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모터 매거진 2013년 5월호에 실린 글입니다. ]

1954년에 데뷔한 포드 선더버드는 1950년대 미국에서 인기 있던 유럽 스포츠카에 대항하기 위한 포드의 노력을 보여주는 차다. 선더버드는 경제적 기반을 갖춘 중년층 취향에 맞춰 보수적이면서도 유럽 감각을 담은 디자인과 대 배기량 V8 엔진으로 강력함과 쾌적함을 동시에 만족하는 주행성능을 지녔다. 초대 모델의 성공에 힘입어 장수하며 포드의 상징적 모델 중 하나가 되었다.

1950년대의 미국 자동차 산업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늘어난 수요로 성장일로에 있었지만, 어느 메이커도 충분히 다양한 제품군을 갖추고 있지는 못했다. 특히 일반 소비자를 겨냥해 만든 세단, 쿠페, 왜건들은 대부분의 디자인과 기술적 요소를 공유해 개성이 두드러지지 않았다.

특히 당시 미국에서는 유럽 스포츠카가 큰 인기를 끌고 있었다. 미국 메이커들이 내놓는 스포츠카는 찾아보기 어려웠고, 스타일과 성능에서도 유럽 스포츠카는 차별화된 모습으로 고유한 입지를 다지고 있었다. 특별한 차의 수요가 늘고 있다는 점은 미국 메이커들을 자극하기에 충분했고, 유럽 스포츠카에 견줄 수 있는 차를 만들기 위해 다양한 시도가 이루어졌다. 

1955 Ford Thunderbird.

유럽 스포츠카에 대응하기 위해 개발되어

포드도 그런 분위기를 파악하고 새 차를 준비하기 시작했는데, 루이스 D. 크루소(Louis D. Crusoe)와 조지 워커(George Walker)의 아이디어가 참신한 새 차로 이어지는 계기가 되었다. 포드 부사장 겸 포드 디비전 총괄 책임자였던 크루소는 자동차 시장을 읽는 감각이 탁월해, 퇴직한 후 헨리 포드 2세가 다시 초빙할 정도로 능력이 뛰어난 인물이었다. 아울러 디자인 책임자였던 워커는 예술적인 감각을 지닌 디자이너로 나중에 부사장까지 오르게 된다. 두 사람은 1951년 프랑스를 방문했을 때 보았던 차에서 영감을 얻어 포드만의 스포티한 차를 만들기 위한 작업을 시작했다.

초기의 개발 지침은 ‘기본적인 양산 부품을 최대한 활용해 만들 수 있는 2인승 캔버스톱 오픈 카’였다. 시장조사 결과, 포드의 새 차는 경제적 기반을 갖춘 중년 전문직 종사자들이 선호할 것이라는 예측이 나왔다. 수요층의 특성상 급진적인 디자인이나 스포츠카라는 명칭이 어울리는 고성능 차보다는 날렵하면서도 보수적인 성향에 가까운 스타일과 편안한 주행감각을 지닌 차가 필요했다. 포드는 메르세데스-벤츠, 재규어 등 유럽 스포츠카와 견줄 수 있는 성능과 이미지를 가지면서도 합리적인 값으로 내놓을 수 있어야 한다는 생각에, 새 차의 개발과 생산비용을 줄이기 위해 이미 판매되고 있는 풀 사이즈 승용차의 여러 부품을 활용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고 고급스러운 2인승 컨버터블을 만들기로 했다. 

새 차의 개발이 한창 진행되고 있을 무렵인 1953년에 포드의 가장 강력한 경쟁자인 쉐보레가 콜벳을 내놓으면서 미국산 스포츠카를 둘러싼 분위기가 무르익기 시작했다. 그 즈음에 포드는 V8 엔진을 얹은 2인승 컨버터블로 뛰어난 가속 성능과 시속 160km를 웃도는 최고속도를 내는 차를 만든다는 구체적인 목표를 정했다. 디자인도 페라리를 연상할 수 있는 특징을 포드 고유의 디자인에 담는 한편, 앞뒤 램프를 비롯해 여러 곳에 다른 포드 승용차의 부품을 활용하도록 했다. 여러 고려사항을 반영한 최종 디자인은 디자이너 프랭크 허시(Frank Hershey)의 손으로 만들어졌다. 새로운 모델 이름도 필요했다. 5,000여 개의 후보를 놓고 고심하던 중, 디자이너 앨든 기버슨(Alden Giberson)이 제안한 선더버드라는 이름이 선정되었다.

‘개인적 성향의 고급 승용차’ 지향해 성공

1954년 디트로이트 모터쇼에서 처음으로 공개된 선더버드는 당시 일반적인 미국 차와 달리 비교적 간결한 디자인의 차체는 다분히 유럽차 분위기가 묻어났다. 보닛에는 고성능을 상징하는 공기 흡입구가 있었고, 당시 유행하던 테일핀도 과장되지 않은 모습이었다. 처음부터 컨버터블 한 가지로만 생산되도록 계획되어, 소프트톱을 기본으로 탈착식 하드톱을 선택할 수 있었다. 나중에 탈착식 하드톱에 추가된 원형 옆 유리는 초대 선더버드의 상징적 디자인 요소로 자리를 잡았다.

주요 경쟁차 중 하나였던 콜벳과 비슷한 점도 많았지만 성격은 크게 달랐다. 개발 비용을 줄이기 위해 일반 승용차용 부품을 폭넓게 활용한 것은 두 차 모두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콜벳은 순수 스포츠카를 지향하면서 경량화를 위해 유리섬유 보디를 썼고, 선더버드는 쾌적함을 유지하고 비용절감을 위해 일반적인 철제 모노코크 보디를 썼다.

두 차의 가장 큰 차이는 엔진이었다. 콜벳은 처음 데뷔 당시 특색 없는 직렬 6기통 3.9ℓ 150마력 엔진을 얹었고, 선더버드는 머큐리 브랜드 차에 쓰이고 있던 V8 4.8ℓ 193마력 엔진을 얹어 강력하지만 부드럽게 달리는 ‘개인적 성향의 고급 승용차’를 지향했다. 이런 차이는 소비자들에게 선더버드가 더 매력적으로 보이는 계기가 되었다.

시장 흐름을 제대로 읽은 덕분에 데뷔 직후에 선더버드는 콜벳과 비교해 훨씬 큰 성공을 거두었다. 1955년형 모델을 기준으로 콜벳 한 대가 팔릴 때 선더버드는 23대가 팔렸다. 절대적인 판매 대수가 많은 것은 아니었지만, 틈새시장을 목표로 개발된 차로서는 매우 성공적이었다. 포드의 양산 목표는 연간 1만 대였지만, 1955년형 모델은 목표를 훨씬 웃도는 1만6,155대였다.

높은 인기와 더불어 해마다 부분적으로 변경되면서 상품성을 높인 선더버드는 포드의 대표적인 고급 컨버터블로 자리를 굳건히 하며 40년 이상 장수하는 인기 모델이 되었다. 특히 초대 선더버드의 디자인은 2002년에 나온 11세대 모델에 현대적으로 재현되어 포드의 역사성을 반영하는 상징임을 입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