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동차생활 2001년 1월호에 실린 글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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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르세데스-벤츠 C200 Kompressor

지난호(자동차생활 2000년 12월호) 메르세데스-벤츠 ML320 시승기를 꼼꼼이 읽어보신 독자분들께서는 대강 눈치채셨겠지만 필자는 개인적으로 메르세데스-벤츠를 매우 좋아하지는 않았다. 싫어한다는 것이 아니다. 편하고 여유롭고 고급스러운 차를 싫어할 사람이 누가 있겠는가. 다만 운전자를 너무 편안하게 해주다 보니 사람이 차를 몬다는 느낌보다, 차가 사람을 태우고 간다는 느낌이 과하게 드는 것이 싫었던 것 뿐이다.

사람이 자동차를 좋아하는 이유 중의 하나는, 자신이 무언가를 뜻대로 움직이고 있다는 것에서 느끼는 쾌감이라 생각한다. 근본적으로 사람이 중심이 되는 차, 사람이 즐거움을 느낄 수 있는 차가 좋은 차라는 것이 필자가 차를 평가하는 기준의 근간이 되는 개념이다. 국내에서 많이 팔리는 평범한 모델들만 타 보았기 때문인지는 몰라도, 메르세데스는 그런 측면에서 무엇인가 모르게 허전한 느낌이 들어왔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그런 선입견은 오늘로서 깡그리 잊혀져버렸다.

연말이 가까워오면서 세계 각국에서는 ‘올해의 차’를 뽑는 이벤트들이 펼쳐졌다. 이번 시승이 이루어지기 직전에 발표된 결과들을 살펴보니 여러 나라의 매체에서 2000년 올해의 수입차로 메르세데스 C 클래스가 선정되었다. 예전 같으면 메르세데스라는 네임밸류 때문이겠거니 하고 생각도 해 보겠지만, 2000년의 결과들을 살펴보니 네임밸류 외의 ‘그 무언가’가 바닥에 깔려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과연 ‘그 무언가’가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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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보 S60 2.4T

아마도 본지를 읽는 독자들의 대부분은 아직도 볼보를 ‘스웨덴에서 만든 각지고 투박한 안전제일의 차’로 생각하고 계실 것이다. 다른 수식어들은 제쳐두고라도 요즘의 볼보는 절대로 ‘각지고 투박’하지는 않다. 겉모습 만으로 차의 성격을 미루어 짐작하자면 이전의 볼보는 ‘둔하고 헐렁한’ 차라야 맞겠지만, 이전의 볼보들도 생긴 것과는 다르게 ‘가볍고 날랜’ 몸놀림이 일품이었다. 

나름대로의 뚜렷한 개성을 지녔던 볼보는 그 개성을 받아들일 수 있는 소비자 계층이 너무 좁다는 것을 깨달았다. 조금은 고전적이라고 할 수 있는 그들 고유의 스타일이 어필할 수 있는 계층은 그다지 많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좁은 시장에서 여러 쟁쟁한 경쟁자들과 싸움을 벌였던 볼보는 결국 경영난으로 포드로 넘어갔고, 보다 경쟁력 높은 상품을 만들어 이익을 남겨야 하는 상황이 되었다.

볼보의 가야 할 길은 보다 젊은 고객들에게로 열려있었다. 젊은 볼보. 스웨덴의 볼보가 아닌 세계의 볼보가 되어야했다. 새로운 볼보의 시작을 연 것은 혁신적인 스타일의 S80이었고, 그 뒤를 이어 등장한 것이 S60이었다. 이번에 우리나라에 새롭게 선보인 S60은 볼보로서도 처음 국내시장에 내놓는 중소형급 모델이다. 과연 REVOLVOLUTION이라는 볼보의 광고 캠페인 만큼 S60은 볼보의 달리기에 걸맞는 옷을 입은 것일까.

두 차의 Side by Side 비교

이제 두 차를 차근차근 비교해 보자. 두 차는 차의 크기나 동력성능, 가격 등의 절대적인 그레이드만으로 따진다면 국내외 어느 곳에서도 직접적인 경쟁을 벌일 모델이다. 게다가 C200K에는 수퍼차저, S60 2.4T에는 터보차저가 장착되어 스포티함을 한껏 강조했다는 점까지 공통적이다.

시승한 메르세데스 C200K는 메르세데스 고유의 클래식, 아방가르드, 엘레강스 스타일 중에서 부드러움을 강조한 엘레강스 모델이다. S60은 국내에 5기통 2.4리터 배기량의 자연흡기 170마력 모델과, 같은 엔진블록에 터보차저를 장착한 200마력 2.4T 모델이 들어돈다. 시승차는 보다 고성능인 2.4T 모델이다.

세밀한 부분을 살펴본다면 C200K의 2.0리터 4기통 엔진은 기통당 3밸브, S60 2.4T의 5기통 엔진은 기통당 4밸브의 구성을 갖는다. 이론적인 엔진특성상 5기통 엔진은 진동면에서 우수하지만 벤츠의 4기통 엔진도 여러 가지 측면에서 뒤질 것이 없는 우수한 엔진이다. 특히 스포츠 모델인 SLK에도 얹힌 C200K의 수퍼차저 엔진은 동급의 양산형 4기통 엔진에서 추구할 수 있는 동적특성을 최대한 살린 엔진이다.

전체적인 디자인은 뚜렷한 차이를 보인다. C200K는 신형 S 클래스를 그대로 축소시켜놓은 스타일로, 곡면 위주로 구성되어있지만 전체적으로 쐐기의 형태를 갖추어 스포티함과 함께 우아함이 돋보인다. S60 2.4T 역시 중대형급인 S80의 직선적인 스타일을 이어받고 있지만, 긴장감있는 측면 유리 구성으로 보다 당찬 느낌이 든다.

곡면을 강조했지만 상당히 평면에 가깝게 다듬어진 S60 2.4T는 도어가 매우 두텁다. 전통적으로 안전을 강조하는 볼보의 이미지와 잘 맞아 떨어진다. 그러나 바디의 크기가 큼에도 불구하고 안전공간을 확보하는데 치중한 듯, 실제 느낄 수 있는 실내공간은 C200K와 큰 차이가 없다. 안전장비 역시 두 차 모두 비슷한 수준으로, 에어백 하나만 비교를 하더라도 외부충격이 가해질 수 있는 부분은 모두 감싸게 되어있다. 운전석과 조수석, 사이드 에어백은 물론 옆 유리창 부분까지 모두 덮는 에어백은 과하다 싶을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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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부 디자인 역시 외관과 같은 흐름을 보인다. C200K가 유연한 곡선들을 모아놓은 느낌이라면 S60 2.4T는 직선적인 구성이 독특하다. 두 모델 모두 다른 회사의 차들에서 볼 수 없는 개성이 넘친다. 실내 분위기는 C200K쪽이 블랙톤으로 차분하게 가라앉아있어 보다 스포티한 느낌을 주고, S60 2.4T는 베이지와 그레이 톤으로 처리되어있어 부드러운 느낌을 준다. 내장재의 질감이나 마무리는 C200K쪽이 조금 낫다. S60 2.4T의 내장재는 요즘 국산 고급차의 것들보다 조금 나은 수준이다.

편의장비들도 거의 비슷한 수준으로 갖추어 놓았다. 좌우 온도를 다르게 맞출 수 있는 공기조절장치, 순정 오디오, 트립 컴퓨터 등 웬만한 고급차의 기본이라 할 수 있는 장비들이 나란히 갖추어져 있다. C200K은 트립 컴퓨터의 기능이 다양하고, 핸들에 다기능 스위치가 자리잡고 있어 손을 많이 움직이지 않아도 되지만 조작법이 복잡한 것이 아쉽다. 상대적으로 단순한 S60 2.4T의 트립 컴퓨터는 조작법이 직관적이라 신경이 덜 쓰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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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좌석의 편안함은 우열을 따지기가 매우 어렵다. 승객을 위한 편의장비, 안전장비, 편의성 등을 골고루 따져보아도 두 차 모두 각각의 명성에 걸맞는 뛰어남을 자랑하고 있다. 앉았을 때의 감각은 S60 2.4T가 약간 부드럽고 넉넉한 느낌이다. C200K의 시트는 예전의 메르세데스 답지 않게 약간은 딱딱하고 몸을 꽉 잡아주는 느낌이 든다. 눈을 감고 있으면 마치 BMW의 운전석에 앉은 것 같은 느낌이다.

좋고 나쁨을 따지기에는 아주 사소한 부분들에서 차이가 나기 때문에 절대적 비교는 피하고 싶은 것이 솔직한 심정이다. 세밀하게 따진다면 좌석 조절장치가 도어 위쪽에 달린 C200K가 좌석 아래쪽에 달린 S60 2.4T보다 조금 더 편리한 정도다. 여기에 C200K는 S60 2.4T에는 없는 전동식 스티어링 조절장치가 달려있다.

두 차 모두 뒤로 갈 수록 높아지는 트렁크 라인과 낮게 깔린 지붕 라인 때문에 뒷 유리창을 통한 시야가 좋은 편이 못된다. 게다가 뒷 헤드레스트가 모두 3개씩 튀어나와 있어 뒷좌석에 사람이 앉으면 후방시야는 측면 미러에 의존해야 한다. 다행히 사람이 타지 않았을 때를 고려해 버튼 하나로 헤드레스트를 접어주는 장비들을 두 차 모두 갖추고 있다.

뒷좌석으로 가면 비교하기가 조금 수월해진다. 외부 스타일에서 조금 더 날렵한 인상을 강조한 S60 2.4T는 낮게 깔리는 지붕선 때문에 C200K와 비교해 상대적으로 머리공간이 부족하게 느껴진다. 대신 좌석의 편안함이나 여유공간은 S60 2.4T쪽이 우수하다. C200K는 이전 모델보다는 개선되었지만 여전히 무릎공간이 아쉽다. 메르세데스에서도 이 점을 의식한 듯 앞좌석 등받이 뒤쪽에 뒷좌석 승객의 무릎이 위치할 부분에 홈을 파 놓았다.

고급차 답게 두 차 모두 뒷좌석 승객을 위한 에어컨/히터 방출구가 마련되어있다. 센터터널 아래로 드라이브 샤프트가 지나가는 C200K는 앞좌석 중간부분에 자리잡고 있지만 앞좌석 등받이의 폭이 넓은 S60 2.4T는 B 필러 중간쯤에 마련되어있다. C200K의 방출구는 감싸고 있는 부품의 플래스틱 재질이 달라 약간 값싸보이고, 필러 내에 방출구가 내장된 S60 2.4T는 전반적인 내장재의 질감이 약간 떨어짐에도 불구하고 자연스러운 느낌이 든다. 앉은 키가 큰 사람이 아니라면 뒷좌석에서의 느낌은 S60 2.4T쪽이 보다 편안할 것이다.

트렁크는 S60 2.4T쪽이 보다 커 보인다. 리어 컴비네이션 램프의 폭이 좁은 만큼 트렁크 입구가 넓고, 트렁크도 뒷 유리에 거의 닿을 정도로 활짝 열린다. 두 차 모두 개스 댐퍼가 장착되어 여닫기 편하지만, C200K보다는 S60 2.4T쪽의 실용성이 더 높아보인다. C200K는 스키스루 도어나 뒷좌석을 접는 장치가 없지만 S60 2.4T는 트렁크 안의 레버를 당기면 뒷좌석을 접을 수 있다. 이 레버는 트렁크에 갇힌 사람이 탈출하고자 할 때에도 유용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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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가 테스트 코스로 애용하는 국도를 각각의 차로 달리며 163마력과 200마력의 차이, 4기통 수퍼차저 엔진과 5기통 터보차저 엔진의 차이를 느끼는 데에 신경을 집중시켰다. 두 차의 과급기는 모두 흡입공기를 압축시켜 높은 출력을 이끌어낸다는 점에서는 동일하지만, 수퍼차저는 크랭크축에서 끌어낸 동력을 이용하는 방식이고, 터보차저는 배기가스가 터빈을 돌리는 힘을 이용하는 방식이다. 

이론상 수퍼차저는 엔진회전수가 낮을 때부터 과급이 이루어지지만 회전수가 높아질 때 필요한 것보다 과급반응과 정도가 떨어질 수 있다. 반면 터보차저는 엔진회전수가 낮을 때에는 제대로 과급이 이루어지지 않지만 회전수가 높을 때에는 반응이 보다 자유롭다. 하지만 두 차의 경우 숙성될 만큼 숙성된 기술력을 가지고 약점을 보완한 엔진이기 때문에 뚜렷하게 이런 이론적 차이를 실감하기란 어렵다.

두 모델 모두 수동처럼 사용할 수 있는 자동변속기를 장착했다. 메르세데스의 것은 터치시프트, 볼보의 것은 기어트로닉이라는 이름을 갖고 있다. 변속반응을 살펴보면 C200K의 터치시프트가 S60 2.4T의 기어트로닉보다 빠르게 느껴진다.  속력을 내어 달리면서 트랜스미션과 엔진의 반응을 살펴보면, 자동 모드로 놓고 달릴 때에는 두 모델 모두 부담없는 달리기가 가능하다. 그러나 수동 모드로 놓고 주행했을 때에는  차이가 두드러진다. 필요한 부분에서 터치시프트가 반 템포 늦는 느낌이라면 기어트로닉은 한 템포 늦게 반응한다. 

게다가 스포티한 주행에서는 과급기 특성상 수퍼차저의 C200K 보다 터보차저의 S60 2.4T쪽이 컨트롤이 조금 더 까다롭다. S60 2.4T의 엔진이 저압터보를 사용했다고는 하지만 과격한 운전에서는 변속포인트를 놓쳤을 때 다가오는 터보래그가 짧지만 치명적이다. 코너를 빠져나올 때 기어를 한 단 내리면서 액셀러레이터를 밟으면 C200K 쪽이 약간 더 부드럽게 움직여준다.

핸들링 역시 C200K 쪽이 약간 우세하다. 여유있는 출력을 바탕으로 하는 S60 2.4T의 매끈함이 매력적이긴 하지만 전륜구동차의 한계가 느껴지고, 힘이 넘치지는 않지만 박력있게 몰아쳐도 안정감을 잃지 않는 C200K쪽이 조금 더 높은 수준의 운전재미를 준다. 비슷한 코너를 비슷한 속도로 돌아나갈 때에 S60 2.4T쪽은 희미하지만 전자식 차체안정장치가 차의 움직임을 잡아준다는 느낌이 들고, C200K쪽은 움직임의 밸런스가 보다 안정적인 느낌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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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차 모두 제원표상의 최고속도에 가까운 속도에 이르는 데에는 무리가 없다. 가속감각도 고르고, 액셀러레이터의 반응도 우수하다. 다만 편안한 주행이라는 측면을 고려한다면 출력과 승차감, 시각적 여유 측면에서 S60 2.4T에게 더 높은 점수를 주고 싶다. 배기량과 출력측면에서 400cc, 40마력 가량의 차이가 주는 여유를 느낄 수 있다. 

직선주행에서는 두 차 모두 아쉬울 것이 없다. 직진주행에서는 전륜구동과 후륜구동이라는 구동계 특성이 크게 영향을 미치지 않기 때문이다. 치고 나가는 맛이라든지, 직진주행 안정성 측면에서 두 차 모두 동급에서는 거의 완벽한 수준이다.

소음측면을 따지면 일상적인 주행에서는 두 차 모두 비교적 조용한 수준이지만, 고속으로 가면 갈수록 S60 2.4T쪽이 상대적으로 조용함을 느끼게 된다. C200K가 전반적으로 드라이빙의 박력을 추구해 점점 아드레날린을 촉진시키는 소리를 들려주는 반면, S60 2.4T는 고속에서 엔진소리가 바람소리에 묻힐 정도로 깔끔한 소리를 낸다.

정리하자면, 두 차 모두 스포츠카는 아니지만 스포티한 모델 성격에 걸맞는 성능과 고급 브랜드에 맞는 품격, 그리고 다양한 편의장비들을 갖추고 있는 모델들이다. 서두에도 밝혔다시피 직접적으로 경쟁하고 있는 모델들인 만큼 우열을 가리기란 매우 어려운 일이다.

시승기를 여러 차례 쓰면서 느끼는 점이지만, 좋은 차일수록 차를 평가하는 글을 쓴다는 것은 어렵다. 특히 이번 시승과 같이 우열을 가리기 어려운 차들을 비교한다는 것은 보통 힘든 일이 아니다. 누군가 만약 두 차중 하나를 고르라고 한다면, 이런 경우 필자가 할 수 있는 대답은 하나뿐일 것이다. “좋아하시는 브랜드로 고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