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GM대우 사내보 ‘한마음 뉴스레터’ 2009년 4월호에 기고한 글을 재정리한 것입니다 ]
옛날에는 기차를 타면 속도에 따라 주기적으로 ‘덜컹’ 거리는 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기차 바퀴가 레일과 레일의 연결부분을 지나면서 나는 이런 소리는 여름보다 겨울에 더 심하게 들렸다. 레일 연결부분이 여름철이면 거의 맞닿을 정도로 좁아지고 겨울철이면 손가락 몇 개가 들어갈 정도로 넓어지기 때문인데, 이는 뜨거워지면 팽창하고 식으면 수축하는 철의 성질 때문이다. 요즘에는 기차를 타도 이런 소리 듣기가 쉽지 않은데, 그 이유는 글 끝에서 따로 이야기하도록 하자.

자동차의 여러 부품들도 철을 소재로 하고, 열 때문에 팽창하고 수축하는 것이 부품의 구조에 큰 영향을 미친다. 이쯤 되면 대충 자동차에서 가장 뜨거운 부분을 생각하다 엔진 관련 부품 이야기가 나오겠거니 짐작하는 독자들도 계시겠지만, 성급한 짐작이다.
이번에 다룰 주인공은 브레이크다. 브레이크는 잘 알려진 대로 구르는 바퀴를 구르지 못하게 하는, 다시 말해 달리는 차의 속도를 떨어뜨리는 장치다. 이런 역할을 다 하기 위해 브레이크는 다른 여느 부품들 이상으로 열과 씨름을 해야 한다.
브레이크가 열과 씨름하는 이유를 살펴보기에 앞서 브레이크의 원리부터 살펴보자. 브레이크가 차의 속도를 줄이는 과정을 간단히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차가 달리는 가운데 운전자가 브레이크 페달을 밟으면, 유압에 의해 브레이크의 마찰재(라이닝, 패드)가 바퀴에 맞물려 회전하는 구조물(디스크나 드럼)에 닿으면서 바퀴의 회전 에너지가 열 및 소리 에너지로 바뀌어 공기 중으로 발산된다. 이런 과정을 통해 회전 에너지가 줄어드는 만큼 차의 속도도 떨어지는 것이다.

자동차의 브레이크는 마찰재가 어떤 방식으로 바퀴와 함께 회전하는 브레이크 구조물과 닿느냐에 따라 디스크 방식 브레이크와 드럼 방식 브레이크로 나뉜다. 그러나 두 방식 모두 마찰재가 닿는 구조물의 주 재질이 철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따라서 어떤 방식의 브레이크든 구조물에 마찰재가 닿으면 열이 생기면서 팽창한다. 특히 급제동 때에는 디스크나 드럼이 시뻘겋게 달아오르는 때도 있다.

이것이 브레이크가 열과 씨름해야 하는 이유다. 특히 드럼 브레이크는 구조적인 특징상 열에 취약하다. 드럼 브레이크는 바퀴와 함께 회전하는 밀폐된 원통(이것을 드럼이라고 한다) 안에서 마찰재가 원통 안쪽 벽에 닿아 작동하는 구조로 되어 있다. 따라서 마찰열로 원통이 팽창하면 당연히 원통의 지름도 커지고, 그만큼 마찰재가 움직여야 하는 거리도 늘어난다. 즉, 평상시와 마찬가지로 브레이크 페달을 밟으면 제동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아, 페달 감각이 무뎌지는 듯한 느낌을 준다. 이를 전문용어로는 페이드(fade) 현상이라 하고, 제동이 강하면 강할수록, 바퀴에 무게가 많이 실리면 실릴수록 이런 현상은 더 심해진다.
이런 드럼 브레이크의 약점을 극복한 것이 디스크 브레이크다. 디스크 브레이크도 마찰을 이용해 바퀴 회전을 방해하는 것은 마찬가지이지만, 드럼 브레이크와 달리 바퀴와 함께 회전하는 노출된 원판(디스크)을 마찰재가 밖에서 움켜쥐는 형태로 마찰이 이루어지는 것이 다르다. 열을 받는 원판이 공기에 노출되어 있기 때문에 식기도 쉬울 뿐 아니라, 원판이 열을 받아 팽창한다 하더라도 마찰재와의 간격이 벌어지지 않아서 쉽게 제동력이 떨어지지 않는다. 승용차 앞바퀴 쪽에 디스크 브레이크가 널리 쓰이는 이유는 이처럼 강한 제동 때에 관성 때문에 차체 무게가 집중되더라도 제동력이 떨어지는 것을 피하기 위해서다.

아. 마지막으로 기차의 ‘덜컹’ 소리가 요즘 잘 들리지 않는 이유를 이야기할 차례다. 요즘은 기차의 소음을 줄이고 승차감을 높이기 위해 레일 소재를 열 변화에도 좀처럼 늘어나거나 줄어들지 않는 소재로 바꾸고 연결부분을 용접해 다듬고 있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