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모터트렌드 한국판 2012년 4월호에 실린 글의 원본입니다. 내용이 길어 10년 단위로 다섯 개 포스트로 나누어 올립니다. ]

* 일본 스포츠카, 이렇게 달려왔다(2) – 1970년대 에서 이어지는 글입니다.

– 1980년대

1979년에 시작된 제2차 석유파동은 일본차에게는 또 다른 기회가 되었다. 제1차 석유파동을 겪는 과정에서 기술과 수익성을 높이며 경쟁력 높은 제품을 만들 수 있었던 덕분에 해외에서 일본차의 인기가 높아진 덕분이었다. 1980년에는 일본의 자동차 생산대수가 미국을 넘어 세계 1위로 올라섰다. 일본차는 성능과 기술력을 입증하기 위해 세계적인 규모의 모터스포츠에 적극적으로 진출하기 시작했고, 전자기술이 발달하면서 자동차 업계는 자동차 곳곳에 전자제어 기술을 활용하기 시작했다. 지속적인 경제성장에 따라 일본의 모터리제이션은 이미 성숙단계를 넘어서, 소비자들은 점점 고급스럽고 수준 높은 차를 원하기 시작했다. 1980년대 중반의 엔고가 가져온 버블 경제, 즉 국내 자금 유동성 과잉현상은 이런 사치를 부추겼다. 서구의 자동차 메이커에서는 상상하기 힘들 정도로 다양한 장르와 성격의 차들이 쏟아져 나왔고, 스포츠카도 예외는 아니었다. 이 시기는 경제 고도성장과 더불어 모터리제이션을 몸으로 겪어온 전후 세대가 중년층이 되어가는 시기였다. 이들이 즐기기 위한 차에 대한 수요가 커진 것도 1990년대 높은 수준의 스포츠카가 쏟아져 나오는 데에 큰 영향을 미쳤다. 덕분에 버블 경제가 끝 모르고 커져만 가던 1980년대 막바지에는 일본뿐 아니라 세계적으로도 큰 파급효과를 가져온 스포츠카 역사에 기념비적인 스포츠카들이 등장할 수 있었다.

도요타 소아러(1981년)

럭셔리 GT를 지향한 대형 2도어 쿠페로 도요타의 스포티한 성격의 차 가운데 가장 상위 모델로 나왔다. 직렬 6기통 2.8L 엔진은 2,000cc 이상 엔진 가운데 일본 처음으로 DOHC 기술을 써 뛰어난 성능을 냈다. 디지털 계기판, 전자제어 서스펜션과 오토 에어컨 등 화려한 기술로 가득했다.

미쓰비시 스타리온(1982년)

갤랑 GTO, 갤랑 시그마 쿠페의 흐름을 이은 미쓰비시의 2도어 스페셜티카. 공기저항계수 0.32의 날렵한 차체와 새로 개발된 시리우스 엔진, 터보차저, 전자제어 연료분사기술 등에 힘입어 닛산 300ZX, 마쓰다 RX-7과 견줄 수 있는 뛰어난 성능을 자랑했다. 크라이슬러 계열 브랜드에 OEM 공급되기도 했다. 

도요타 코롤라 레빈/스프린터 트레노(1983년)

소형차의 앞바퀴 굴림화 흐름 속에서 도요타가 마지막으로 만든 뒷바퀴굴림 소형차. 가벼운 차체와 이상적인 차체 무게배분, 1.6L DOHC 엔진으로 운전이 재미있는 차로 인기를 얻었다. 출시 당시에는 일부 매니아들에게만 인기를 얻었지만 만화 ‘이니셜 D’로 인해 널리 알려지며 재조명되었다.

닛산 페어레이디 Z/300ZX(1983년)

3세대로 접어든 페어레이디 Z는 현대적인 스타일로 탈바꿈하며 차의 성격도 GT에 가까와졌다. 이러한 변화로 일본에서는 인기가 떨어지기 시작했지만 미국에서는 판매가 꾸준히 이어졌다. 1989년에 나온 세련된 스타일의 4세대는 V6 3.0L 트윈 터보 엔진의 도움으로 0->시속 100km 가속 5초 대의 뛰어난 성능을 냈다.

혼다 발라드 스포츠 CR-X/시빅 CR-X(1983년)

3세대 시빅을 줄여 만든 2인승 해치백으로, 당시 소형차로서는 드물게 뒤 독립 서스펜션을 갖추고 있었고 후기에 추가된 VTEC 가변밸브 엔진 등으로 성능이 뛰어났다. 특히 젊은이들에게 운전을 즐길 수 있는 차로 인기가 높았고, 이 차를 계기로 혼다차에 스포티한 이미지가 뚜렷하게 각인되었다. 

도요타 MR2(1984년)

저렴한 값에 수퍼카의 분위기를 즐길 수 있도록 만들어진 소형 미드십 스포츠카. 엔진과 변속기 등 코롤라의 부품과 구성요소를 많이 사용했다. 기술제휴 관계였던 로터스가 개발에 참여해, 주행특성과 성능도 좋은 평을 얻었다. 1989년에 나온 2세대는 페라리 348을 닮은 디자인 때문에 ‘가난한 자의 페라리’로 불렸다.

마쓰다 사바나 RX-7(1985년)

2세대 RX-7은 1세대에 이어 포르쉐 944와 닮은 스타일로 주목받았다. 하드웨어적으로는 4륜 독립 서스펜션과 2로터 로터리 엔진에 터보차저와 인터쿨러를 더해 최고출력을 215마력으로 올린 것이 눈길을 끌었다. 일본차 중 처음으로 앞 브레이크에 4피스톤 알루미늄 캘리퍼를 쓰는 등 새로운 시도도 많았다.

혼다 프렐류드(1987년)

2세대부터 화려한 장비로 인기가 높았던 혼다의 스페셜티카 프렐류드는 3세대 들어 절정의 인기를 누렸다. 일본차 중 처음으로 전동 선루프, ABS, 4륜 조향 시스템, 토크 벡터링 시스템(ATTS), 수동기능 자동변속기를 갖추는 등 당시 혼다의 첨단 기술이 모두 반영되어 있었다. 

닛산 실비아/180SX(1988년)

1988년에 나온 5세대 실비아는 스페셜티카 시장의 강자인 프렐류드를 끌어내리고 가장 인기 있는 스페셜티카 자리를 차지했다. 해치백 모델인 180SX와 더불어 미래지향적인 디자인과 세련된 꾸밈새, 뒷바퀴 굴림 구동계에서 비롯되는 스포티한 핸들링으로 젊은이들에게 인기를 끌었다.

닛산 스카이라인 GT-R(1989년)

단명한 2세대 이후 16년 만에 부활한 스카이라인 GT-R은 일본 그룹 A 레이스 출전을 목표로 독일 뉘르부르크링에서의 테스트를 통해 세계적 수준의 성능을 냈다. 전자제어 4륜구동 및 4륜조향 시스템, 잠재력 높은 직렬 6기통 2.6L 트윈터보 엔진 등으로 일본 최고의 스포츠카로 오랫동안 군림했다.

마쓰다 MX-5(1989년)

1960년대 특히 미국에서 인기를 끌었던 유럽산 경량 2인승 컨버터블의 멋과 재미를 부활시킨 차. 독특한 백본 프레임과 매끈한 외형, 높지 않은 출력을 내는 엔진을 얹었음에도 경쾌한 주행성능을 발휘해 큰 인기를 끌었다. MX-5의 성공은 이후 여러 브랜드가 비슷한 장르의 차를 내놓는 기폭제가 되었다.

미쓰비시 이클립스(1989년)

스타리온의 후속 모델인 이클립스는 여전히 크라이슬러와 협력관계를 통해 만들어졌다. 최상위 모델에는 AWD 구동계에 2.0L 터보 엔진까지 갖춰 수치상의 성능에서 여러 당대 동급 모델을 능가하기도 했다. 1995년에 나온 2세대 모델은 국내에도 병행수입되었고 영화 ‘분노의 질주’에도 등장해 기억하는 이들이 많다. 

혼다 NSX(1990년)

세계 최초의 양산 알루미늄 보디 승용차로, 본격적으로 유럽 슈퍼카에 대항하기 위해 개발되었다. 운전석 뒤에 가로로 배치된 V6 3.0L VTEC 엔진 과 당시 혼다 F1 주전 드라이버였던 아일턴 세나의 개발 참여로 주행감각이 뛰어났다. 편의성과 꾸밈새도 뛰어났고 자동변속기도 선택할 수 있는 현실적 슈퍼카였다.

미쓰비시 GTO/3000GT(1990년)

당대 미쓰비시가 갖고 있던 첨단기술을 총동원해 슈퍼카급 성능을 내도록 개발된 모델. 최상위 모델에는 V6 3.0L 엔진에 트윈 터보차저를 더해 280~324마력의 출력을 냈고, 전자제어 AWD와 4륜조향 시스템, 자동조절 전동 스포일러 등을 갖췄다. 기술과다로 차가 무거워져 성능과 핸들링이 팬들의 기대를 밑돌았다.

* 일본 스포츠카, 이렇게 달려왔다(4) – 1990년대 로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