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1996년생” – 25년 전에 태어난 자동차 25 모델 (3)

지금으로부터 25년 전인 1996년에 처음 등장한 차들을 돌아보는 기사의 세 번째 조각입니다. 첫 번째(링크) 글과 두 번째 글(링크)에 이어, 탄생 25주년을 맞은 또 다른 다섯 모델을 하나하나 둘러보겠습니다.


#11. 쌍용 뉴 코란도 (KJ)

1969년 신진지프 시절부터 시작된 CJ 계열 모델의 틀에서 완전히 벗어나, 온전한 쌍용 독자 설계와 디자인으로 만들어진 ‘첫’ 오리지널 코란도가 1996년에 출시된 뉴 코란도입니다.

1993년에 먼저 선보인 무쏘와 많은 부분을 공유하면서도, 최소한 국내에는 2도어 숏 보디 차체와 고전적 지프 디자인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디자인으로 호평과 인기를 동시에 얻었습니다. 특히 저렴한 뒷바퀴굴림 밴 모델이 많이 팔렸고, 소프트톱 모델은 비싼 값 때문에 판매량은 적었지만 컨버터블이 흔치 않았던 시기에 선망의 대상이 되기도 했죠. 오프로더 이미지는 강했지만 시장에서는 주로 패션카로 소비된 셈입니다.

뉴 코란도는 쌍용이 대우에 인수되었다가 다시 독립하는 등 우여곡절을 겪으면서도, 엔진과 트림, 편의사항 등을 조금씩 바꾸며 2005년까지 꾸준히 생산되다가 단종되었습니다.

CJ 계열 코란도에서 시작된 쌍용의 정통 오프로더 이미지를 이어받았다는 측면에서 직계 후속 모델 없이 단종된 것을 아쉬워하는 사람도 많습니다. ‘사실상’ 후속 모델인 액티언이나 나중에 이름만 이어받은 코란도 C(C200)와 그 후속 모델인 코란도(C300)도 제 역할을 못했으니까요.


#12. 아우디 A3 (8L)

어른의 사정으로 폭스바겐 폴로가 된 50 이후 소형 해치백을 내놓지 않았던 아우디가 20여 년만에 다시 같은 장르에 뛰어든 모델이 A3입니다. 폭스바겐 그룹의 소형차용 PQ34 플랫폼이 처음 쓰인 양산차기도 하죠. 그룹 차원에서 브랜드와 상품 전략을 정리하면서, PQ34 플랫폼은 이후 4세대 폭스바겐 골프를 비롯해 그룹 내 여러 브랜드 모델의 뼈대로 쓰입니다.

먼저 선보인 1세대 A4와 A6의 흐름을 이어받은 실내외 디자인이 특징이었고, 실내는 나중에 나온 4세대 골프와 무척 닮았습니다. 3도어와 5도어 보디를 선택할 수 있었던 것과 동력계 구성도 골프와 대동소이했고요. 물론 네바퀴굴림 콰트로(quattro) 모델과 고성능 S 모델도 나왔습니다.

골프의 고급 버전이라 해도 좋을 정도여서, 해치백 수요가 많은 유럽에서는 후속 모델이 지금까지 이어질 만큼 나름 입지를 다질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국내에는 공식 수입된 적은 없어 인지도가 낮은 편입니다. 당시만 해도 폭스바겐 골프조차 동급 국내 모델과 값 차이가 어마어마했던 시절이었으니, 들어와도 판매량은 미미했을 겁니다. 법인 설립 전이기도 했고요.


#13. 재규어 XK (X100)

1990년대 재규어는 많지 않은 모델 구성에서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던 스포츠카 분야를 1975년부터 생산된 XJ-S/XJS에게 맡겨두고 있었습니다. 경쟁도 경쟁이지만 재규어 내부적으로도 각종 규제와 수익성 등 여러 측면에서 새 모델이 필요하던 때였죠.

그래서 몇 년간의 개발 끝에 1996년에 내놓은 모델이 XK(X100)입니다. 재규어의 이름을 높인 옛 XK 시리즈의 이름을 되살린 데에서도 알 수 있듯, 브랜드 이미지를 끌어올릴 역할을 할 차였죠. 흔히 XK라고 뭉뚱그려 부르지만 일반 모델은 XK8, 고성능 모델은 XKR이라는 이름이 붙었습니다. 차체는 쿠페와 컨버터블 두 가지였습니다.

물론 회사 규모와 재정 등 여러 사정으로 XJS의 차체 구조를 바탕으로 앞서 선보인 XJ 세단(X300)에 쓰인 뒤 서스펜션 설계를 반영하는 등 뼈대는 크게 보면 XJS의 진화형에 가까왔죠. 대신 엔진은 포드 산하에서 새로 개발한 AJ-V8로 바뀌었습니다. 각종 주행 관련 제어 시스템과 안전 장비도 보강되었고요.

디자인은 의견이 분분했지만, ‘크고 빠르며 우아한’ 재규어의 특징을 다음 세대로 잇는 역할을 제대로 한 것은 분명합니다.


#14. 지프 랭글러 (TJ)

CJ 계열 지프의 혈통을 이어받았으면서도 헤드램프를 사각형으로 바꿔 욕을 먹었던 1세대 랭글러(YJ)의 경험을 바탕으로, 설계와 꾸밈새를 한층 더 현대화하면서 다시 헤드램프를 원형으로 바꾼 2세대 랭글러(TJ)가 1996년에 나왔습니다.

2세대 랭글러는 낮은 보닛과 차체로 스포티한 분위기를 낸 것, 직렬 4기통 및 직렬 6기통 가솔린 엔진을 얹은 것은 1세대 랭글러와 비슷했는데, 서스펜션의 스프링을 코일 형태로 바꾸는 등 승차감과 주행 안정성을 높이는 등 눈에 보이지 않는 변화가 컸죠. CJ 시리즈와 랭글러를 통틀어 에어백이 달린 것도 2세대가 처음이었습니다.

1세대 모델과 마찬가지로 2세대 랭글러도 10년 남짓 롱런했습니다. 우리나라에는 공식 수입되지 않았지만, 막판에는 휠베이스를 늘인 5도어 ‘언리미티드(Unlimited)’ 모델도 나왔습니다. 오프로드 마니아들에게는 YJ보다 저평가되는 면도 있지만, 시내에서 몰기에는 TJ가 더 편한 것은 사실입니다. 물론 지금 기준으로 보면 도긴개긴이지만요.


#15. 캐딜락 카테라

1970년대 석유파동 이후로 차체 차원의 ‘다운사이징’이 필요해진 캐딜락은 기존 모델의 크기를 줄이는 것과 더불어 아예 작은 모델을 추가하려는 시도를 합니다. 기업 총량연비평균 제도(CAFE)를 따를 필요도 있었지만, 독일 브랜드 차들의 미국 시장 공략을 방어할 필요도 있었기 때문입니다. 첫 번째 시도가 1980년대 1세대 쉐보레 캐벌리어의 배지 엔지니어링 버전인 시마론이었고, 두 번째 시도가 1996년에 나온 카테라입니다.

잘 알려져 있듯, 카테라는 당시 GM의 유럽 자회사였던 오펠의 기함이었던 오메가를 캐딜락 버전으로 내놓은 겁니다. 생산도 독일에서 이루어진 ‘메이드 인 저머니’ 차였고요. 뒷바퀴굴림 구동계에 덩치에 비해 비교적 큰 V6 엔진을 얹은 것은 물론, 태생이 독일인 만큼 스포티한 주행 감각과 핸들링은 타고났죠.

문제는 캐딜락 브랜드 이미지와도 맞지 않았고, 미국 소비자들 입맛에도 맞지 않았고, 독일 브랜드 경쟁 모델만큼 성능이나 핸들링도 뛰어나지 않았습니다. 값도 만만찮았고요. 당연히 잘 팔릴 수 없었고, 대략 5년 여만에 조기 단종됩니다. 시마론의 실패를 그대로 반복한 셈이죠.

물론 ‘이대로는 안 된다’는 문제 의식은 있었기 때문에, GM은 작정하고 만든 CTS를 후속 모델로 내놓아 나름의 성과를 거둡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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