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86-Benz-Patent-Motorwagen

[ 한국일보 2014년 3월 18일자에 실린 글입니다. ]

세계에서 가장 먼저 만들어진 자동차는 벤츠 파텐트 모토바겐이다. 카를 벤츠가 독일 특허국에 출원한 내연기관으로 움직이는 자동차에 관한 특허가 1886년 1월에 승인받으면서 공식적인 첫 자동차가 되었다. 이때 벤츠가 받은 특허는 2011년에 세계 문화 유산으로 등록되기도 했다. 그는 이후 몇 년에 걸쳐 이 특허 설계로 모두 25대의 자동차를 만들었다. 그 가운데 가장 먼저 완성된 차는 나중에 분해 후 재조립되어 독일 뮌헨 교통박물관에 기증되었고, 1888년에 만들어진 또 다른 한 대는 1957년에 전체적인 보수작업을 한 것 외에는 처음 만들어진 상태로 1913년부터 영국 런던 과학박물관이 소장하고 있다. 두 차 모두 만들어진 지 100년이 훨씬 넘는 지금까지 온전한 상태로 잘 보존되어 있다.

그런데 두 박물관 말고도 벤츠 파텐트 모터카를 볼 수 있는 곳은 무척 많다. 필자가 취재와 여행을 위해 세계 여러 나라를 다니면서 각기 다른 곳에서 본 것만도 네 대에 이르고, 우리나라에도 한 대가 전시되어 있다. 심지어 실제로 움직이는 차에 타볼 수도 있었다. 세계 각지의 박물관에 전시되어 있거나 개인이 소장하고 있는 벤츠 파텐트 모터카를 전부 합치면 벤츠가 만들었다는 25대보다 훨씬 더 많다. 어떻게 된 일일까?

사실 앞서 이야기한 두 대의 실물을 제외한 나머지는 모두 복제품이다. 이전에도 복제차 몇 대가 제작되기는 했지만, 메르세데스-벤츠는 1993년부터 체계적인 계획을 세워 준비한 끝에 2002년부터 2003년 사이에 모두 100대의 파텐트 모터카 복제품을 제작했다. 이 복제품들은 이미 완성된 차가 아니라 원래 설계 도면을 근거로 처음부터 새로 만든 것들이다. 물론 모든 도면이 남아있지는 않아 다른 자료를 참고하기도 했다. 그러나 19세기의 설계와 기술, 제작방식을 21세기에 똑같이 재현한 것은 벤츠의 첫 차에 관한 자료가 지금까지 남아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메르세데스-벤츠가 운영하고 있는 클래식 자료 보관소에는 그 밖에도 제2차 세계대전 중에 일부 유실된 것을 빼면 카를 벤츠와 고틀리프 다임러가 자동차를 만들기 전부터 지금까지 만든 자동차와 기업활동에 관계된 거의 모든 자료와 기록이 보존되어 있다. 소장하고 있는 자료 가운데 문서만 한 줄로 늘어 놓아도 길이가 약 15km에 이를 정도라고 한다. 문서뿐 아니라 사진, 필름, 오디오 테이프 등 수많은 자료들이 온도와 습도가 최적으로 조절되는 시설에서 조심스럽게 보존되고 있다.

이처럼 자료와 기록을 소중히 여기고 보존하는 것은 역사적 자료 이상의 가치가 있기 때문이다. 지금도 메르세데스-벤츠는 아무리 오래되어 단종된 차라도 자료를 바탕으로 부품을 만들어 공급할 수 있다. 파텐트 모토바겐처럼 처음부터 새 차를 조립해 완성할 수도 있을 정도다. 새차를 만들어 파는 것도 중요하지만 과거의 차를 소유한 고객도 만족시키는 것이 회사의 이미지를 높이고 브랜드 가치를 키운다는 것을 메르세데스-벤츠는 몸소 실천해 보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