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토카 한국판 2012년 6월호에 실린 글의 원본입니다. ]

칠순을 바라보는 필자의 아버지가 얼마 전 운전면허를 따셨다. 필기시험 한 번, 코스시험 한 번의 낙방경험이 있는 필자가 부끄럽게, 장내주행시험 한 번만 미끄럼을 타셨을 뿐 우수한 성적을 기록하며 면허증을 손에 넣으셨다고 한다. 한 편으로는 기분 좋은 일이지만, 다른 한 편으로는 걱정이 앞선다. 물론 아직 일상적인 활동을 하시기에 전혀 불편함이 없으시지만, 그 연세에 직접 차를 몰고 거리에 나서기에는 주변의 교통 환경이 그리 녹록치 않아서다. 20년 넘는 운전경력을 자랑하는 어머니가 아버지의 운전에 불안해하시는 것도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노년에 새로 면허를 취득하는 분들이 아니더라도, 자동차가 생활필수품으로 자리를 잡은 요즘에는 젊어서 운전을 시작해 자연스레 노년에 이른 분들도 점점 많아지고 있다. 대중교통 이용이 여의치 않은 한적한 농어촌 지역에 사는 다른 노년층은 좋든 싫든 자가용에 의존해야 할 것이고, 일찌감치 자가운전에 길들여진 도시생활 노년층도 일상생활을 위해 불편을 감수하고 싶지는 않을 것이다. 자가용 대신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것은 노년층에게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다. 경로우대 차원에서 무임승차가 가능한 버스나 지하철은 정거장까지 이동하는 것은 물론이고 이동하는 동안의 체력소모도 만만치 않다. 그렇다고 허구한 날 비싼 택시를 이용할 수도 없는 일이다. 잠깐 걷는 것도 힘이 드는 상황이라면 그나마 앉아서 손발만 놀리면 목적지 문 앞까지 갈 수 있는 자가용을 이용하는 것이 가장 속편한 선택이다. 자가운전에 익숙한 노년층이 운전을 포기하는 것은 곧 이동권을 포기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그러니 앞으로 거리에 노년 운전자들이 빠르게, 그리고 엄청나게 늘어나리라는 것은 불 보듯 뻔한 일이다.

그런데 막상 노인들이 운전하기에 편한 차들은 찾아보기 힘들다. 젊은이들 생각에는 쉽고 편리하게 여러 기능을 활용할 수 있는 스마트폰도 노년층은 사용방법이 낯설어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는 모습을 종종 보게 된다. 하물며 자동차는 어떻겠는가. 아무리 안전하고 편리한 기술이 가득 담겨 있는 자동차라 하더라도, 노년층이 새롭게 조작방법을 익히고 적절하게 활용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안전을 위한 기술이 전혀 안전을 보장하지 못하는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다는 것이다.

2008년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여러 부문의 상을 받은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라는 영화가 있다. 내용이 난해한 탓에 필자는 영화를 보고나서도 감독이 영화를 통해 무엇을 이야기하려고 하는지 쉽게 이해할 수 없었다. 그런데 우연히 방문한 블로거 ‘풍림화산’의 블로그(lsk.pe.kr)에서 명쾌한 해답을 얻을 수 있었다. 그의 영화에 대한 해석은 ‘나이가 들어서 아무리 많은 것들을 알게 된다고 해도 세상의 변화를 따라잡을 수가 없다’는 것이었다. 

요즘의 자동차들도 마찬가지라는 생각이 든다. 최근 등장하는 다양한 안전기술과 장치들에서 노년층을 위한 배려는 찾기 힘들다. 노년층이 도로 위에서 산전수전 다 겪으면서 운전에 대한 나름의 틀과 방법을 체득했다 하더라도, 끊임없이 발전하고 변화하는 자동차의 기술은 쉽게 따라잡을 수 없을 것이다. 간단히 말해 노인들이 안전하고 편안하게 운전할 수 있는 차, 즉 노인을 위한 자동차는 없다. 노년층이 무시할 수 없는 자동차의 구매계층이 되는 날, 과연 자동차 메이커들은 어떻게 대응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