능력을 훨씬 높여주었다.

또한 1950년대에 규격화된 콘테이너가 쓰이기 시작하면서 흔히 트레일러 트럭이라 불리는 연결식 트럭이 새롭게 등장했다. 연결식 트럭의 등장으로 콘테이너를 이용해 많은 양의 화물을 콘테이너선이 있는 항구까지 장거리 운송하는 형태의 새로운 운송형태가 등장했고, 유럽과 미국 등에서는 한 번에 며칠씩 걸리는 운송기간 때문에 운전자들이 차 안에서 생활을 하는 독특한 생활양식도 만들어졌다. 이런 운전자들에게 트러커(trucker)라는 별명이 붙을 정도로 일반화되면서 지금은 트러커들의 생활양식이 자동차가 만들어낸 하나의 문화로 인정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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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드 트레인은 호주에서만 볼 수 있는 독특한 트레일러 트럭이다

트럭은 세계 여러 나라에서 그 나라의 환경에 따라 다양한 모습으로 존재하는데, 호주에서는 트레일러 트럭이 한층 진화한 색다른 모습을 만날 수 있다. 이른바 로드 트레인(road train)이라는 것으로, 트럭(견인차 역할을 하기 때문에 트랙터라고 한다)이 한 개의 트레일러만 끄는 것이 아니라 줄줄이 여러 개의 트레일러를 끌고 움직인다. 이름 그대로 길 위를 달리는 열차라고 할 수 있는데, 넓은 사막 안에 있는 도시나 마을 사이의 물자를 수송하는데 쓰인다. 비슷한 자연조건이 있는 미국에서도 있을 법하지만, 미국은 법규에서 트레일러의 길이에 제한을 두고 있기 때문에 오로지 호주만 볼 수 있는 독특한 형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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덤프 트럭은 영국에서는 티퍼 로리라고 부른다

한편 같은 영어라도 트럭을 부르는 이름은 영국과 호주 등 영국 영어권과 미국이 다른 것이 많다. 개방된 짐칸이 있는 일반적인 상용차를 부르는 트럭은 미국식 영어이고, 같은 차를 가리키는 영국식 영어는 로리(lorry)다. 유조차를 가리키는 말인 ‘탱크로리’의 로리는 영국식 영어가 남아 있는 것이다. 짐칸을 기울여 화물을 쏟을 수 있는 트럭을 말하는 덤프트럭은 영국에서는 티퍼(tipper) 로리라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