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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일보 2014년 9월 15일자에 실린 글입니다. ]

쌍용자동차의 대표적 모델이 코란도라는 것은 우리나라 사람이라면 대부분 알고 있다. 코란도는 오랫동안 국내 유일의 정통 4륜구동 승용차였기 때문에, 지금도 국내에서는 4륜구동차의 대명사라는 인식이 강하다. 이미 지프를 바탕으로 만든 오리지널 코란도가 단종된 지 10년이 넘었지만, 쌍용이 렉스턴과 체어맨을 제외한 모든 모델에 코란도라는 이름을 붙이고 있는 이유도 그런 배경에 뿌리를 두고 있다.

코란도라는 이름이 우리나라 자동차 역사에 처음 등장한 것은 1983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러나 코란도의 뿌리가 된 지프는 1969년부터 국내에서 생산되기 시작했다. 당시 신진자동차가 미국 카이저와 계약을 맺고 민간용 지프 CJ-5를 생산한 것이 시발점이었다. 도로 포장률이 낮고 험로가 많았던 탓에 관공서와 건설회사 등 4륜구동 차를 필요로 하는 곳이 적지 않았고, 신진이 만든 지프는 그런 수요를 채우기에 안성맞춤이었다. 판매가 궤도에 오른 1974년에는 카이저를 인수한 AMC가 신진자동차와 합작해 신진지프라는 별도 법인을 설립하기에 이른다.

그러나 1차 석유파동의 여파로 유가가 크게 오르자 배기량이 큰 휘발유 엔진을 얹은 지프의 판매는 곤두박질했다. 이내 AMC가 판매부진을 이유로 발을 뺐지만 신진은 독자적으로 지프 생산을 계속할 수 있었다. 신진은 지프에 경제성 높은 디젤 엔진을 얹어 회생의 발판을 마련했다. 그러던 중 신진이 리비아에 지프를 수출한 것이 문제가 되었다. 냉전 시대에 미국의 적성국인 리비아와 거래한 것이 화근이었다. AMC는 신진이 더 이상 지프라는 상표를 쓸 수 없도록 했고, 신진의 뒤를 이은 거화가 그 대안으로 지은 새 이름이 코란도였다. 이후 동아자동차와 쌍용자동차를 거치면서도 코란도라는 이름과 지프 고유의 모습은 그대로 이어졌다. 1996년에 완전히 새로운 독자 모델인 뉴 코란도가 나온 뒤에도 코란도는 한국의 지프로 사람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고 지금의 쌍용자동차가 있게 한 밑거름이 되었다.

흥미로운 사실은 현재 쌍용자동차의 대주주인 인도의 마힌드라 역시 지프 생산으로 자동차 사업을 시작한 회사라는 점이다. 마힌드라가 처음 지프를 생산한 것은 1948년으로 쌍용의 전신인 신진보다 훨씬 이른 시기였다. 마힌드라는 지프를 발판으로 인도 굴지의 자동차 회사로 성장할 수 있었고, 지금도 오리지널 지프의 모습을 닮은 타르(Thar)라는 이름의 정통 4륜구동 차를 만들고 있다. 그동안 전혀 인연이 없었음에도 지프 생산이라는 공통된 뿌리를 갖고 있는 두 회사가 만난 사례는 세계적으로 보아도 유일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