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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토카 한국판 2009년 11월호에 실린 글입니다 ]

필자는 모터스포츠 외의 스포츠에는 별다른 관심이 없다(사실 모터스포츠에 대한 관심도 전 같지는 않다). 그래도 ‘국민 여동생’으로 자리매김한 피겨 스케이팅 계의 스타 김연아 선수의 활약상에는 아주 무관심할 수 없다. 최근 프랑스에서 열린 그랑프리 대회 우승으로 다시 한 번 멋진 실력을 발휘하며 우승을 차지했다는 소식은 인터넷 뉴스로만 접해도 뿌듯하고 흐뭇하다.

필자가 어렸을 때는 올림픽이든 세계 선수권이든, 피겨 스케이팅은 늘 동유럽 선수들이 상위권을 독차지하는, 우리와는 동떨어진 세상의 스포츠였다. 그런데 가늠하기 힘들었던 피겨 스케이팅과 우리네 관심과의 거리를 단박에 좁혀놓은 것이 바로 김연아 선수였다. 세계적인 무대에서 멋진 연기와 뛰어난 기술을 보여주는, 세계 수준의 ‘진짜 실력자’가 등장함으로써 피겨 스케이팅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이 커지고 저변이 넓어지는 효과를 가져왔다.

이런 사례는 김연아 선수 이전에도 여럿 있었다. 가까이 보면 수영의 박태환 선수가 그랬고, 골프의 박세리 선수도 꼽을 수 있다. 이들 모두 국내에서 그다지 대중적이지 않았던 특정 스포츠 장르에 대한 국민의 관심을 높이는 데 큰 영향을 미쳤다. 모르긴 해도 이들의 활약을 보면서 장래 희망을 ‘세계적인 스포츠 스타’로 정한 어린이들이 적지 않을 것이다. 다양한 스포츠가 사람들 생활 속에 스며들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한 것도 크게 평가할 수 있다.

머릿속이 자동차로 가득한 사람으로, 이런 일련의 파급효과들을 보면서 먼저 모터스포츠에도 김연아 선수 같은 세계 수준의 한국인 스타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단순히 스타만으로 국내 모터스포츠가 세계적 수준으로 도약할 수 있을까? 모터스포츠의 이면을 들여다보면, 아니 어떤 스포츠를 보더라도 그런 등식이 절대적으로 성립하는 것은 아니다.

세계적인 스타가 하루아침에 만들어지지 않는다는 사실은 누구나 잘 알고 있다. 특히 저변이 좁은 환경에서 스타가 태어나기 위해서는 다른 이들보다 힘든 길을 걸어야 한다. 겉으로 드러나거나 알려지지 않더라도, 스타 개인의 노력과 의지와 함께 주변의 지속적인 투자와 환경조성이 있어야 한다. 세계 수준의 무대에 꾸준히 도전하는 것도 빼놓을 수 없다.

간단히 이야기 했지만 이런 과정들은 관련된 분야에 대한 경험이 없는 이들에게는 그야말로 ‘맨땅에 헤딩’이다. 스타 한 사람보다, 스타를 키워내기 위해 이런 고생을 해야 하는 사람들은 훨씬 더 많다. 이런 사람들이 경험하고 이해하며 정리해야 하는 것은 바로 해당 분야의 시스템이다. 스타를 띄우는 방법(스타를 만드는 방법이 아니다)은 누구나 알고 있지만, 시스템은 몸으로 부딪쳐가며 직접 경험해야 한다. ‘노하우’라는 것이 바로 거기에서 나오고, 그것은 누구도 쉽게 알려주려 하지 않기 때문이다. 특히 경쟁이 심한 분야는 더 그렇다.

최근 내년에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열리는 세계 최고의 모터스포츠 이벤트인 포뮬러 원(F1) 코리아 그랑프리 스케줄이 확정 발표되었다. 세계적인 이벤트를 국내에 유치함으로써 모터스포츠에 대한 우리나라 사람들의 관심을 끄는 데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그러나 정말 국민들이 모터스포츠에 대한 관심을 갖게 하려면, 꼭 국내에서 개최되지 않더라도 세계적인 이벤트에서 좋은 성적을 내는 한국인 스타 드라이버를 키워내는 것이 더 효과적이라고 본다. 스타가 미치는 긍정적 영향도 중요하지만, 그런 드라이버를 키워내는 과정에서 얻은 노하우가 국내 모터스포츠를 질적으로 키우는 효과를 가져올 수 있기 때문이다.

F1 코리아 그랑프리는 내년을 시작으로 최소 7년간 열릴 수 있다. 적어도 그 기간 내에 F1 머신을 탄 드라이버가 F1 코리아 그랑프리를 출전하는 모습을 온 국민이 보게 된다면, 모터스포츠에 대한 국민의 관심과 국내 모터스포츠의 수준은 지금과는 비교할 수 없는 정도가 되리라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