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칼럼이란 무엇인가

[ 2018년 10월 28일에 오토엔뉴스를 통해 다음 자동차 섹션에 실린 글의 원본입니다. ]

지난 추석을 앞두고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김영민 교수의 칼럼, [‘추석이란 무엇인가’ 되물어라]가 화제가 되었다. 가볍게 읽어도 무릎을 ‘탁’ 치게 만드는 발상의 전환과 웃음을 불러오는 내용에 많은 사람이 공유할 만큼 큰 반향을 일으켰다. 나 역시 ‘글밥먹고 산 이십 년이 부끄러워지는 명문’이라며 소셜네트워크에 공유했다. 

그러나 같은 글이라도 이리저리 뜯어 보고 곱씹어 다시 읽으며 생각하는 게 습관이요 일상이다보니, 자연스럽게 여러 생각이 꼬리를 물고 이어졌다. 어쩌면 개인적 감상으로 끝날 일인 그런 생각을 굳이 이 코너를 통해 이야기하는 데에는 물론 ‘자동차 이슈 비평’이라는 꼭지 제목에서 어긋나지 않는 이유가 있다. 언젠가 한 번 짚고 넘어가고 싶었던 주제로 생각이 이어졌을 뿐 아니라, 최근 한 자동차 관련 콘텐츠 덕분에 ‘추석이란 무엇인가’ 칼럼에서 되풀이되어 다루어졌던 한 단어를 다시금 깊이 생각하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그것은 바로 정체성이다.

이야기의 발단은 다른 질문에서 비롯되었다. 얼마전 다음 자동차 칼럼에 실린 ‘전문가들은 별로라는 티볼리, 어째서 계속 잘 팔리는 걸까’라는 칼럼에 대응하듯, ‘전문가가 혹평한 차가 유독 잘 팔리는 이유는 무엇일까’라는 제목의 글이 한 포털 사이트에 올라왔다. 해당 글에도 정리되어 있듯,  요점을 간단히 정리하면, 이른바 ‘자동차 전문가’들의 말은 비현실적이고 믿을 게 못 된다는 얘기다. 지금의 자동차 콘텐츠 환경을 보면 그렇게 생각할 수 있는 여지는 충분하고, 많은 자동차 관련 콘텐츠 수용자가 실제로 그렇게 생각한다. 그런 관점에서는 뒤에 이야기한 글이 설득력이 있다. 그러나 이런 논박의 핵심은 본질 즉 정체성에 있다.

제목에 ‘전문가’라고 표현되기는 했지만, 이야기의 발단이 된 칼럼에서 쌍용 티볼리를 별로라고 한 주체는 자동차 칼럼니스트와 저널리스트들이다. 대응한 콘텐츠에서 이야기한 ‘전문가’도 마찬가지다. 책임회피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자동차 칼럼니스트와 저널리스트들을 ‘자동차 전문가’로 표현하는 것은 아주 위험한 일이다. 자동차를 구성하는 요소 뿐 아니라 자동차와 관련한 분야는 수없이 많기 때문이다. 엔진, 변속기, 서스펜션, 시트, 내장재 등이나 산업, 증권, 보험, 중고차 등 분야별 전문가는 있을 수 있지만, 자동차 전반을 아우르는 전문가는 존재할 수 없고 존재하지 않는다. 

그렇다고 해서 자동차 칼럼니스트나 저널리스트로 ‘전문가’ 취급을 받는 사람들은 모두 전문가가 아니라는 말인가. 전부가 그런 것은 아니지만, 전혀 그렇지 않은 것도 아니다. 우리나라에서 흔히 자동차 칼럼니스트와 저널리스트라고 하는 사람들은 대개 소비자가 구매하는 제품 즉 완성차를 중심으로 종합적인 평가를 하고 그것을 글이나 말로 풀어내는 사람들이다. 그런 분야에서 전문가라고 한다면, 우리나라 자동차 미디어 분야에서 적어도 인정받을 만한 능력이나 실력이 있는 분야가 두 가지는 있는 사람이라는 뜻이다. 하나는 제품 관점에서의 종합적인 자동차 평가이고, 다른 하나는 평가를 콘텐츠화하는 일이다. 

그리고 어떤 분야에서 일하는 사람에 대한 평가와 평판에는 많은 변수와 왜곡이 있을 수 있다. 그것은 기준의 문제이고, 기준이 명확하지 않을수록 더 그렇다. 그래서 누군가 전문가라고 하는 사람이 다른 기준으로 보면 전문가가 아닐 수도 있다. 그런데 업계는 업계 나름대로, 콘텐츠 수용자는 수용자 나름대로의 기준이 있기 마련이다. 어느 쪽이든 콘텐츠를 수용하며 평가하는 기준은 주관적일 수밖에 없고, 당연히 기준의 수는 수용하는 주체만큼 많다. 그렇다면 과연 전문가와 아닌 사람을 가를 수 있는 명확한 기준이라는 것은 과연 존재할까? 절대적이고 명시적인 기준은 당연히 없다. 

그럼에도 어떻게 우리나라 자동차 미디어 업계에 전문가 취급을 받는 사람이 존재할 수 있을까? 적어도 업계와 콘텐츠 수용자에게서 칼럼니스트나 저널리스트로 활동하면서 그들이 전문적으로 활동하는 두 가지 영역 즉 종합적인 자동차 평가와 평가를 콘텐츠화하는 분야에서 인정받을만 하다는 평가를 받기 때문이다. 그들의 의견은 대중적 인기나 정서와는 거리가 있을 수 있다. 잘 팔리는 차가 반드시 좋은 차는 아닌 것과 마찬가지다. 어떤 차가 잘 팔린다는 것은 시장 여건에 맞춰 잘 팔릴 만한 상품성을 갖췄거나, 그 차의 대안이 마땅치 않은 경우가 대부분이다.

자동차 업체나 유관 산업 관계자들, 나아가 소비자가 어떻게 받아들이고 댓글이 어떻게 달리든, 자동차 칼럼니스트나 저널리스트의 역할은 어떤 관점에서든 ‘질적으로 좋은 차’를 전문적으로 이야기하는 것이다. 그렇게 이야기함으로써 자동차 회사가 더 질 좋은 차를 만들어 팔고, 소비자가 더 질 좋은 차를 사서 탈 수 있도록 자극하는 것이 일이다. 물론 자동차 회사와 소비자 사이의 거래 과정이 합리적인 값과 이성적 배경을 바탕으로 이루어진다면 더할나위 없으니, 필요하다면 칼럼에는 그런 내용도 들어가곤 한다. 그런 것이 르포와는 다른, 자동차 칼럼의 정체성이다.

그렇기 때문에 당연히 자동차 저널리스트나 칼럼니스트들과 소비자가 생각하는 이상적 차는 다를 수 있지만, 역설적으로 각자 생각하는 이상적 차에도 공통점은 있다. 자동차 회사들은 절대로 그런 차를 내놓지도 않고 내놓을 수도 없다는 사실이다. 서로 생각하는 이상의 초점과 방향이 다른 것뿐이다. 나아가 자동차 저널리스트들의 평가, 소비자의 구매, 자동차 회사의 제품 출시도 공통점이 있다. 모두 각자 선택하고 타협한 결과라는 것이다. 눈앞에 펼쳐진 수많은 사실들을 어디서부터 어디까지 보며 어떻게 판단하고 선택과 타협을 하느냐의 차이가 있을 뿐이다.

다음 자동차 섹션 고정 칼럼을 통해 독자 여러분과 만난지 이제 2년이 넘었다. 수많은 댓글을 통해 여러분으로부터 엄청나게 많은 이야기를 들었다. 주변의 만류에도, 유별난 성격 탓에 그 많은 댓글을 거의 빼놓지 않고 읽었다. 진지하게 쓴 만큼 진지하게 읽어주시는 독자도 분명히 있지만, 내가 무슨 생각을 하고 어떤 이야기를 하느냐보다 주어진 댓글칸에 본인의 생각과 이야기를 하는 것이 더 중요한 사람들도 많다. 지금도 달리고 있을 육두문자 없는 욕설과 오만 감정이 오가게 만드는 각양각색의 화려한 표현들은 추석을 맞아 모인 친척들이 알맹이 없이 던지는 이야기들과 본질적으로 크게 다르지 않다. 사실 칼럼 내용이 쓰레기인지 아닌지, 글쓴이가 기레기인지 아닌지는 중요하지 않다. 그런 댓글러들에게 새삼 정체성에 관한 근본적 질문을 이렇게 던져본다. 쓰레기란 무엇인가. 기레기란 무엇인가. 자동차 칼럼이란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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