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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일보 2014년 1월 14일자에 실린 글입니다. ]

‘세계 최초의 자동차’라고 하면 흔히 벤츠를 떠올린다. 대개 1886년에 독일의 카를 벤츠가 특허 등록한 자동차를 첫 자동차로 꼽기 때문이다. 카를 벤츠가 만하임에 자신의 이름을 내건 회사를 세운 것은 그보다 앞선 1883년이었다. 벤츠의 회사는 자동차 이전에는 산업용 엔진을 만들었고, 첫 자동차에 쓰인 엔진 역시 벤츠가 만든 것이었다.

비슷한 시기에 슈투트가르트에서는 고틀리프 다임러가 비슷한 방법으로 독자적인 자동차를 만들었다. 그러나 다임러가 자신의 회사를 세운 것은 1900년의 일이었다. 벤츠와 다임러의 회사는 1926년에 합병해 다임러 벤츠로 이름을 바꾸었고, 이 회사는 독일을 대표하는 고급차 브랜드인 메르세데스-벤츠를 만드는 다임러로 발전해 지금에 이르고 있다. 이렇게 보면 다임러는 가장 오랫동안 자동차를 만든 회사임에 틀림 없다.

하지만 자동차를 만든 역사와는 별개로, 지금 자동차를 만드는 회사들 가운데에는 다임러보다 더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곳들도 있다. 미국 GM의 독일 자회사인 오펠은 벤츠보다 20년 앞선 1863년에 설립되었다. 물론 처음부터 자동차를 만든 것은 아니었다. 오펠이 만든 첫 제품은 재봉틀이었고, 그 다음에는 자전거였다. 자동차 생산은 1899년부터 시작했다. 벤츠에 비하면 늦은 출발이었지만, 그래도 자동차 만들기 역사는 100년을 훌쩍 뛰어 넘는다. 이탈리아 최대의 자동차 회사인 피아트도 1899년에 설립과 함께 자동차를 만들기 시작했다.

물론 그보다 더 긴 역사를 가진 회사도 찾아볼 수 있다. 그 가운데 벤츠보다 1년 늦은 1897년에 첫 차를 만든 체코의 타트라를 빼놓을 수 없다. 회사 이름이 타트라가 된 것은 1919년의 일이지만, 창업년도는 1850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심지어 초기의 벤츠 차는 실험적인 성격이 강했지만, 타트라의 첫 차는 처음부터 판매 목적으로 만들어졌다. 일찌감치 마차 제조업체로 시작했던 덕분에 당시로서는 완성도가 높은 편이었다.

그러나 타트라의 역사도 프랑스 푸조에 비하면 짧은 편이다. 푸조야 말로 현존하는 자동차 회사 가운데 가장 오랜 역사를 자랑한다. 커피 그라인더 등 생활용품을 제조하던 가족기업이 금속 부품을 만들며 본격적인 회사로 탈바꿈한 것이 1810년의 일이었다. 이후 자전거 생산을 거쳐 자동차를 만들기 시작한 것은 1890년이 되어서였다. 프랑스 소쇼 지방에 있는 푸조 박물관에 가면 후추통에서 자동차에 이르기까지 그동안 푸조가 만들었던 다양한 제품들을 둘러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