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용자동차가 2023년 1월 10일부터 토레스 하이브리드 LPG를 판매하기 시작한다고 발표했습니다. ‘하이브리드’라는 이름 때문에 ‘전동화 기술이 반영된 건가’라는 생각을 하는 분들도 계실텐데요. 간단히 말해 기존 토레스의 1.5L 가솔린 터보 엔진에 LPG 연료를 쓸 수 있는 장치들을 더해 두 연료를 번갈아 쓰거나 함께 쓸 수 있게 개조한 모델입니다. 트림별 기본값(개별소비세 인하분 반영 기준)은 TL5가 3,130만 원, TL7이 3,410만 원으로 가솔린 엔진 모델보다 330만 원 더 비쌉니다.

흔히 하이브리드라고 하면 내연기관에 전기 모터를 결합한 하이브리드 전동(Hybrid Electric) 동력계를 이야기하는데, 토레스 하이브리드 LPG는 전동화와는 관계없는 가솔린+LPG 하이브리드 동력계를 얹습니다. 동력계의 하이브리드가 아니라 연료의 하이브리드라고 할까요.
사실 토레스 하이브리드 LPG에 쓰인 기술은 특별히 새로운 건 아닙니다. 기아가 2011년에 내놓았던 모닝 바이퓨얼(Bi-Fuel)과 비슷한 개념이죠. 가솔린 엔진 자체는 거의 그대로 쓰고, LPG 연료를 쓸 수 있도록 LPG 탱크, LPG 분사를 위한 전용 ECU(전자제어 장치)와 기화기, LPG 인젝터, 사용 연료 전환을 위한 시스템 등 일부 요소가 추가됩니다.
다만 차체가 작아 LPG 탱크를 넣기 위해 가솔린 연료탱크 크기를 줄였던 모닝 바이퓨얼과 달리, 토레스 하이브리드 LPG는 가솔린 연료탱크(50L)를 그대로 둔 채 트렁크 바닥 아래 공간에 도넛형 LPG 탱크(58L)를 더한 덕분에 두 연료를 모두 가득 채우면 주행 가능 거리가 상당히 깁니다. LPG 연료 관련 부품이 추가되면서 늘어난 무게와 두 가지 연료를 모두 쓸 수 있게 만들면서 낮아진 엔진 성능 및 연비 등을 고려하더라도, 두 연료를 최대한 사용하면 1,000km 이상 달릴 수 있다는 것이 쌍용차의 주장입니다. 물론 LPG 탱크를 추가하면서 적재공간은 토레스 일반 모델보다는 적잖이 줄어들었을 듯합니다.

이런 식의 개조 솔루션 역시 새로운 것은 아니어서, 새차를 출고한 뒤에 따로 전문업체에 개조를 맡기는 사례도 많죠. 그러나 토레스 하이브리드 LPG는 완성차 업체 판매 네트워크에서 곧바로 개조한 차를 살 수 있다는 것이 다릅니다. 개조 작업을 위한 번거로운 절차를 거칠 필요가 없다는 것이 또 하나의 장점이라고 하겠습니다.
엔진 성능은 가솔린 엔진보다는 조금 낮습니다. 최고출력이 165마력으로 5마력 낮고, 최대토크는 27.3kg・m으로 1.3kg・m 낮습니다. 복합연비는 8.9km/L로 2.2km/L 낮습니다(2WD, 18인치 휠 기준). 경제성 면에서는 가솔린만 쓴다면 불리하지만, LPG 값이 싸기 때문에 장거리 주행 때에는 유리할 수 있을 듯합니다. 보도자료에는 나와있지 않지만, 쌍용차가 공개한 상품 및 가격 자료(링크)를 보면 LPG가 기체 상태로 분사되는 기상 분사 방식을 쓰는 듯하고요.
LPG 특성상 겨울처럼 기온이 낮을 때 시동이 잘 걸리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 시동 때에는 가솔린을 우선 사용하고 엔진이 적정 온도에 이르면 자동으로 LPG로 사용 연료가 전환되도록 했고, 주행 중에는 LPG를 기본으로 쓰다가 다 쓸 무렵에 가솔린으로 자동 전환된다고 합니다. 물론 쓸 수 있는 LPG와 가솔린 양이 적당할 때에는 운전자가 버튼을 눌러 사용 연료를 직접 전환할 수 있고요. 현실적으로 주유소보다 LPG 충전소 수가 적은 만큼, LPG 충전소를 찾기 어려울 때에는 일반 주유소를 가면 되니 충전 걱정을 할 필요가 없다는 것도 장점 중 하납니다.

쌍용차는 LPG 개조를 커스터마이징 항목으로 분류하고 있는데요. 실제로는 쌍용차가 주문을 받으면 서드파티 업체인 로턴(ROTURN)에서 LPG 시스템 장착과 개조, 구조변경 신청 절차를 거쳐 출고합니다. 로턴은 LPG 개조 전문업체로 이미 다양한 모델을 위한 개조 솔루션을 내놓은 바 있고, 네덜란드 기반의 LPG 시스템 솔루션 업체인 프린스(PRINS)의 국내 총판이기도 합니다. 개조에 쓰이는 부품들과 개조 작업이 로턴에서 이루어지기 때문에 관련 보증은 로턴에서 하고, 보증 기간은 3년 또는 무제한 km(먼저 만료되는 것 우선 적용)이라고 합니다.
아울러 쌍용이 생산한 토레스 완제품을 로턴에서 개조하기 때문에, 트림이나 선택 사항 구성은 물론 나머지 보증 기간과 범위 등은 토레스 가솔린 엔진 모델과 같습니다. 하이브리드 LPG 모델의 트림 이름 가운데에 L자가 더 들어갈 뿐이죠.
[ 사족 한 줄 ]
경제성에 초점을 맞춘, 현실적이면서도 규모가 작은 업체 성격을 반영하는 틈새 솔루션이긴 한데 기술적으로는 큰 의미가 없어 보입니다.
하필이면 바이퓨얼이라는 단어를 놔두고 왜 소비자들 헷갈리게 하이브리드라고 했을까… 쌍용이 전동화에 대한 갈증을 이렇게 해결한건지…참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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