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면 좋고 몰라도 그만인, 타이어에 얽힌 열 한 가지 이야기

[ 에스콰이어 한국판 2011년 4월호에 실린 글의 원본입니다. ]

아무리 엔진이 강력해도 자동차는 타이어가 없으면 달릴 수 없다. 차를 좋아한다면 타이어에도 관심을 기울이는 것이 당연하다. 실생활에 필요한 지식들도 알면 좋겠지만, 타이어와 타이어 메이커의 흥미로운 이야기들을 재미로 알아두는 것도 나쁘지 않다

>> 기본 타이어와 시중에서 파는 타이어의 차이점

OE 타이어라고도 불리는 기본 타이어는 시중에서 파는 일반 타이어와 모델명이 같더라도  조금 차이가 있을 수 있다. 큰 차이는 아니지만 OE 타이어가 조금 더 해당 차에 최적화된 것이라고 보면 된다. 자동차 메이커에서 새 차를 개발할 때에는 타이어 메이커에서도 일정부분 참여하게 되는데, 특정한 성격을 갖도록 만들어진 기본 제품을 바탕으로 해당하는 차의 소음이나 핸들링, 제동특성 등을 고려해 소재나 트레드 패턴을 손질한다.

>> 접지력이 좋은 타이어를 확인하는 방법

가장 일반적인 방법은 타이어 옆면에 표시된 트레드웨어(Treadwear), 즉 마모지수를 확인하는 것이다. 마모지수는 마모되는 정도가 아니라 마모되기까지 걸리는 시간을 표시하기 때문에 수치가 작을수록 빨리 마모된다. 일반적으로 빨리 마모되는 타이어는 소재가 부드러워  접지력이 좋다. 물론 타이어가 마모되는 데에는 변수가 많기 때문에 마모지수와 접지력이 항상 맞아 떨어지는 것은 아니다. 그리고 타이어 메이커마다 기준이 다르기 때문에 수치가 같더라도 제품마다 마모되는 정도 및 접지력은 다를 수 있다. 마모지수는 대개 타이어가 휠에 맞물리는 부분 가까이에 작게 표시되어 있다.

>> 공기를 넣지 않는 타이어

프랑스의 타이어 메이커 미쉐린은 2007년 디트로이트 모터쇼에 트윌(Tweel)이라는 신개념 타이어를 선보였다. 타이어(tyre)와 휠(wheel)을 합성한 이름을 가진 이 타이어는 공기 대신 특수 고무로 된 뼈대가 바퀴살처럼 회전축과 타이어 표면 사이를 연결한 모습이다. 유연한 고무 뼈대가 차의 무게를 지탱하면서 충격을 흡수하기 때문에 펑크 날 염려가 없고 수명이 길다. 또한 코너를 돌 때 옆방향으로의 움직임이 적어 핸들링이 정확하다. 그러나 아직까지는 고속에서의 진동, 소음과 높은 열이 발생하는 문제가 해결되지 않아 실용화되지 않고 있다.

>> ‘모빌리티 타이어’의 실체

폭스바겐이 국내에 파사트 CC를 출시하며 대대적으로 알렸던 것 중의 하나는 이른바 ‘모빌리티 타이어’였다. 타이어에 구멍이 나도 별다른 조치 없이 계속 달릴 수 있는 것이 이 타이어의 특징이다. ‘모빌리티 타이어’는 당장 타이어를 교체하지 않더라도 공기가 금세 빠져나가지 않는다. 타이어 내부에 유연한 고무 소재가 덮여 있기 때문에, 구멍이 나더라도 지름이 5mm를 넘지 않으면 곧바로 구멍이 메워지기 때문이다. 요즘 스페어 타이어 대신 많이 쓰이고 있는 펑크 수리 키트의 특수 고무 액을 미리 발라놓은 것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하지만 사실 이런 타이어를 만드는 데에 폭스바겐이 한 일은 별로 없다. 타이어 공급업체인 컨티넨탈의 컨티실(ContiSeal) 기술(피렐리는 ‘실 인사이드’라는 비슷한 기술을 갖고 있다)이 쓰인 타이어를 폭스바겐이 사다 쓰는 것이다. ‘모빌리티 타이어’라는 이름도 출처 불명의 신조어다. 해외에서 일반적인 런-플랫 타이어를 ‘익스텐디드 모빌리티 타이어’라고 부르는 데에서 비롯된 것이라 짐작만 할 뿐이다.

>> 런-플랫 타이어의 부수적인 효과

런-플랫(Run-flat) 타이어는 펑크(올바른 표현은 아니지만 일반적으로 많이 쓰이기 때문에 그냥 쓴다)가 나도 일정한 속도 이하로는 웬만한 거리는 계속 달릴 수 있다. 크게 두 가지로 나뉘는 런-플랫 타이어 가운데 타이어 옆면(사이드 월)을 보강한 구조의 것은 손상을 입은 후에도 달릴 수 있도록 하다 보니 부수적인 효과를 얻었다. 하나는 옆면을 보강하면서 충격을 흡수하는 능력이 떨어져 승차감이 일반 타이어보다 나빠진 것이고, 다른 하나는 그 덕분에 스티어링 휠 조작에 더 정확하게 반응하게 되어 차의 움직임을 더 민첩하게 만든다. BMW가 적극적으로 이 방식의 런-플랫 타이어를 쓰는 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 앞 뒤 타이어 너비가 다른 차

몇몇 뒷바퀴굴림 차는 앞 뒤 타이어의 너비가 다르다. 엔진의 구동력이 뒷바퀴로 집중되기 때문에 구동력을 잘 살리기 위해 뒤 타이어의 접지면적을 넓힌 것이다. 주로 가속력을 중시하는 차에서 이런 구성을 볼 수 있다. 그런데 뒷바퀴굴림 차인데도 앞 뒤 타이어 너비가 같은 차도 있다. 이런 차들은 전반적인 달리기의 균형을 중시하는 차들이다. 브레이크를 밟아 차의 앞쪽으로 무게가 실릴 때나 코너에서 원심력을 받는 앞 타이어가 충분히 힘을 감당할 수 있도록 대비하기 위한 조치다.

>> 트럭과 버스의 뒤 타이어가 2중으로 끼워지는 이유

트럭과 버스를 보면 뒤 타이어가 한쪽에 두 개씩 2중으로 끼워져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이는 사람을 많이 태우거나 짐을 많이 실었을 때 타이어에 실리는 무게를 분산시키기 위한 것이다. 타이어가 감당할 수 있는 무게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2중으로 끼워 타이어의 부담을 줄이는 것이다. 한편으로는 2중으로 끼워진 것 중 하나가 손상되더라도 다른 하나가 힘을 어느 정도 받을 수 있도록 해 안전을 꾀하기 위한 목적도 있다. 그렇다면 1톤 트럭의 앞 타이어보다 뒤 타이어의 크기가 작은 이유는? 짐칸 높이를 낮춰 짐을 싣고 내리기 편하게 하기 위한 것이다.

>> 즐거운 여행을 돕는 타이어 메이커

여행을 즐기는 사람이라면 ‘미슐랭 가이드’라는 책자에 대해 한 번쯤은 들어 봤을 것이다. 관광 가이드로서 세계적인 권위를 인정받고 있는 이 책자는 세계 주요 지역의 호텔 및 레스토랑을 전문가들이 직접 방문해 냉철하게 평가하고 별점을 매기는 것으로 유명하다. 이 미슐랭 가이드를 발행하는 곳은 바로 타이어 메이커 미쉐린이다. 프랑스어에 익숙하지 않은 독자들을 위해 이야기하자면, 미슐랭=미쉐린이다. 모두 ‘Michelin’이라고 쓰지만, 프랑스어 식으로 읽느냐, 영어 식으로 읽느냐에 따른 차이일 뿐이다. 1900년에 처음 나온 이 가이드는 원래 미쉐린 타이어를 구입한 소비자에게 무료로 나눠주던 자동차 관리 및 관광안내 책자였다. 지금은 돈 주고 사야 한다.

>> 사진예술이 무엇인지 보여주는 타이어 메이커

자동차 바닥에는 매 연말 달력 하나 챙기려고 기를 쓰는 사람들이 있다. 누구나, 어디서나 쉽게 구할 수 없는 달력이기에 그럴 수밖에 없다. 피렐리 영국 지사가 발행하는 피렐리 캘린더는 매년 한정된 수량만 제작되어 VIP 고객과 유명 인사들에게 한정해 선물로 증정한다. 이건 돈 받고 팔지도 않는다. 타이어 메이커가 만드는 달력이지만 타이어는 눈 씻고 봐도 찾을 수 없다. 세계적인 사진작가가 촬영한 유명 배우 및 모델들의 누드 및 세미 누드 사진이 실리는 이 달력은 사진예술의 현주소를 보여주는 예술 작품이다. 참고로 최신 2011년판은 스타일 아이콘인 칼 라거펠트의 사진이 실렸다. 

>> 문화와 예술을 사랑하는 타이어 메이커

일본 도쿄 JR 도쿄역 앞에 있는 브리지스톤 빌딩 2층에는 인상파 중심의 유럽 근대미술품을 전시하고 있는 근사한 미술관이 있다. 관광차 도쿄를 방문하는 우리나라 사람들도 종종 찾는 이곳은 브리지스톤 창업자인 이시바시 쇼지로의 유지로 만들어진 브리지스톤 미술관이다. 1952년에 문을 연 이곳에 전시된 미술품 중 상당수는 이시바시 자신이 수집했던 것들이다. 또한 이곳을 운영하는 이시바시 재단은 후쿠오카 현 쿠루메 시에 일본 근대 서양화, 서화 및 도자기류를 전시하고 있는 이시바시 미술관도 운영하고 있다. 사람과 자동차의 신발을 만들어 팔아 번 돈을 대중을 위한 문화사업에 투자한 것이다. 세계적인 규모를 자랑하는 우리나라 3대 타이어 메이커는 뭐하느냐고? 글쎄다.

>> 세계 타이어 메이커들의 이모저모

  • 일본 브리지스톤과 미국 파이어스톤은 한 식구다. 1988년에 브리지스톤이 파이어스톤을 인수했다. 같은 ‘스톤’ 돌림 상표를 쓰지만 두 회사는 처음에는 아무 관계가 없었다.
  • 독일 컨티넨탈은 2007년에 자동차용 전장 메이커인 지멘스 VDO와 지멘스 VDO 오토모티브를 인수했다. 이는 타이어 메이커가 메이저급 자동차 부품 업체를 인수한 유일한 사례다.
  • 미국 굿이어의 회사명은 사람 이름에서 비롯되었지만 창업자의 이름을 따온 것은 아니다. 굿이어는 고무가 단단한 성질을 갖게 하는 가황(加黃)법을 발명한 사람이다.
  • 프랑스 미쉐린은 1930년대에 자동차 메이커인 시트로앵을 인수했었다. 당시 시트로앵은 현대식 자동차 생산설비를 갖추기 위해 엄청난 돈을 쏟아 부었다가 파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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