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Maserati Grecale Folgore / 2026 마세라티 그레칼레 폴고레

[First Drive] 마세라티 그레칼레 폴고레 | 전기 SUV여도 마세라티는 여전히 마세라티


2026년 1월 23일에 경기도 성남시에 새로 문을 연 마세라티 판교 전시장에서 열린 GT2 스트라달레 출시 행사에서 그레칼레 폴고레를 잠깐 시승했다. 주변 도로를 한 바퀴 도는, 아주 짧은 시승이었기 때문에 간략히 정리해 본다.

2026 Maserati Grecale Folgore / 2026 마세라티 그레칼레 폴고레

그레칼레 폴고레는 마세라티의 첫 전기 SUV다. 기본 설계부터 세부 구성요소까지 내연기관을 쓰는 그레칼레와 많은 부분을 공유한다. 한편으로는 전기 시스템을 꾸려 넣는 데 한계가 많았을 것이다. 하지만 그레칼레의 특징들, 특히 장점들이 대부분 그대로 이어지고 있기도 하다. 한눈에 봐도 마세라티 차라는 사실을 알 수 있는 스타일이 대표적이다.

겉모습은 유연하면서도 힘찬 분위기가 느껴진다. SUV면서도 세단에 가까운 차체 형태, 마세라티 고유의 삼지창 로고가 가운데 자리를 잡은 대형 그릴, 윗급 SUV인 르반떼와 같은 유전자를 느낄 수 있는 탄탄한 뒷모습은 다른 그레칼레와 마찬가지로 개성 있으면서 감각적이다. 

2026 Maserati Grecale Folgore / 2026 마세라티 그레칼레 폴고레

테두리를 없애고 좀 더 입체적으로 처리한 그릴 내부, 부메랑을 닮은 차체 색 패널을 더한 앞 범퍼 좌우 공기 흡입구, 배기구를 대신하는 뒤 범퍼 아래 좌우의 날렵한 차체 색 장식, 그리고 펜더 사이드 포트 위에 붙은 ‘Folgore’ 배지와 전용 디자인 휠 정도만 눈에 뜨일 뿐이다. 차별화에 매몰되지 않는 대신 익숙함 속에 다름을 녹여낸 스타일 접근 방식에서 마세라티다움을 느낄 수 있다.

실내 역시 전형적인 요즘 마세라티의 모습 그대로다. 수작업의 결과물임을 알 수 있는 질감 좋은 가죽 내장재와 폴고레의 상징색인 구릿빛이 섞인 탄소섬유 장식은 마세라티의 남다른 소재 선정 감각을 잘 보여준다. 

2026 Maserati Grecale Folgore / 2026 마세라티 그레칼레 폴고레

원형 혼 커버가 시선을 끄는 스티어링 휠은 긴장감이 느껴지는 대시보드를 배경으로 존재감을 표현하고, 대시보드 한가운데 놓인 디지털시계에서 시작해 넓은 인포테인먼트 스크린, 기어 셀렉터 버튼, 공기조절장치를 위한 터치스크린으로 이어지는 센터 페시아는 고전적 분위기의 실내 공간과 현대적 기술의 조화를 상징한다.

물론 모든 부분이 다 조화롭지는 않다.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의 그래픽 인터페이스는 종종 반응 속도가 느리고, 터치스크린에 의존하는 차들이 대부분 그렇듯 주행 중에 기능을 찾고 선택하려면 시선을 많이 옮겨야 한다. 보는 사람의 취향에 따라 평가는 달라지겠지만, 계기 디스플레이의 그래픽 디자인은 어떤 테마를 선택하더라도 조금은 심심한 분위기다.

2026 Maserati Grecale Folgore / 2026 마세라티 그레칼레 폴고레

실내 공간은 앞뒤가 주는 느낌이 사뭇 다르다. 전체적으로는 차급을 생각하면 비교적 넉넉한데, 앞쪽은 탑승자를 감싸는 느낌으로 만들어진 대시보드와 센터 콘솔이 사뭇 긴장감을 주는 반면, 뒤쪽은 상대적으로 넉넉함이 두드러진다. 시트도 앞쪽은 제법 탄탄한 쿠션과 강조된 굴곡이 든든히 몸을 감싸고, 뒤쪽은 굴곡이 밋밋해 스포티함이 덜하지만, 높이와 각도 모두 편안하게 맞춰져 있다. 시야는 앞과 옆은 여유롭지만, 뒤쪽은 스포티한 SUV가 대부분 그렇듯 아주 제한적이다.

가장 궁금했던 점은 주행 감각이다. 그레칼레 폴고레는 앞뒤 차축에 전기 모터가 하나씩 물려 있는 전동 네 바퀴 굴림 구성으로, 시스템 최고출력이 558마력(410kW), 시스템 최대토크가 82.4 kg・m에 이른다. V6 3.0L 트윈 터보 엔진이 최고출력 530마력, 최대토크 63.3 kg・m의 동력성능을 내, 내연기관 그레칼레 중 가장 강력한 트로페오을 웃도는 수치다. 

2026 Maserati Grecale Folgore / 2026 마세라티 그레칼레 폴고레

다만 105 kWh 용량 배터리가 차지하는 무게가 상당해서, 주행 성능 관련 수치는 트로페오에 미치지 못한다. 하지만 적어도 바퀴가 구르고 있는 상태에서는 가속감이 아쉬운 느낌은 거의 들지 않는다. 속도계의 숫자가 바뀌는 속도에 비해 몸으로 느껴지는 속도 변화가 둔한 이유는 역시 AWD 시스템과 전자제어 에어 서스펜션의 빠른 반응 덕분이다. 

기본적으로 탄탄하게 조율된 서스펜션 덕분에, 주행 모드가 기본 설정인 GT 모드일 때도 승차감은 스포티하다. 그러면서도 과속방지턱을 넘을 때는 충격을 적당히 누그러뜨리면서도 탄탄함을 잃지 않는다. 주행 모드를 스포츠로 바꾸면 서스펜션의 반응이 조금 더 치밀해지는데, 일반 도로에서는 차의 움직임보다는 실내를 울리는 가상 배기음이 스포티한 분위기를 더 자극한다. 

2026 Maserati Grecale Folgore / 2026 마세라티 그레칼레 폴고레

소너스 파베르 오디오의 스피커를 통해 나오는 가상 배기음은 은근히 굵직하면서도 요란하지는 않은데, 마치 내연기관차처럼 실내 뒤쪽에서 들려오는 것이 재미있다. 물론 변속에 따라 회전수가 달라지는 내연기관차의 느낌은 아니어서, 정속 주행 때보다는 가속과 감속이 불규칙적으로 이어지는 스포티한 주행 환경에 더 잘 어울린다. 

회생제동은 스티어링 휠 뒤의 패들로 강도를 조절할 수 있는데, 작동은 강도와 관계없이 자연스럽고 강도를 최대로 설정하면 꽤 끈끈한 느낌으로 속도를 줄인다. 주행 모드에는 전기 에너지 사용을 최적화해 주행가능 거리를 우선 확보하는 맥스 레인지(MAX RANGE)가 있는데, 가속 반응이 둔해지기는 해도 가속 자체는 여전히 스포티함을 잃지 않는다. 이는 전기차에 걸맞도록 효율을 고려하면서도 브랜드의 정체성인 고성능도 함께 고려해 균형 있게 조율했음을 알 수 있는 여러 특징 가운데 하나다.

2026 Maserati Grecale Folgore / 2026 마세라티 그레칼레 폴고레

배터리 용량에 비해 조금은 짧은 1회 충전 주행가능 거리와 150kW까지만 지원하는 급속 충전 등에 대한 부정적 평가들이 있기는 하지만, 짧은 시승에서 확인할 수 있는 사항들은 아니었다. 그럼에도 마세라티 승용 모델 전반에서 기대할 수 있는 다양한 매력은 고루 갖추고 있고, 가속과 움직임의 질감에서 전기차의 색깔이 어느 정도 드러날지언정 주행 특성에서도 여전히 감각적 매력을 느낄 수 있다. 전기 SUV에도 마세라티의 정체성은 이어지고 있고, 보기 좋은 스타일과 고급스러운 꾸밈새가 그레칼레 폴고레의 전부가 아니라는 사실은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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