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MW와 정부, 화재 이슈에 제 역할 다해야

[ 2018년 8월 13일에 오토엔뉴스를 통해 다음 자동차 섹션에 실린 글의 원본입니다. ]

지난 칼럼에 이어, 최근 잇따른 BMW 화재와 관련해 몇 가지 더 짚고 넘어가 보자. 언론이 쏟아내는 수많은 보도와 인터넷 커뮤니티의 글들, 나아가 구전되는 여러 이야기로 BMW 화재는 어느새 국민적 관심사가 되었다. 초기에 무차별적으로 쏟아져 나오던 언론 보도는 조금씩 정제되어 가는 분위기지만, 비교적 중립적이고 정확성을 띤 정보 외에도 문제에 관한 검증되지 않은(물론 완전한 검증은 불가능하다) 추측과 잘못된 정보들까지 합세해 여러 단계를 거쳐 확대 재생산되며 불필요한 사회적 갈등과 불안감을 키우고 있다. 그처럼 많은 정보는 그 뿌리가 제각기 다르고, 깊이와 너비도 천차만별이다. 

그래서 이번 사태는 작게 보면 BMW 브랜드 차들의 결함에 초점을 맞추게 되지만, 이번 사태로 기술, 제도, 산업, 행정, 소비문화 등 우리나라 자동차 관련 분야 전반의 난맥상이 고스란히 드러났다고 볼 수 있다. 자동차라는 단어로 뭉뚱그려 표현되고는 있지만, 자동차가 사람들의 생활은 물론 사회 여러 분야에 직간접적으로 주는 영향이 크다는 사실이 다시금 입증된 셈이다.

다른 문제들에 앞서 BMW가 공식적으로 밝힌 문제 해결 과정부터 다시 한 번 살펴보자. BMW 코리아는 화재 관련 리콜 계획 발표에 이어 7월 27일부터 긴급 안전진단을 시작했는데, 이는 리콜 대상 차의 이상 여부를 확인하기 위한 사전 조치다. 8월 14일까지 이루어지는 안전진단을 통해 문제가 되는 부품을 당장 교체해야 하는 차를 선별해 화재 위험이 높은 차들부터 먼저 해결하겠다는 뜻이다. 

또한, 실제 문제 부품을 교체하는 리콜은 8월 20일부터 시작되고, 부품 교체가 시급한 차들부터 순차적으로 작업이 이루어진다. 리콜 대상 차가 10만 대가 넘기 때문에, 전체 대상 차의 리콜이 끝나기까지는 꽤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다. 여전히 EGR 문제로 화재 위험에 노출된 차들은 있을 수 있다. 지금 상황에서 확실한 것은 BMW가 화재 원인을 정확히 판단했다는 것을 전제로, 리콜 절차가 제대로 진행되고 리콜 대상 차 소유자가 차에 문제가 생기기 전에 리콜에 제대로 응한다면, 최소한 해당 원인으로 인한 문제 만큼은 해결되리라는 것 뿐이다.

다른 문제로 인한 화재는 별개의 문제다. 이미 다른 원인이 화재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어 리콜된 BMW 차도 있다. EGR 문제가 아니어도 불이 날 수 있다는 뜻이다. 물론 그런 사례는 BMW뿐 아니라 다른 브랜드 차에서도 각기 다른 원인으로 다양하게 있고, 원인이 밝혀져 리콜되었거나 그렇지 않은 차들에서도 불이 나곤 한다. 대개는 전기나 연료계통의 문제이기는 하지만, 자동차에 화재가 일어나는 원인은 다양하기 때문이다. 

그런 점을 고려하더라도, BMW 본사가 근본적 화재 원인을 제대로 파악했을 때 이번 리콜에 따른 조치가 유효한 것이지, 만약 원인을 잘못 파악했거나 전체 문제 중 일부만 해결하는 조치라면 또 다른 문제로 이어질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다. 리콜 대상이 아닌 BMW에 일어난 화재 사례들을 근거로 의혹이 제기되는 이유도 그 때문이다. 특히 EGR이 문제가 되어 발생하는 자동차 화재는 전례를 찾아보기 어려워서 더욱 그렇다. 

늦게나마 국토교통부의 조사가 시작되었기 때문에 다른 관점에서 원인 파악이 이루어질 수도 있겠지만 한계가 있다. BMW 코리아가 BMW 그룹이 100퍼센트 출자한 국내 법인이기는 해도, 실질적으로는 국내 수입과 공급, 마케팅과 관련된 업무를 맡고 있을 뿐 제품 개발은 전적으로 BMW 본사의 몫이기 때문이다. 앞서 2015년과 2016년에 있었던 BMW 연쇄 화재 때 BMW 코리아의 대응(당시에도 BMW 코리아는 BMW 본사가 밝힌 원인을 제시하며 공식 사과하고 리콜한 바 있지만 정작 화재 가능성을 확인한 것은 국토부 조사에서였다)이나 아우디폭스바겐 인증부정 사건에서도 확인했듯, 기술적 문제나 기술과 관련한 행정적 문제에 대한 조사는 기술의 열쇠를 쥔 본사의 정보를 확인해야 하는데 현실적으로 국내 기관이 외국에 있는 본사를 조사하거나 협조를 얻기는 어렵다. 무역이나 외교분쟁으로 번질 우려 때문에 정부 입장에서도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 그런 상황에서 과연 ‘올해 안에 완료’라는 국토부의 목표에 맞춰 정확한 원인 조사가 가능할지는 의문이다.

한편, 국토부에서는 이번 이슈가 불거지고 나서 여러 차례 입장과 조치를 발표했는데, 그 중에는 소비자와 시장의 혼란을 부추기는 것들도 있었다. 김현미 국토부 장관이 기자회견에서 ‘안전점검을 받지 않은 BMW 차는 운행을 정지시키겠다’고 발표한 것이 대표적이다. 나중에 국토부는 운행정지 조치에 앞서 강제 안전점검 명령을 내리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고 발표했는데, 정상적인 절차를 따른다면 강제 안전점검 명령 관련 내용이 운행정지 조치에 관한 언급에 앞서 발표되었어야 맞다. 화재 위험이 있는 차가 운행하는 것을 막겠다는 의도는 이해할 수 있으나, 해당 차 소유주들이 아무 대책이나 대안 없이 차를 쓸 수 없는 상황으로 내모는 것도 문제가 있다.

BMW 소유자들은 물론, 일반인들의 화재 우려도 만만치 않다. 만약의 화재에 대비해 불을 끄기 좋은 곳에 BMW 차만 따로 세워두는 공간을 마련하는 주차장도 생기고, 아예 BMW는 주차를 하지 못하도록 막는 곳도 있다고 한다. 그래서 이번 화재에 따른 리콜 대상이 아닌 BMW 차 소유주들도 주차 불편을 겪거나 주변의 놀림감이 되는 등 불이익을 보기도 한다. 국내에서 BMW의 브랜드 이미지는 이번 화재로 큰 타격을 입은 것은 분명한 사실이고, 브랜드 이미지 때문에 BMW를 구매한 소비자들이 어쩔 수 없이 받아들여야 하는 손해이기도 하다. 물론 소비자들의 신뢰에 반한 제품에 대한 책임은 물론 BMW가 져야 할 몫이다.

BMW는 이번 화재 이슈를 최대한 빠른 시간 안에 소비자가 납득할 수준으로 해결해야 한다. 그리고 정부가 정말로 국민의 안전과 재산을 보호할 의무를 다하려고 한다면, 이번에 BMW에 들이댄 칼날을 앞으로 국내에서 사업을 펼치고 있는 모든 자동차 업체에 공정하게 들이댈 각오가 되어 있어야 한다. 안전과 환경에 심각한 문제가 있는 자동차가 판매되지 않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겠지만, 혹시라도 그런 차가 판매되어 문제가 발생한다면 BMW 이슈와 같이 강제 리콜 이행과 운행중지 명령, 리콜을 받지 않은 중고차의 거래 제한 등 강한 제재가 똑같이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브랜드와 원산지, 크기와 값에 관계 없이 국내에서 판매된 자동차를 타는 모든 국민은 똑같이 제도에 의해 보호받을 권리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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