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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토카 한국판 2010년 3월호에 실린 글입니다 ]

서울-임진각간의 간선도로이면서 필자의 주 출퇴근 경로에 있는 자유로는 몇 년 전만 해도 차들의 통행이 적어 ‘한국의 아우토반’이라고 할 정도로 신나게 달리는 차들이 많았다. 그렇다 보니 교통사고도 비교적 자주 일어나서, 안전을 위한 대책이 필요했다.

그래서인지 지난 1월 초부터 자유로에 구간과속단속 카메라가 설치, 가동에 들어갔다. 설치구간은 일산 신도시의 마지막 IC인 이산포 IC와 교하운정 신도시의 첫 IC인 구산 IC 사이의 3.3km. 서울과 문산을 향하는 양방향에 모두 설치되어 있지만, 특히 문산방향은 통행하는 차들이 대거 빠지고 소통량이 줄어들기 시작하는 구간에 자리 잡고 있다. 달리다 보면 딱 과속 욕구가 커질 무렵에 곧바로 카메라가 등장한다. 아주 절묘한 위치다.

문제는 사고 다발지역이 구간단속이 끝나는 지점에서 시작된다는 것이다. 아직 설치 초기라 시간이 흘러봐야 사고 예방효과가 검증되겠지만, 아무래도 고개를 갸우뚱하게 된다.

구간과속단속은 고정식이나 이동식 카메라에 이어 지금까지 나온 과속단속기법 가운데 가장 진화한 형태의 것이다. 교통과 관련한 각종 규제와 단속 가운데 이처럼 지속적으로 진화를 거듭하는 것도 드물다. 물론 과속단속의 명분은 언제나 한결같이 ‘사고예방’이다. 과속이 교통사고의 원인이기 때문에 단속을 해야 사고를 줄일 수 있다는 것이다.

물론 과속 때문에 일어나는 사고도 적지는 않다. 하지만 정말 과속이 그처럼 교통사고의 중요한 원인이라고 한다면, 이처럼 단속을 통해 사고를 예방하는 것보다 아예 자동차를 만들 때 법규상의 제한속도 이상을 낼 수 없도록 하는 것이 더 효과적일 것이다.

자동차와 관련되어 불법으로 규정되어 단속되고 있는 사항들 가운데에는 이런 것들이 수두룩하다. 각종 불법 부착물이나 튜닝과 관련된 단속도 그 중 하나다. 안전과 관련된 문제가 있는 제품들이라면 아예 업자들이 생산을 하지 못하도록 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

조금 더 과장해서 얘기를 해 보자. 운전자가 안전벨트를 채우지 않는 것이 문제라면 안전벨트를 채우지 않으면 아예 차의 시동이 걸리지 않게 하도록 할 수도 있다. 운전 중 휴대전화 사용, DMB 시청 따위의 일들이 문제라면 자동차에 휴대전화나 방송전파를 차단하는 장치를 의무적으로 다는 방법도 있다. 이런 게 정말 확실하고 화끈한 해결 방법이다.

국민들이 불법의 세계로 들어갈 수 있는 문은 활짝 열어놓고, 문 앞에 ‘들어오지 마시오’라고 경고문 하나 조그맣게 걸어놓는 것이 지금의 행정이다. 도로마다 제한속도가 있다는 사실을 모르는 운전자는 거의 없다. 그런데도 과속이라는 ‘불법행위’를 하는 데에는 나름대로의 이유가 있지 않겠는가. 그리고 과속은 처벌의 대상으로 삼으면서 도로와 교통의 구조적 문제 때문에 생기는 교통정체에 대해서는 관련된 어느 누구도 운전자들에게 보상은커녕 ‘도로와 신호체계를 잘못 구성해 죄송하다’는 얘기조차도 한 적이 없지 않은가.

정말 ‘나쁜’ 불법 행위라고 여겨 ‘이것은 꼭 막아야 되겠다’라고 생각한다면 뿌리부터 뽑는 게 정석이다. 사실 그보다 앞서 자동차와 관련된 여러 법규의 비현실적인 부분과 허점들을 고치는 것이 더 중요하다. 법규에 빈틈이 많다보니 행정공무원들이 법의 취지와는 상관없이 글자에만 연연하며 많은 사람들을 범법자로 만드는 것이다.

이런 시시콜콜한 부분까지 국민 개개인이 신경을 써야 되나? 이런 문제들을 앞장서서 해결해야 할 입법부 사람들은 허구한 날 쌈박질만 해대고 있다. 입법부 사람들이 앓아야 할 골머리를 대신 앓아주는 우리 국민들은 참 넉살도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