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이 콘텐츠는 르노코리아의 지원을 받아 제작되었습니다 * ]

“한국에서 미래 모빌리티 혁신을 선도하겠다.”
지난 4월 14일 니콜라 파리 르노코리아 사장의 첫 기자 간담회에서 나온 말입니다. 문장만으로는 최근의 자동차 회사들이 미래 계획을 말할 때마다 흔히 들을 수 있는 단순한 마케팅 문구라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최근 몇 년 동안 르노 그룹 전체의 변화를 이끈 전략들과 르노코리아가 보여준 행보를 보면, 발표된 계획의 시간표대로 꼬박꼬박 이루어질 것을 확신하게 됩니다.
특히 르노코리아는 1995년 삼성자동차라는 이름으로 시작해 우리나라에서 가장 늦게 자동차 제조에 진입한 회사로는 30년을 지나며 가장 큰 변화를 맞는 셈이 됩니다. 그룹 전체의 미래에서 큰 축을 담당하는, 르노코리아의 ‘위상 변화’를 예고하는 메시지에 가깝다고 볼 수 있습니다.
전환기 한복판의 자동차 산업, 그리고 르노
지금 글로벌 자동차 산업은 세 가지 압력에 동시에 노출되어 있습니다. 첫째, 내연기관에서 전동화로의 구조 전환, 둘째, 중국을 축으로 한 공급망·가격 경쟁의 격화, 셋째, 소프트웨어와 서비스가 차량 가치의 중심으로 떠오른 패러다임 변화가 그것입니다.
여기에 고금리·고원가 환경과 새로운 보호무역주의에 따른 시장 환경이 겹치며, 과거처럼 ‘신차를 많이 만들면 성장하는’ 단순한 확장 전략은 더 이상 통하지 않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이런 배경에서 르노 그룹은 2021년부터 시작한 ‘르놀루션(Renaulution)’으로 체질을 다듬은 뒤, 2023년 인터내셔널 게임 플랜 2027을 거쳐 올해 ‘퓨처레디(futuREady)’라는 새 중장기 전략을 내놓았습니다. 2030년까지 세 개 브랜드에서 36가지 새 모델을 내놓고, 글로벌 기준 연 200만 대 이상 판매, 전동화 비중 확대를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핵심은 숫자보다 ‘어디에서 무엇을, 어떤 구조로 만들 것인가’에 있습니다. 유럽의 복잡하고 까다로운 규제에 최적화된 전동화, 저비용 생산기지를 활용한 소형·중저가 모델, 그리고 유럽 외 중대형·전동화 시장을 겨냥한 허브를 어떻게 나누어 배치하느냐가 승부수입니다. 그 ‘유럽 외 허브’ 중 하나가 바로 한국, 르노코리아의 역할이 된 것입니다.
르노코리아의 역할 변화: ‘한국 내 브랜드’에서 ‘글로벌 허브’로
르노코리아는 그동안 한국 시장에서의 판매 부진, 파워트레인 전환 대응 지연 등으로 존재감이 희미했던 시기가 길었습니다. 하지만 2022년부터 진행해 온 ‘오로라 프로젝트’는 그룹 내부는 물론 국내에서도 르노코리아를 보는 시각을 바꾸는 결정적 계기가 되었습니다.

지리(Geely) 계열 플랫폼을 기반으로 하면서도, D/E 세그먼트 SUV·크로스오버를 르노코리아 주도로 한국에서 기획하고 실제 차를 개발, 생산과 판매까지 이어진 그랑 콜레오스부터 올 해 판매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필랑트가 그 증거입니다.
‘외부 플랫폼을 르노화해 글로벌 상품으로 만든’ 첫 실전 사례였고 이 과정에서 개발 리드타임을 2년대 초반까지 줄이면서, 르노코리아는 속도와 상품성을 동시에 만족하는 차를 개발할 수 있다는 실력을 증명했습니다.
그 결과 르노 그룹은 퓨처레디 전략에서 우리나라를 인도·중남미와 함께 유럽 외 성장의 핵심 축이자, 특히 D/E 세그먼트 전략 허브로 다시 규정하게 되었습니다. 더 이상 ‘한국 시장을 위한 일부 라인업을 운영하는 판매 자회사’가 아니라, 외부 플랫폼을 활용해 멀티에너지 파워트레인을 개발하고 중대형 전동화 모델을 묶어 생산까지 할 수 있는 개발과 생산 거점으로 포지셔닝하게 된 것입니다.

이에 따라 우리나라 경제에 큰 역할을 하는 부산 공장의 역할도 더 확장될 예정입니다. 높아지는 무역장벽에 대응하기 위해 2028년부터 차세대 르노 전기차를 부산에서 생산하고 이를 뒷받침할 국내 배터리 공급망을 구축하겠다는 계획은, 한국을 단순 조립 기지가 아니라 전동화 밸류체인의 한 축으로 끌어올리게 됩니다.
이미 부산 공장은 단일 생산 라인에서 다른 성격의 동력원을 쓰는 최대 네 개 플랫폼, 여러 개 모델을 생산할 수 있는 혼류 생산 라인을 갖추고 있습니다. 이런 고난도 유연 생산 체계를 갖춘 만큼, 이제는 그 역량을 미래 모빌리티 혁신의 핵심 축인 전동화와 소프트웨어 중심 차량으로 옮겨갈 때가 된 것입니다. 니콜라 파리 르노코리아 CEO의 저 말이 지극히 현실적인 능력에 바탕을 둔 선언으로 평가받은 이유이기도 합니다.
SDV에서 AIDV로, 한국을 테스트베드이자 쇼케이스로
자동차 가치의 중심이 하드웨어에서 소프트웨어로 이동하고 있다는 말은 이제 상식에 가깝습니다. 다만 이 말을 실제 사업에 적용하고 완성된 자동차로 내놓는 것은 완전히 다른 문제입니다.
르노코리아가 2027년 첫 SDV(소프트웨어 정의 차량)를 출시하고, 이후 레벨2++ 수준의 파일럿 주행 기능과 AI 기반 OpenR 파노라마 시스템을 적용한 AIDV(AI-Defined Vehicle)로 전환하겠다고 밝힌 대목은 그래서 의미가 큽니다. 이 일정은 여러 다른 브랜드들과 비교해도 절대 늦지 않은 수준이며 오히려 한국이라는 특수한 시장 환경을 고려하면 매우 현실적이며 전략적 선택에 가깝다고 볼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세계 최고 수준의 통신 인프라, 디지털 서비스 사용성, 그리고 차량 내 UX·커넥티비티에 매우 민감한 소비자를 동시에 가진 시장입니다. 이미 팔리고 있는 많은 차에서도 OTA 업데이트, 인카 결제와 다양한 콘텐츠를 즐기고 있습니다. 여기에 점점 더 운전자들이 선호하게 되는 첨단 운전자 보조 장치(ADAS)와 내비게이션 통합 경험 등 SDV와 AIDV의 완성도를 좌우하는 요소를 검증하기에 최적의 실험장입니다.
르노코리아는 이러한 환경을 활용해 SDV/AIDV 기반 전동화 모델을 한국에서 먼저 개발해 검증하고 그 패키지를 유럽 외 주요 시장으로 확산시키는 ‘프런트 러너’ 역할을 맡게 됩니다.
글로벌 경쟁 구도에서 보면, 이는 적지 않은 의미를 갖습니다. 미국 테슬라에서 시작된 자동차의 변화는 중국 업체들이 가세하며 소프트웨어와 서비스 영역에서 압도적인 학습 속도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여기에 독일 프리미엄 브랜드들이 고급차 중심의 SDV를 추진하고 있습니다.

그런 배경을 바탕으로, 르노는 소형 대중 브랜드부터 중대형 세그먼트에서 ‘합리적인 가격대의 지능형 자동차의 본질’이라는 포지션을 가져갈 수 있습니다. 그 실험과 구현을 우리나라와 르노코리아가 맡는다는 것은 르노코리아와 우리 산업 생태계에서도 분명한 기회 요인이 됩니다.
플랫폼과 공급망, 그리고 속도: 르노코리아가 가진 구조적 장점
오늘날 자동차 회사의 경쟁력은 세 가지로 요약할 수 있습니다. 플랫폼, 공급망, 그리고 속도입니다. 르노코리아의 미래 방향은 이 셋을 정확하게 조준하고 있습니다.
1) 플랫폼 – RGEA라는 ‘멀티 에너지·외부 협업형’ 기반
르노코리아는 지리의 GEA 플랫폼을 르노 그룹 사양으로 재구성한 RGEA 플랫폼의 핵심 플레이어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내연기관, 하이브리드, 주행거리 연장형(EREV), 배터리 전기차까지 모두 수용 가능한 멀티 에너지 기반에 SDV 구조를 얹을 수 있다는 점에서, 이 플랫폼은 미래 르노 라인업의 뼈대가 될 가능성이 매우 큽니다.

르노코리아는 이미 그랑 콜레오스와 필랑트를 통해 “외부 플랫폼의 제약을 장점으로 바꾸는 현지 개발과 튜닝 역량”을 보여줬고, 이는 GEA/RGEA 시대에 더 큰 위력을 발휘할 수 있습니다.
2) 공급망 – 부산 공장과 국내 배터리 생태계
르노코리아가 밝힌 국내 전기차 배터리 공급망 구축은 단순한 원가 절감 그 이상입니다. 우리나라는 이미 글로벌 배터리 3강(LG·SK·삼성)을 중심으로 배터리의 설계와 소재, 생산 장비까지 완성도 높은 생태계를 갖추고 있습니다.

이들과의 연계를 통해 부산 공장은 품질 관리와 개발 협업 측면에서 르노 그룹 전체 전동화 사업에 이바지하고 지정학적 리스크를 분산하는 ‘대안 공급 거점’ 역할까지 할 수 있습니다. 유럽과 중국 중심의 배터리 조달 구조에서 한국 생산 거점은 전략적 보험이자 기술적 레버리지가 됩니다.
3) 속도 – 2년 이내 개발, 넥스트기어 비전
콘셉트 결정부터 양산까지 2년 이내로 개발 기간을 줄이겠다는 르노코리아의 선언은 겉으로 보기엔 단순한 목표치 같지만, 산업 구조를 보면 꽤 도전적입니다. 중국 브랜드들은 이미 이 수준의 속도에 도달했거나 그 이하로 내려가고 있고, 전통 완성차 업체들은 여전히 3~4년이 일반적이기 때문입니다.

르노코리아는 지리와의 플랫폼과 부품 협력, 부산공장의 유연 생산, 그리고 수평적 파트너십 기반의 협력사 생태계를 결합해 이 격차를 줄이겠다는 구상입니다. 이는 단지 한국 사업의 효율 개선이 아니라 르노 그룹 전체가 참고할 수 있는 ‘신차 개발 프로세스의 운영 모델’의 쇼케이스가 될 수도 있습니다.
미래 방향성과 장점: 르노코리아가 쥔 카드들
자동차 산업은 지금 ‘어디에 공장을 두고, 어떤 플랫폼을 쓰며, 어떤 속도로 소프트웨어와 전동화를 전개하느냐’가 생존을 가르는 시대에 접어들었습니다. 그런 관점에서 보면 르노코리아가 새로 쥔 카드는 꽤 흥미로운 부분이 많습니다.
전동화 포트폴리오 측면에서, 르노 그룹의 전략인 ‘유럽에서는 BEV 중심, 유럽 외에서는 풀 하이브리드와 멀티 에너지 중심’을 지향합니다. 여기에서 르노코리아는 D/E 세그먼트 전동화 라인업의 한 축을 맡게 됩니다. 이는 한국 시장뿐 아니라 중동, 아시아, 남미 등 선호하는 주 사용 연료와 충전소 보급 등 사회 인프라 상황이 다양한 지역에서 현실적인 전동화 해법을 제공할 수 있는 포지션입니다.

SDV·AIDV 측면에서는 IT 인프라가 뛰어나고 소비자 기대 수준이 높은 우리나라를 테스트베드로 삼을 수 있다는 점에서, 다른 나라에 대비해 UX와 서비스 측에서 차별화된 학습 기회를 얻게 됩니다.
사실 우리나라 자동차 소비자들의 요구는 매우 까다롭습니다. 불편한 것을 참지 못하고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기 때문인데, 이는 자동차 개발 과정에서 다양한 소비자 조사를 통해 새로 나올 차에 반영되게 됩니다. 브랜드가 아니라 ‘우리나라에서 개발한’이 더 중요한 이유이기도 합니다.
공급망과 지정학 리스크 측면에서, 한국 배터리 생태계와 결합한 부산공장은 르노 그룹 EV 전략의 ‘제3의 축’이 될 잠재력이 매우 큽니다. 이는 중국과 유럽의 생산 의존도를 줄이고 동시에 고품질의 배터리를 위한 핵심 요소인 좋은 소재와 순도 높은 공정을 조합할 수 있는 카드가 됩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외부 플랫폼·협업을 적극 수용하면서도 르노 브랜드 정체성을 녹여낸 그랑 콜레오스와 필랑트의 개발과 판매 경험은 앞으로 나올 RGEA 기반 전동화 모델의 성공 가능성을 높이는 실전 데이터로 남아 있습니다. 자동차는 어느 날 갑자기 하늘에서 뚝 떨어지지 않습니다. 계단을 오르듯 차근차근 기술을 쌓는 것이 앞으로 나올 새 차를 더욱 좋게 만드는 방법이기 때문입니다.
르노 그룹의 핵심 실험실이자 생산기지가 될 르노코리아
물론 과제도 적지 않습니다. 우리나라는 세계 3위 자동차 업체가 있는 꽤 터프한 시장입니다. 또한 다양한 경쟁 모델이 이미 자리하고 있는 SUV 중심 시장에서 브랜드 경쟁력과 가격 경쟁력을 동시에 확보해야 합니다. 앞으로 늘어날 중국산 전기차와 하이브리드차의 공세에도 맞서야 합니다.

하지만 르노코리아는 이제 더 이상 ‘한국에서만 버티는 회사’가 아니라, 르노 그룹의 전동화, 플랫폼, 소프트웨어 전략을 실물로 구현해 보는 핵심 실험실이자 생산기지라는 새로운 역할을 받았습니다. 이를 현실에서 이루는 것을 지켜보고, 좋은 차를 만나는 것은 우리 모두에게 뿌듯한 경험일 될 것입니다.
글 이동희 (자동차 칼럼니스트, 컨설턴트) 월간 〈자동차생활〉에서 자동차 전문 기자로 사회 생활을 시작해, 이후 [티뷰론 일기], [69년식 랜드로버 복원기] 등 큰 화제가 되었던 기사를 쓰며 이름을 알린 바 있습니다. 이후 크라이슬러 코리아와 재규어 랜드로버 코리아 등에서 영업 교육, 상품 기획 및 영업 기획 등을 맡았으며 딜러로 자리를 옮겨 영업 지점장을 맡기도 했습니다. 지금은 현업의 경험과 이론을 모두 갖춘 칼럼니스트 및 컨설턴트로 활동 중입니다.


댓글 남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