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벨로스터 N, 국내 소비자 어떻게 설득할 것인가

[ 2018년 5월 6일에 오토엔뉴스를 통해 다음 자동차 섹션에 실린 글의 원본입니다. ]

현대자동차는 5월 3일에 일부 매체를 대상으로 벨로스터 N 미디어 사전 체험 행사를 했다. 이미 자동차 애호가들에게 널리 알려진 대로, 벨로스터 N은 현대차의 고성능 모델 서브 브랜드다. 현대는 2015년 브랜드 공식 출범 발표를 전후해 외부 인력을 영입하고 전담 부서를 만드는 등 많은 공을 들여 N 브랜드를 준비해 왔다. 이번에 공개한 벨로스터 N은 국내에서 생산 및 판매되는 첫 N 브랜드 모델이고, 전체 N 브랜드를 통틀어서는 지난해 유럽에 출시한 i30 N 이후 두 번째로 선보이는 것이다. 

i30 N은 유럽 시장에 초점을 맞춘 모델로 유럽 현지에서 생산되기 때문에 국내에는 팔리지 않는다. 노조와의 생산지 관련 합의사항 때문에 수입판매가 불가능하다는 것은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고, 일부 애호가는 그와 관련해 노조에 대해 볼멘소리를 내기도 한다. 고성능 차는 사고 싶은데 현실적으로 차를 여러 대 구매하기 어려워, 벨로스터 N보다는 i30 N이 좀 더 현실적 매력이 크다고 느끼는 사람들이다. 5도어 해치백인 i30은 벨로스터보다 뒷좌석에 타고 내리기 편리할 뿐 아니라 적재공간도 커서, 구매를 위해 가족을 설득할 때 가족용이나 다목적으로 쓸 수 있다는 점을 내세울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벨로스터 N의 바탕이 되는 2세대 벨로스터는 1세대보다 실용성이 좀 더 나아지기는 했지만, 근본적으로 i30의 거주성을 뛰어넘지 못하는 것은 여전하다. 그리고 좌우 비대칭 도어를 갖춘 스포티한 해치백이라는 개념에 비하면 보수적이기는 해도, 스타일이 i30보다 튀는 만큼 보편적 정서로는 가족용 차로 받아들이기 어렵다. 즉 i30 N이 나왔으면 살 수도 있었을 텐데, 국내에는 벨로스터 N만 나오기 때문에 살 수 없는 사람들이 나온다는 뜻이다. 폭스바겐 골프 GTI나 골프 R의 전례를 보아도 어느 정도 설득력이 있는 이야기다.

그런 논리로 본다면, 언뜻 현대차 잠재수요가 더 큰 고성능 해치백을 노사합의 때문에 포기한 것처럼 보일 수도 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보면 꼭 그렇지만도 않다. 많은 사람이 우리나라를 해치백의 무덤이라고 이야기하고, 소형 SUV 유행이 시작된 이후로 해치백 수요는 대부분 소형 SUV쪽으로 옮겨갔다. 실제로 i30을 포함한 해치백의 국내 판매량은 영 좋지 않다. 고성능 모델이 나왔을 때 일반 모델보다 더 잘 팔릴 가능성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의미 있는 수요를 예측하기 어려운 것은 분명하다. 

그런 환경을 생각하면, 현대차 입장에서 i30은 노사합의를 깨거나 재합의를 위한 골치 아픈 과정을 거치면서 까지 국내에 수입하거나 국내에서 생산을 조정해 팔 성격의 차는 아니다. 골프의 전례가 있지 않느냐며 의문을 제기할 사람들도 있겠지만, 완성차를 수입만 해서 파는 회사와 국내에서 공장을 돌려 차를 만들어내는 회사의 입장이 같을 수는 없다. 그리고 디젤게이트 이후 달라지기는 했지만 폭스바겐이나 골프 GTI 그리고 현대나 i30 N의 브랜드 이미지나 소비자의 브랜드 충성도를 같은 선상에 놓고 비교하기는 어렵다. 

그럼에도 수요가 더 작을 수도 있는 벨로스터 N은 국내에서 팔릴 수 있는 이유는 i30의 경우와는 다르다. 일반 모델이고 N 모델이고를 떠나서, 벨로스터가 국내에 팔릴 수 있는 이유는 국내 수요가 크기 때문이 아니다. 벨로스터가 가장 인기 있는 시장은 북미고, 북미를 비롯해 전 세계에 팔리는 벨로스터는 모두 국내에 있는 울산 1공장에서 생산한다. 즉 벨로스터와 벨로스터 N 모두 수출 모델이 국내에서 생산된다는 생산지의 이점을 국내 소비자가 얻는 격이다.

게다가 i30보다는 개성 있는 모델인 만큼, 절대적 판매량보다 회사나 브랜드 이미지 관리에 미칠 긍정적 영향이 더 중요하다. 극소수이지만 고성능 차를 원하던 국내 애호가 층이 만족할 만한 차를 내놓아 어느 정도 소비자들의 불만을 누그러뜨리는 것만으로도 벨로스터 N의 역할은 충분하다.

N 브랜드의 목적은 원래 현대 전체 브랜드 이미지를 강화하는데 힘을 보태는 것이다. 물론 새로운 전략은 아니고, 이미 다른 브랜드들이 그간 해왔던 길을 따라가는 것이긴 하다. 외국에서는 소비자들이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수 있는 행보다. 그러나 국내는 형편이 다르다. N 브랜드는 국내 소비자에게 낯설 뿐 아니라 아직까지 정체성도 불분명하다. 게다가 고성능 차의 든든한 배경이 되는 모터스포츠도 국내에서는 저변이 좁고, 바탕이 되는 벨로스터도 현대는 개성 있는 차라는 점만 부각시켜 왔다.

이런 환경을 바탕으로 국내에서 N 브랜드를 소비자에게 어떻게 알리고 경험하게 만들 것이냐는 것이 N 브랜드 성공의 열쇠가 될 것이다. 자동차 시장 전체를 보더라도 차 자체보다는 라이프스타일의 일부로서의 차를 알라는 것이 요즘의 큰 흐름이다. 현대는 벨로스터 N과 N 브랜드가 자연스럽게 녹아들 수 있는 배경으로서의 라이프스타일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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