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르노를 알아봅시다 (3) 르노를 바라보는 세 가지 시선

2024 Renault E-Tech 6 models / 2024 르노 E-Tech 여섯 모델

[ * 이 콘텐츠는 르노코리아의 지원을 받아 제작되었습니다 * ]

1. 프랑스 브랜드 차라도 결이 다르다

르노는 프랑스에 뿌리를 둔 글로벌 브랜드입니다. 시작을 프랑스에서 했고 지금도 가장 큰 시장이 프랑스인 만큼, 프랑스의 환경과 문화, 정서가 제품에 가장 많이 반영되어왔고 반영되고 있음은 분명한 사실이죠. 그런 배경은 우리나라에서 프랑스 차에 대한 인식과 평가가 크게 엇갈리는 이유가 되기도 합니다. 좋게 이야기하면 개성이 강하고, 나쁘게 이야기하면 우리나라의 보편적 소비자가 느끼기에 어색한 면이 크다고 할 수 있습니다. 

L’Atelier Renault - Champs Elysees / 아틀리에 르노 - 샹젤리제

그럼에도 다른 프랑스 차 브랜드들과 달리 르노가 우리나라에서 꾸준히 자리를 지키고 있을 수 있는 이유는 우리나라에 생산 거점이 있다는 점 말고도, 제품의 ‘보편성’ 면에서 프랑스 브랜드 차로는 가장 이질감이 적다는 점도 작용합니다. 2차대전 이후 50년간 국영기업으로 운영되며 제품의 지향점을 대중으로 삼았던 만큼, 오랫동안 보편적 소비자들이 만족할 제품을 만들어 왔다는 점도 빼놓을 수 없고요. 

즉 프랑스 차면서도 지나치게 개성을 강조하거나 기술 과시에 매몰되지 않았다는 점, 디자인과 성능, 효율 사이의 균형을 추구했다는 점, 공간 중심의 실용성을 현대적 감각으로 표현해 왔다는 점은 그동안 나온 르노 차에서 공통적으로 발견할 수 있는 특성입니다. 그리고 그 점이 다른 프랑스 차 브랜드와 구분되는 르노 브랜드 차들의 특징이고요.

1990 Renault Clio / 1990 르노 클리오

당장 비슷한 시기에 시장에서 경쟁한 차들의 디자인만 놓고 보아도 알 수 있습니다. 1990년대 이후 다른 프랑스 브랜드 차들은 과감하거나 과격한 겉모습과 화려한 실내가 두드러졌지만, 르노 차들은 상대적으로 비례와 안정감을 중시한 겉모습에 간결하고 실용적인 실내를 갖췄죠. 그러면서 세련된 색감과 재질의 내장재로 신선한 느낌을 주는 것이 특징이었습니다. 보편적 감성을 충족하기에는 부담스럽지 않은 디자인 쪽이 낫다는 점은 누구나 공감할 겁니다.

한편, 유럽 유력 자동차 전문지들이 참여해 선정하는 ‘유럽 올해의 차(ECOTY)’에서도 르노 모델들은 좋은 평가를 꾸준히 받아 왔다는 점도 르노 차들의 보편성을 입증하는 사례 중 하나입니다. 1964년에 시작된 ECOTY의 62년 역사에서 르노는 피아트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수상을 했고, 특히 2000년대에 좋은 평가가 집중되고 있다는 점이 주목할 만합니다. 

2025 Renault 5 E-Tech electric - ECOTY / 2025 르노 5 E-Tech 일렉트릭 - 유럽 올해의 차

1966년 16을 시작으로 1982년에는 9가, 1991년에는 1세대 클리오가, 1997년에는 소형 MPV 메간 세닉이, 2003년에는 2세대 메간이, 2006년에는 3세대 클리오가 수상함으로써 처음으로 같은 모델의 다른 세대가 두 번 수상하는 기록을 세우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2024년 세닉 E-Tech 일렉트릭에 이어 2025년에 5 E-Tech 일렉트릭과 고성능 버전인 알핀 A290도 ECOTY로 선정되어 2년 연속으로, 그것도 전기차로 수상했습니다.

실제로 르노는 프랑스 뿐 아니라 유럽 대부분 지역에서 두루 인기 있는 브랜드기도 합니다. 물론 엎치락뒤치락하기는 해도, 르노는 일본이나 우리나라 브랜드들이 약진하기 전까지 유럽 자동차 시장의 강자로 꼽혔고, 지금도 베스트셀링 모델 순위 상위권에 꾸준히 이름을 올리고 있습니다. 

2023 Renault Clio / 2023 르노 클리오

유럽자동차제조협회(ACEA)가 집계한 자료에 따르면, 2024년에 르노 그룹은 유럽 시장에서 폭스바겐 그룹과 스텔란티스에 이어 세 번째로 많은 차를 판매했습니다. 최소 다섯 개 이상 브랜드로 이루어진 상위 자동차 그룹들과 달리 르노, 다치아, 알핀의 단 세 개 브랜드만으로 거둔 성과죠. 또한, 2024년 유럽 베스트셀링 모델 순위에서는 르노 클리오가 2위(21만 6,317대)에 올랐고, 올해 3분기까지의 누적 판매량에서도 르노 클리오가 2위를 지키고 있습니다.

그런 점을 두루 살펴보면, 르노 차들은 유럽 소비자들의 보편적 감성과 요구를 두루 충족하는 특성을 갖고 있음을 알 수 있죠. 르노가 ‘일상을 위한 자동차(voitures à vivre)’라는 슬로건을 강조하는 이유를 짐작할 수 있습니다.


2. 디자인은 꾸미기가 아니라 브랜드의 유전자

앞서 디자인 이야기를 조금 했는데요. 르노 디자인은 사람들의 생활에 초점을 맞춰 프랑스 감성을 절제된 양식으로 표현하는 것이 특징입니다. 역사적으로 성공한 모델들을 보더라도, 공간과 기능의 장점을 살리면서도 차의 개념과 어울리도록 디자인한 것을 알 수 있습니다. 1960년대의 4, 1970년대의 5, 1980년대의 에스파스, 1990년대의 클리오와 트윙고, 세닉 등이 대표적이죠.

1992 Renault Twingo / 1992 르노 트윙고

특히 1990년대 이후 르노 디자인은 큰 변화를 겪는데요 그 변화의 중심에는 1987년에 르노 디자인 책임자가 된 파트릭 르 케망의 역할이 컸습니다. 포드와 폭스바겐을 거쳐, 당시 르노 CEO인 레이몽 레비(Raymond Levy)의 요청으로 르노에 합류한 르 케망은 디자인 부서의 규모와 역할을 대대적으로 강화했습니다. 

그는 입사 전에 CEO인 레비에게 디자인 팀 규모를 350명 이상으로 키우고, 엔지니어링 부서가 아니라 회장에게 직접 보고하도록 체계를 바꾸고, 팀 책임자가 이사회에 참여하도록 하겠다고 이야기했습니다. 그리고 CEO가 그의 제안을 받아들임으로써 르노 디자인 팀이 영향력과 권한은 막강해졌습니다. 그와 같은 변화를 통해 르노 디자인은 개별 제품 단위의 디자인에서 브랜드 관점에서 포괄적으로 접근하고 구현하는 방식이 되었습니다. 르 케망은 한 인터뷰에서 디자인 팀이 CEO에게 직접 보고하는 체계와 권한을 갖게 된 것은 업계 처음이었다고 회고하기도 했습니다. 

1996 Renault Megane / 1996 르노 메간

르 케망이 디자인 팀을 맡은 뒤로, 르노는 독창적이면서도 혁신적인 스타일의 콘셉트카와 제품을 선보이며 르노만의 개성을 쌓아 나갔습니다. 그의 지휘 아래에서 만들어진 클리오, 트윙고, 에스파스, 캉구, 라구나, 메간 등은 대부분 호평과 더불어 시장에서도 성공을 거두었습니다. 물론 아방타임과 벨 사티스처럼 큰 성공을 거두지 못한 모델들도 있지만, 디자이너와 일반인 모두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습니다.

특히 주목할 점은 르 케망이 ‘디자인은 곧 품질’이라는 철학을 바탕으로 디자인의 영향력을 키웠다는 사실입니다. 그는 1995년에 수석 부사장으로 임명되며 디자인과 기업 품질 관리를 총괄하게 되었는데요. 이는 개발, 생산과 디자인이 상호작용하며 좋은 품질을 아름다운 디자인으로 구현하는 시스템으로 이어졌습니다. 즉 디자인이 보기 좋은 치장에서 벗어나 제품 속에 녹아든 브랜드의 유전자로 자리를 잡게 된 것이죠.

2010 Renault DeZir concept / 2010 르노 드지르 콘셉트카

22년간 르노 디자인을 이끈 르 케망은 2009년에 퇴직하고 로렌스 반 덴 아커(Laurens van den Acker)에게 자리를 넘겨 줍니다. 반 덴 아커 이후로 다시 한 번 르노 디자인은 큰 변화를 겪는데요. 차를 사람의 삶과 연결시키는 ‘라이프 플라워’ 개념을 제안하며 한 단계 더 발전된 철학을 구현하기 시작했습니다. 사랑, 탐험, 가족, 일, 여가, 지혜를 뜻하는 여섯 개 요소가 꽃잎을 이루는 삶이라는 꽃을 제품을 통해 표현하겠다는 것인데요. 이는 르노의 인간 중심 철학을 바탕으로 사람의 삶의 주기에 알맞은 차를 디자인하겠다는 방향이라고 반 덴 아커는 한 인터뷰에서 이야기했습니다.

2010년대 이후 지금 우리가 만나고 있는 르노 차들 모두 반 덴 아커의 지휘 아래 디자인되었는데요. 2010년에 선보인 드지르(DeZir)를 시작으로 꾸준히 내놓고 있는 콘셉트카들은 르노 양산 모델의 실내외와 공간 구성에 반영되며 시간 흐름에 따라 발전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와 같은 흐름은 2024년에 선보인 엠블렘(Embleme) 콘셉트카로 미래에 대한 기대를 불러일으키죠. 

2025 Renault 4 E-Tech electric / 2025 르노 4 E-Tech 일렉트릭

그리고 2024년 이후 잇따라 출시되고 있는 레트로 감성 모델들로 색다른 즐거움을 주고 있습니다. 5 E-Tech는 1970~80년대, 4 E-Tech는 1960~80년대, 트윙고 E-Tech는 1990년대를 풍미한 모델들을 바탕으로 전기차 시대에 걸맞은 기술과 편의성을 담고 있는데요. 현대적으로 재현하기는 했어도 과거 차들의 주요 특징을 대부분 이어받았다는 점을 생각해 보면, 르노 디자인은 과거부터 시대를 초월하는 감각이 있었음을 알 수 있습니다.


3. 시장에 알맞은 제품을 내놓기 위한 ‘오픈 이노베이션’

르노는 전통적으로 대중적 성격이 강한 소형차를 잘 만들어 왔습니다. 그리고 오랜 경험을 바탕으로 작은 크기에서도 넉넉함을 느낄 수 있는 실용적 공간 구성을 잘 구현해 왔고요. 대표적 예가 유럽에  흔히 미니밴이라고 부르는 다인승 다목적 차, MPV 유행을 이끈 에스파스와 세닉 그리고 캉구(Kangoo)를 들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에는 아직 공식 수입된 적이 없는 캉구 같은 경우에는 가까운 일본에서는 팬 층이 탄탄할 만큼 실용성을 인정받기도 했죠. 

2023 Renault Kangoo gathering in Japan / 2023 르노 캉구 잼버리 일본

하지만 그런 점이 유럽을 비롯해 소형차 특히 해치백이 인기 있는 시장이 아니라면 약점이 될 수도 있습니다. 특히 중소형급 이상 차들에 수요가 집중되어 있는 우리나라 같은 곳에서는 더욱 그렇죠. 르노가 우리나라에 진출한 뒤로 초기에는 중형 세단이, QM6 등장 이후로는 중형 SUV가 전체 판매를 이끈 것도 그런 배경의 영향이 있었습니다. 물론 소형 SUV인 QM3도 완전 수입차로 가격대가 비교적 높았던 점을 고려하면 상당히 좋은 반응을 얻기는 했지만, 이는 소형차 시장 형성기에 경쟁이 치열하지 않았던 영향이 있기도 했죠.

사실 지금의 르노 코리아는 삼성자동차 시절 닛산과의 제휴로 시작되어 닛산과 연합체를 이룬 뒤 르노와의 인연으로 이어지게 되었는데요. 생산 모델의 바탕이 닛산에서 르노로 바뀐 뒤로 소비자들의 평가가 엇갈리기도 합니다. 직접 수입한 모델들은 유럽에서는 큰 성공을 거뒀으면서도 우리나라에서는 반응이 신통치 않기도 했습니다. 그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프랑스 혹은 유럽 관점에서 개발된 차들이 우리나라 환경이나 정서에 잘 맞지 않는 면이 있었다는 점은 르노 코리아 측에서도 인정할 겁니다. 

2026 Renault Grand Koleos / 2026 르노 그랑 콜레오스

하지만 르노가 오로라 프로젝트를 통해 개발해 선보인 첫 모델인 그랑 콜레오스는 좋은 평을 얻고 큰 인기를 얻고 있죠. 이는 오로라 프로젝트가 우리나라 시장에 알맞은 특성과 꾸밈새를 갖춘 모델을 만드는 계기가 되었음을 입증합니다. 즉 다양한 협력을 통해 시장에 알맞은 제품을 내놓는 르노의 ‘오픈 이노베이션’이 우리나라에서 한 단계 더 발전해 좋은 성과를 낼 수 있음을 보여준 성공 사례인 셈이죠. 그리고 최근 르노가 핵심 시장 가운데 하나인 남미 브라질에서 같은 방식의 협력을 하기로 한 것도 우리나라에서의 성공이 그 씨앗이 되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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