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토카 한국판 2011년 3월호에 실린 글입니다. ]

얼마 전, 지난 여름에 구입했던 13년 묵은 중고차를 팔아버렸다. 낡은 차 치곤 썩 나쁘지 않은 상태였고 중형차면서도 수동변속기가 달려 있어 연비도 괜찮은 편이었다. 하지만 왕복 100km 가까운 출퇴근 거리에 갑자기 치솟은 휘발유 값과 조금씩 들어가는 수리비는 이내 경제적인 부담으로 다가왔다. 여건상 어쩔 수 없이 생전 처음으로 중고차를 구입해 봤지만, 새 차를 사서 몇 년 타다가 파는 쪽이 내 스타일에는 더 잘 맞는다는 사실을 다시 한 번 확인하는 결과가 되었다.

그래도 여전히 자유로운 이동에 대한 욕구는 완전히 포기할 수 없어 다시 차를 알아보기 시작했다. 인생 첫 차로 구입했던 경차를 6년 동안 재미있게 탔던 기억도 떠올랐고, 와이프가 쓰는 차가 따로 있으니 어차피 출퇴근용으로 혼자 타고 다니는 데 쓸 차라면 경차도 괜찮겠다 싶었다. 최근 모델 체인지된 기아의 새 모닝도 궁금해, 요즘 경차 값은 어느 정도 하는 지 견적을 내 보았다.

결론부터 이야기 하면 한숨만 나왔다. 혹시 독자 가운데 최근 경차 가격표 보신 분이 계시려나? 내수 시장에 경차를 내놓는 양대 메이커의 가격표를 둘러보고 나서, 나는 한 가지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제 800만 원으로 살 수 있는 승용차는 없다는 것 말이다. 지난해 말까지만 해도 GM대우 가격표 상에 올라있던 마티즈 클래식이 언제부턴가 사라져버렸기 때문이다. 사실 마티즈 클래식도 800만 원으로 구입하기에는 빠듯했다. 그나마도 이제는 사라져 버렸으니 국산 경차도 바야흐로 ‘돈 천 만원은 있어야 살 수 있는 차’의 반열에 오르는 시대가 되어버렸다.

1999년에 구입했던 대우 마티즈에는 에어컨과 파워 스티어링, 알루미늄 휠을 포함해 630만 원 남짓한 가격표가 붙어 있었다. 물론 그때 구입했던 마티즈에는 에어백도, ABS도, MP3 오디오 같은 것도 없었다. 뒷자리에 앉은 사람은 창문을 열기 위해 손가락이 아닌 팔 힘을 써야 했다. 지금도 경차 가장 아랫급 모델을 사면 앞좌석 사람만 파워윈도우의 혜택을 볼 수 있는 것은 마찬가지이지만, 최소한 에어백은 4개 이상 들어 있고 배터리 방전을 막아주는 장치나 외부장치 연결용 전원 소켓 같은 것이 기본으로 붙어 나온다. 차체와 엔진 배기량은 커졌지만 연비는 더 좋아졌고, 근본적인 차체 구조도 많이 튼튼해졌다. 어느 메이커 경차든 860만 원에서 880만 원 정도를 주면 그런 차를 살 수 있다.

본지 2010년 12월호에 내가 썼던 칼럼에 ‘국산차 값이 오르긴 했지만 오른 값에 비하면 우리가 얻을 수 있는 혜택이 더 많다’고 했던 이야기는 지금 생각해봐도 틀린 얘기는 아니다. 더 나아지고 더 많은 것을 담았으니 값이 비싸지는 것은 당연하다. 한편 경차와 윗급 모델들과의 가격차이가 점점 더 커지고 있으니, 여전히 값싼 차로서 경차의 메리트는 분명히 있는 셈이다. 하지만 경차의 싼 값은 상대적인 것이지 절대적인 것이라고 하기는 어렵다. ‘이게 최선입니까? 확실해요?’라고 말하고 싶어지는 심리는 어쩔 수 없다.

엔진 얹은 깡통이었던 티코의 부활을 이야기하려는 것은 아니다. 다만 경차가 좀 더 가벼운 값으로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간단한 탈것으로서의 역할을 하는 시대가 지난 것이 아쉽다는 얘기다. 최근 일본 닛산은 일본 내에서 팔리는 소형차 마치를 전량 태국 현지공장에서 수입하고 있다. 비용이 적게 드는 저개발국가의 생산인프라를 활용해 가격경쟁력을 유지하려는 전략이다. 편의장비가 조금 적어도 좋으니, 이처럼 해외에서 생산되는 경차를 염가에 수입해 팔면 어떨까? 음식점이나 대형 마트에서도 가끔씩 ‘10년 전 가격에 모십니다!’라며 반값 이벤트를 펼치고 있는데, 자동차 시장에서도 그런 모습을 볼 수 있으면 참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