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만 사라져줘 – 유리창

[ 모터트렌드 한국판 2017년 7월호 피처 기사 ‘그만 사라져줘’에 실린 제 글입니다. 모터트렌드 기자 및 필자들이 꼽은, 자동차에서 사라질 것 같거나 사라져야할 것들을 모은 내용의 글 중 일부입니다. ]

여러분은 유리창 없는 자동차를 생각해 본 적이 있는가? 아주 먼 미래가 될지, 예상 밖으로 빨리 현실로 다가올지 확신하기는 어렵지만, 유리창 없는 자동차가 나올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해 본다. 물론 그 바탕에는 자율주행 기술의 발전이 깔려 있다. 자율주행차 관련 법규와 제도가 정비되고 아예 사람이 몰지 않는 것을 전제로 하는 차가 나온다면 굳이 운전자가 주변 상황을 눈으로 직접 확인할 필요도 없다. 운전에 책임질 필요가 없으니 밖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신경을 쓰지 않아도 된다. 그렇다면 굳이 유리창이 필요하지 않다는 이야기다. 

자동차에서 유리창의 기본 역할은 운전자가 주변 상황을 눈으로 직접 확인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즉 운전자가 차를 몰 때 안전을 책임진다는 범위 안에서 존재 의미가 있다는 이야기다. 물론 차에 탄 사람들이 여행하면서 풍경을 보거나 햇빛을 쬐는 등의 역할도 있기는 하다. 그러나 중요성을 따지면 운전자 시야확보에 비할 바가 아니다. 그 점을 빼면 유리창은 자동차에서 계륵같은 존재다. 우선 유리창이 없으면 차를 더 튼튼하고 안전하게 만들 수 있다. 차체로 전달되는 충격이나 힘에 더 잘 버티는 소재나 구조로 바꿀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유리는 여름에는 햇빛을 통과시켜 실내를 뜨겁게 만들고, 겨울에는 열을 가둬놓지 못해 실내가 금세 추워진다. 방음효과도 떨어져서 오디오 세팅이 까다롭다. 유리창만 없어져도 거주성과 관련한 여러 기능은 훨씬 더 효율을 높일 수 있다.

그렇다면 자동차에서 유리창을 없애는 것이 가능할까? 재규어 랜드로버가 2014년에 발표한 기술 개념에서 가능성을 엿볼 수 있다. 우선 재규어가 발표한 360도 버추얼 어번 윈드스크린은 유리창 사이의 필러 부분에 스크린을 내장하고, 카메라를 이용해 필러에 가려진 차 외부 모습을 실시간 영상으로 표시한다. 운전자에게 가상의 360도 시야를 만들어주는 것이다. 랜드로버는 비슷한 개념인 투명 보닛을 선보였다. 보닛에 가려 보이지 않는 차 아래쪽 모습을 카메라로 찍어 앞 유리에 실시간으로 표시함으로써 마치 보닛이 투명한 것처럼 보이게 만드는 것이다. 부품업체 컨티넨탈의 AR-HUD처럼 헤드업 디스플레이의 기능과 증강현실(AR, Augmented Reality) 기술을 접목한 기술도 나오고 있다. 앞 유리 전체를 헤드업 디스플레이처럼 활용해, 실제 사물 위치와 연동해 주요 정보를 가상 이미지로 표시하는 것이다. 

이렇게 기술이 발전하면, 실내 전체를 덮는 360도 디스플레이로 유리창을 대체하는 것도 가능하다. 화면이 곡면인 커브드 TV나 스마트폰, 화면을 접을 수 있는 모바일 기기 등을 보면 얼마든지 형태가 자유로운 초대형 디스플레이도 언젠가는 나올 것이다. 디스플레이를 쓰면 투명한 유리 위에 정보를 입히는 것보다 구현하기도 싸고 쉽다. 게다가 자율주행을 위한 기술 중 감지기술의 상당 부분은 카메라 기반의 영상처리에 의존한다. 이를 더 적극 활용하면 다양한 방식으로 디스플레이에 각종 이미지 정보를 더 효과적으로 표현할 수 있다. 

유리창 없는 자동차에서 가장 충격적인 점은 겉모습이 지금까지 우리에게 익숙한 차와 크게 달라지리라는 것이다. 그러나 쓰임새부터 지금까지와는 완전히 다를, 자동차가 더는 지금 우리가 쓰고 있는 것과 다른 존재가 되는 시대에 다른 모습의 자동차가 등장하는 것은 당연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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