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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아일보 2003년 10월 13일자에 실린 글입니다. ]

자동차에 첨단 기능을 갖춘 장치들이 많이 도입되면서 새로운 용어들도 많이 등장하고 있다. 그런데 이 같은 장치들은 외국에서 먼저 개발돼 국내에 소개되는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그 이름들이 어렵게 느껴질 때가 많다. 자동차에 관심이 없었던 사람들은 그 이름을 들어도 도대체 무슨 기능을 하는 장치인지 알 수 없는 경우도 있다. 게다가 이런 장치들은 또 대개 영문 약자로 표시돼 전문가들조차도 헷갈리는 경우가 많다.

비슷한 기능을 하는 장치라도 회사별로 독자성을 강조하기 위해 다른 이름을 짓는 것도 혼란의 원인 중 하나다. 그러나 이 같은 혼란이 생기는 원인의 상당수는 번역상의 실수나 사려 깊지 못한 번역에 있다. 컴퓨터가 지능적으로 차의 움직임을 조절하는 장치에는 보통 액티브(Active)나 다이내믹(Dynamic)과 같은 단어가 사용되는 것을 볼 수 있다. 그런데 이런 경우 기능을 설명하기보다는 소리 나는 대로 단어 자체를 그대로 쓰거나 ‘능동적’ ‘역동적’ 등 직역을 하는 경우도 종종 볼 수 있다.

일본식 한자어들도 골치 아픈 존재다. 이미 널리 사용돼 굳어져 있어 대체할 만한 단어를 찾기 힘들 때는 난감하기 이를 데 없다. ‘선택할 수 있는 편의장치’들을 가리켜 흔히 사용하는 ‘선택사양’이라는 용어에서 ‘사양’은 국어사전에는 없는 일본식 한자어다. 이 밖에 ‘선팅’ 같은 단어는 국내에서만 사용되는 국적불명의 조어. 재미있는 것은 이런 정체불명의 단어들이 마치 전문용어인 양 받아들여지고 있다는 점이다. 한번 잘못 쓰인 단어가 발전을 거듭해 ‘내자시트’(인조가죽을 씌운 좌석) ‘뒷대로등’(후미등)처럼 어원조차 알기 힘들 정도로 바뀌는 경우도 있다.

가급적 적합한 우리말 표현을 찾아 쓰는 것이 바람직하겠지만 어차피 받아들여야 하는 외국어라면 제대로 우리 것으로 소화해 내는 작업이 필요하다. 따라서 이 문제를 자동차 회사에만 맡길 일이 아니다. 한글을 연구하는 사람들의 도움도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