첨단 디젤 엔진에 숨겨진 라이터의 본능

[ GM대우 사보 ‘Driving Innovation’ 2007년 9~10월호에 기고한 글을 재편집한 것입니다 ]

초등학교 시절, 장난치기 좋아하는 짓궂은 친구들이 있었다. 장난의 종류는 무척이나 다양해서 도시락 뺏어먹기, 물건 감추기에서부터 심하게는 폭력에 이르기까지 메뉴 리스트가 무척이나 길었다. 조용한 성격의 필자는 장난을 치기보다 주로 당하는 편에 속했는데, 벌써 20년도 넘은 옛날 일이지만 유난히 충격적(?)이어서 기억에 남는 장난 중 하나로 전기충격이 있다.

요즘에도 이런 장난을 치는 어린이들이 있을지 모르겠지만, 이 장난에는 도구가 한 가지 필요하다. 못 쓰는 가스레인지나 고장 난 라이터에서 나온 압전장치가 바로 그것. 지금도 휴대용 가스레인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이 장치는 손가락 마디 두 개 정도의 작은 것으로, 끝에 달려 있는 버튼을 누르면 반대편에 뻗어있는 작은 전선가닥 끝으로 전기가 흘러나온다. 전선가닥 끝을 전기가 흐를 수 있는 물체와 간격을 약간 두고 버튼을 누르면 전선 끝과 물체 사이에 불꽃이 생긴다.

이거다. 어렸을 적 전기 테러(?)에 많이 쓰였던 압전장치. 지금도 라이터나 가스 레인지 등에서 쉽게 발견할 수 있다.

원래 용도에 맞게 쓰인다면야 이 불꽃들은 가스에 불을 붙이는 데 쓰여야하겠지만, 장난꾸러기들은 이것을 사람 놀라게 하는 데 쓰곤 했다. 사람의 몸도 전기가 흐르는 도체이기 때문에, 몸 가까이 대고 압전장치의 버튼을 누르면 불꽃과 함께 순간적인 전기흐름에 깜짝 놀라게 된다. ‘짜릿’한 전기충격은 사람 몸에 해가 될 만큼 강력한 것은 아니지만 놀라기에는 충분해서, 당한 사람에게는 아주 불쾌한 느낌을 준다. 다른 장난들은 대부분 잊어버렸어도 이 장난은 지금까지도 기억하는 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는 것이다. 혹여나 이 글을 읽고 따라하는 이는 없길 바란다.

이 압전장치는 압력을 받으면 크기가 변하면서 전기를 발생시키는 특수한 결정체(주로 수정)를 이용한다. 이때 결정체가 만들어내는 전기를 피에조 전기(piezoelectiricity), 결정체가 피에조 전기를 만들어내는 것을 피에조 전기 효과(piezoelectric effect)라고 한다. 이 효과, 또는 현상은 1880년 프랑스의 자크 퀴리와 피에르 퀴리 형제가 처음 발견했다. 피에르 퀴리는 방사성원소를 처음으로 발견한 ‘퀴리 부인’ 마리 퀴리의 남편이기도 하다. 피에조 전기 효과가 발견된 이후 다양한 분야에 이 현상이 응용되어 쓰이기 시작했다. 그중에서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것들로는 앞서 이야기한 압전장치를 비롯해 마이크, 수정진동자를 이용한 시계 등을 들 수 있다.

그런데 혹시나 독자들 중에는 호기심 많던 시절에 이런 경험을 해 본 일이 있는 분도 계실지 모르겠다. 라디오 카세트 플레이어의 마이크 잭에 헤드폰 또는 스피커를 꽂고 소리가 나오는 부분에 대고 말을 하면 마이크처럼 작동하는 것 말이다. 헤드폰이나 스피커의 종류에 따라 되는 것도 있고 안 되는 것도 있지만, 필자는 실제로 이렇게 작동되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 스피커는 전기신호를 진동으로 바꾸어 음파를 만들어내는 장치인데, 이것을 역으로 이용해 음파를 스피커에 전달시키면 진동이 전기신호로 바뀐다. 이것은 마이크의 작동원리와 똑같다.

이와 비슷하게 압전장치에 쓰이는 결정체, 즉 압전소자는 압력을 가하면 크기가 변하면서 전기가 생기지만, 반대로 전기를 가하면 크기가 변하기도 한다. 이러한 성질을 이용한 자동차 부품이 요즘 들어 상종가를 누리고 있다. 현대적인 연료분사방식 엔진에서 볼 수 있는 이 부품은 인젝터(injector)라는 것으로, 연료분사장치를 구성하는 여러 부품 가운데에서도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인젝터 중에서도 최신 커먼레일 디젤을 비롯한 일부 엔진에 쓰이고 있는 피에조(piezo) 인젝터에 이런 원리가 활용되고 있다.

디젤 엔진용 피에조 인젝터의 단면. 가운데의 피에조 액추에이터 모듈의 크기가 변하면서 연료공급부의 밸브가 열려 노즐 끝으로 연료가 분사된다. ©Bosch

커먼레일 디젤 엔진은 기계적인 구조로 연료를 뿌리는 옛날 디젤 엔진과 달리, 휘발유 엔진처럼 컴퓨터를 이용해 엔진의 실린더에 들어가는 연료의 양과 시기를 조절하게 되어 있다. 이때 연료가 잘 타도록 분무기처럼 연료입자를 잘게 쪼개어 뿌려주는 장치가 인젝터다. 초기의 커먼레일 디젤 엔진에는 전자석의 원리를 이용한 인젝터가 쓰였는데, 이 전자석 방식 인젝터만 해도 연료를 뿌리는 정확도나 정교함은 기계식 연료분사장치보다 훨씬 뛰어나다. 그러나 시간이 흐를수록 디젤 엔진의 대기오염을 줄이도록 여러 나라의 법과 규제가 강화되면서 이것만으로는 부족한 상황이 되었다.

그렇다면 환경보호와 연료를 뿌리는 것의 정확성은 어떤 관계가 있는 것일까. 사실 디젤 엔진 뿐 아니라 휘발유 엔진도 마찬가지로, 연료를 정확하게 뿌리는 것은 환경보호에 도움이 된다. 먼저 그 이유를 살펴보자. 연료는 공기와 일정한 비율로 섞였을 때 가장 잘 탄다. 이처럼 연료가 가장 잘 탈 수 있는 이론적인 공기와 연료의 비율을 전문가들은 이론공연비라고 한다. 만약 이 비율보다 연료가 적거나 많으면, 모자라거나 남는 연료나 공기 성분의 성질이 변해 공해물질이 만들어지기 쉽다.

따라서 어떤 상황에서도 연료를 정확한 시기에 공기와 결합해 에너지를 발생시킬 만큼 정확한 양을 뿌려주는 것이 공해물질이 만들어지는 것을 막을 수 있는 방법 중 하나다. 그러기 위해서는 시시각각 변하는 엔진 상태를 재빠르게 파악하고 그에 맞게 연료 뿌리기를 조절해야 한다. 엔진 상태의 파악은 센서가, 센서를 통해 알아낸 엔진 상태를 바탕으로 필요한 연료의 양을 계산하는 것과 인젝터를 언제 어느 정도 작동시켜야 하는지는 컴퓨터가 알아서 한다. 계산이 끝나면 컴퓨터는 인젝터를 작동시킨다.

커먼레일 디젤 엔진의 주요 구성요소. 노란색 부분이 연료 압력과 관련된 부분이고, 양쪽에 주사기처럼 달린 것이 인젝터다. ©BMW

피에조 인젝터의 원리는 무척 간단하다. 인젝터는 마치 주사기처럼 생겼는데, 연료가 분사되지 않을 때에는 주사바늘로 통하는 통로가 막혀 있다가 연료를 분사해야 할 때가 되면 주사기의 피스톤이 살짝 위로 들어 올라가듯 통로가 열리면서 연료가 주사바늘을 향해 밀려나간다. 이때 피스톤을 위로 들어 올려 연료가 공급되도록 하는 장치가 얼마나 정확하고 빠르게 움직이느냐가 중요하다. 피에조 원리의 장치는 결정체, 즉 압전소자에 전기를 가해 크기를 변화시킴으로써 연료공급을 조절하는데, 결정체의 반응속도가 워낙 빠르기 때문에 기계식 연료분사장치나 전자석의 원리를 이용한 인젝터보다 훨씬 정확하게 필요한 만큼의 연료를 엔진에 공급할 수 있다. 이로써 디젤 엔진은 경제성과 함께 환경친화성이 뛰어난 엔진으로 새롭게 평가받을 수 있었다.

어렸을 적 친구들의 짓궂은 장난 속에 숨어있던 과학적 원리가 요즘 타고 다니는 자동차에 응용되어 쓰이는 것을 그때 그 친구들은 알고 있을까 문득 궁금해진다. 모르긴 해도 몇몇 옛 친구들은 피에조 인젝터가 쓰인 최신 디젤 엔진을 얹은 차를 직접 몰고 다닐 텐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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