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일보 2015년 10월 19일자에 ‘단순하게, 가볍게… 로터스 스포츠카의 교훈’이라는 제목으로 실린 글입니다.]
요즘 자동차 회사들은 차 무게를 줄이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가벼운 차는 무거운 차에 비해 장점이 많다. 차체가 가벼우면 엔진이 감당하는 무게가 줄어, 적은 힘으로도 뛰어난 성능을 낼 수 있을뿐 아니라 연료소비와 유해 배기가스 배출량도 줄어든다. 고효율과 친환경이 자동차의 필수 요소가 되면서, 다운사이징(출력 저하 없이 배기량을 줄인 엔진을 사용하는 것)과 더불어 자동차의 경량화를 택하는 것이다.
경량화의 장점은 모터스포츠에서 먼저 받아들였다. 경주차의 성능은 승부에 가장 크게 영향을 주는 요소 중 하나여서, 규정 안에서 가장 가볍게 만드는 것은 경주차 만들기의 기본이다. 그러나 한때는 경주차의 성능을 고성능 엔진에 주로 의존하던 시절도 있었다. 이유는 간단했다. 다른 차들보다 더 빨리 달려야 이기기 수월해지기 때문이다.
성능을 높이는 기술이 한정되어 있던 과거에는 대개 고성능 차를 만들기 위해 배기량이 큰 엔진을 얹는 방법을 썼다. 그렇던 경주차 제작 패러다임에 경량화가 중요한 영역을 차지하기 시작한 데에는 한 인물의 영향력이 크게 작용했다. 로터스의 창업자인 영국인 콜린 채프먼이 바로 그 주인공이다.
채프먼은 창의성이 뛰어나고 도전정신이 투철한 엔지니어였다. 대학에서 기계공학을 전공한 그는 자신의 지식과 알루미늄 회사에서 일한 경험을 자동차 제작에 반영했다. 그가 남긴 명언 중에는 이런 것이 있다. “엔진 출력을 높이면 직선 구간에서 더 빨리 달릴 수 있다. 그러나 차의 무게를 줄이면 모든 구간에서 더 빨리 달릴 수 있다.”
이런 철학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그의 경주차는 1950년대 후반부터 모터스포츠에서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했고, 1960년대에는 일반 소비자가 살 수 있는 스포츠카 제작에도 뛰어들었다. 예나 지금이나 로터스 스포츠카는 가벼운 차체와 작은 엔진을 조합해 뛰어난 성능을 내는 것으로 유명하다.
54세였던 1982년에 심장마비로 세상을 떠날 때까지 채프먼은 모터스포츠에서 가장 많은 혁신을 이루어낸 인물 중 하나로 손꼽혔다. 그는 경량화뿐 아니라 엔진 이외 분야의 혁신으로 차의 성능을 더욱 높일 수 있음을 입증했다. 생전에 그가 이끌었던 팀 로터스는 F1에서 가장 많은 7차례의 컨스트럭터(경주차 제조업체) 챔피언을 차지했다. F1의 강자인 페라리도 그가 사망한 1982년에야 세울 수 있었던 기록이다.
자동차에서 성능과 효율은 일맥상통하는 면이 있다. 어느 것이든 낭비되는 것을 최소화해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채프먼이 남긴 다음 말은 효율이 중시되는 미래의 자동차에도 고스란히 적용될 것이다. “단순화하고, 가벼움을 더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