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Hyundai_Tucson_iX-1

[ 오토카 2011년 7월호에 실린 글입니다. ]

자동차 역사상 최악의 발명을 꼽자면 나는 주저 없이 자동변속기를 이야기할 것이다. 자동변속기는 운전이라는 행위에서 진지함을 빼앗아갔다. “운전이야 그냥 하면 되는 거지, 진지해야 할 이유가 뭐가 있냐”는 질문이 나올 수도 있다. 도대체 진지함 없는 운전이 뭐가 잘못된 걸까?

우리가 종종 잊게 되는 사실 중 하나를 되새겨 보면 금세 이해할 수 있다. 그것은 바로 운전이 매우 위험한 일이라는 것이다. 운전 중의 사소한 부주의와 실수 때문에 사람의 목숨이 왔다갔다할 수 있다는 사실은 예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다. 생명이 달린 일이 진지하지 않다면 인간의 목숨도 중요하지 않은 것이다. 생각 없는 운전은 생명경시와 일맥상통한다.

운전이 습관이 되고 나면 별 차이가 없을 수도 있겠지만, 적어도 수동변속기가 달린 차를 몰면 조금이라도 운전에 신경을 더 쓸 수밖에 없다. 액셀러레이터를 밟으면 가고, 브레이크를 밟으면 서는 자동변속기 차는 스위치를 켜면 움직이고 끄면 멈추는 선풍기와 다를 바 없다. 최소한 수동변속기 차는 가고 서기 위해 클러치와 기어 레버 조작이라는 두 가지 행위를 더 조합해야 한다. 과정이 제대로 되어야 결과도 제대로 나온다. 조금이라도 더 생각을 하고 몸을 움직여야 잘 달릴 수 있다. 생각하는 운전이 가능하다는 얘기다.

요즘 거리를 보면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힘든 운전을 하는 사람들이 자주 눈에 뜨인다. 쉽게 말해 생각 없이 운전하는 사람들이다. 그들에게 면허시험은 그저 통과의례이고, 내가 법이고 내 기준이 상식이다. 운전이 쉽지 않다면 그런 사람들이 운전대를 잡을 일도 없다. 생각 없이 운전하는 사람이 자연적으로 여과되기를 기대하기는 힘들다. 제대로 된 상식을 갖지 못한 사람들에게 상식의 잣대를 들이대는 것은 무의미하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갈수록 간소화되는 운전면허제도는 변화의 방향을 잘못 잡은 대표적인 사례다. 얼핏 현실적이고 합리적인 변화라고 받아들이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나무 하나만 보고 숲을 이해한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국내 면허제도 변화 과정에서 가장 파급효과가 컸던 것 중 하나인 2종 자동 면허의 도입을 떠올려 보자. 면허제도 간소화의 일환으로 도입된 이 면허는 생각 없는 운전자의 양산에 가장 큰 공헌을 했다. 그리고 이런 제도변화의 혜택을 가장 크게 본 곳은 자동차 메이커, 꼭 집어 말하면 자동변속기를 직접 만들어 자사 차에 얹어 파는 메이커였다.

위험한 운전자의 양산을 자동차 안전 관련 규제의 강화로 보완할 수 있다는 얘기도 나올 수 있다. 그러나 세계에서 관련 규제가 가장 엄격한 미국에서도 교통사고로 인한 인명피해 감소는 더 이상 획기적으로 감소하지 않는다. 그리고 우리가 쉽게 접하지 못해서 그렇지, 미국에서는 우리가 상상하기 힘들 정도로 어처구니없는 교통사고들도 종종 일어나곤 한다. 자동차 문화의 역사가 길다고 해서, 규제가 엄격하고 상세하다고 해서 사고가 일어나지 않는 것은 아니다. 중요한 것은 운전자의 의식과 행동이다.

제도의 변화에는 제도가 다루는 사안에 대한 본질적인 이해와 사고가 앞서야 한다. 처음 자동변속기를 발명한 기술자들이 요즘 우리나라와 같은 교통환경을 보면 자신들이 한 노력의 결과가 이런 한심한 모습을 만든 데 일조했음에 씁쓸해할 것이다. 새 면허제도를 구상한 사람들이 수십 년 뒤에 펼쳐진 교통환경을 보면서 어떤 생각을 할 지 벌써부터 궁금해진다. 솔직히 그들이 그 때가 되어 자신들이 무슨 짓을 했는지 돌아볼 만큼 생각이 있는 사람들인지 부터가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