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1996년생” – 25년 전에 태어난 자동차 25 모델 (1)

25년을 흔히 사반세기라고 합니다. 한 세기 즉 100년의 4분의 1에 해당하는 기간이라는 뜻이죠. 사람이 나이를 먹어가는 과정에서는 흔히 10년 단위로 끊어 이야기하곤 합니다만, 100년 넘는 세월에 걸쳐 꾸준히 변화하는 것들은 사반세기 단위 즉 25년, 50년, 75년, 100년 등으로 끊어서 기념하는 모습도 종종 볼 수 있습니다.

2021년 새해를 맞으며, 지금으로부터 25년 전인 1996년에 처음 등장한 차들이 무엇이 있을까 궁금해졌습니다. 저는 그때 대학생이었고, 한창 자동차를 좋아하던 시절이었을 뿐 아니라 자동차 잡지 기자가 되겠다는 꿈을 실현하려 애쓰고 있기도 했죠. 자료들을 찾다 보니 옛날 잡지에서 보고 눈에 익은 차들도 많이 보이고, 어렴풋이 그 시절 기억이 떠오르기도 합니다. 세월 참 빠르네요.

우리나라에서 자동차 업체들의 경쟁이 가장 치열했고, 이른바 ‘빅 3’ 업체들이 세계 시장으로 나아가려 한창 애쓰고 있던 1996년. 이제는 올드카 대열에 들어섰지만 당시만 해도 반짝반짝 빛이 나던 새차들 가운데 25 모델을 골라, 다섯 모델 씩 다섯 번에 걸쳐 살펴보겠습니다.


#01. 대우 라노스

대우자동차가 ‘탈 GM’ 이후 독자개발을 시작해 처음으로 내놓은 모델. 르망-넥시아로 이어진 대우 소형차 라인업의 뒤를 이은 모델이기도 합니다. 초기에는 4도어 세단만 나왔지만, 이듬해 3도어 해치백 ‘로미오’와 5도어 해치백 ‘줄리엣’을 라인업에 더했고요.

여러 부분에서 GM의 흔적은 남아 있었지만 다방면으로 기술 독립을 추구했고, 3분할 그릴을 비롯한 조르제토 주지아로의 디자인으로 구세대 대우차와 뚜렷하게 선을 그었습니다. 대우그룹이 몰락하기 전까지 반짝 인기를 얻었지만 국내에서는 힘을 잃고 한 차례 페이스리프트한 뒤 GM대우 칼로스에게 자리를 넘겨줬습니다. 다만 동유럽을 중심으로 저개발국에서는 꽤 오래 명맥을 이었습니다.

#02. 란치아 입실론 (Y)

란치아가 점점 힘을 잃어가던 시절, 비교적 오래 인기를 얻은 소형차 Y10의 뒤를 이어 브랜드 막내 모델로 내놓은 차가 1세대 입실론이었습니다. 모델 이름을 라틴어 알파벳으로 통일하는 과정에서 Y10 뒤의 숫자 10을 떼어낸 것이나 다름없죠.

3도어 해치백 한 가지만 나왔고, 콘셉트카를 연상케 하는 오묘한 선과 독특한 앞뒤 모습을 고스란히 양산차에 구현한 것이 특징입니다. 실내도 소형차로는 비교적 고급스럽고 화려하게 꾸몄고, 다양한 특별 모델 및 한정판이 나왔습니다. Y10만큼은 아니어도, 8년 남짓 생산되며 윗급 란치아 차들의 추락을 지켜봤습니다.

#03. 로터스 엘리즈

창업자 콜린 채프먼이 세상을 떠난 후 여러 차례 주인이 바뀐 끝에 완전히 새로 개발한 알루미늄 합금 플랫폼으로 만든 로터스의 첫 신세대 모델입니다.

로터스 전통의 유리섬유 강화 플라스틱 차체(물론 제조공법은 발전했지만)를 쓴 2인승 소형 로드스터라는 점에서는 엘란의 뒤를 잇는 모델이라고도 할 수 있지만, 미드 엔진 구조는 물론 섀시 설계와 생산방식은 모두 이전 세대 로터스 차들과 뚜렷하게 구분되었습니다. 그리고 이후 나온 엑시즈, 에보라 등 다른 차들의 설계에도 영향을 주는 등 로터스의 실질적 등뼈 역할을 톡톡이 했습니다.

강화된 충돌안전 규정에 대응하기 위해 차체 구조를 바꾸는 등 여러 변화를 겪으며 지금까지 명맥을 이어 왔지만, 아쉽게도 올해를 마지막으로 생산이 중단됩니다.

#04. 르노 메간 세닉

에스빠스를 대박을 터뜨리며 유럽형 미니밴(MPV)의 기틀을 다진 르노가 아랫급 모델로 흐름을 이어갈 생각으로 만든 중소형 미니밴입니다. 중소형 해치백 메간의 플랫폼을 바탕으로 키를 키운, ‘키높이 해치백’ 스타일 구조에 당시 르노 디자인 흐름을 반영했습니다.

르노의 예상과 달리 제2의 MPV 붐을 일으키며 성공해, 이후 여러 브랜드가 유럽 시장에 비슷한 모델을 쏟아내는 시발점 역할을 하기도 했습니다. 대우의 첫 MPV인 레조도 메간 세닉과 비슷한 개념과 스타일이었죠.

이후 모델 이름에서 ‘메간’을 떼어버리고 독립했고, 네바퀴굴림 모델과 그랑 세닉 등 여러 파생 모델이 나오기도 했습니다. 다른 경쟁 모델은 대부분 라인업에서 사라지거나 이름을 바꿨지만, 세닉은 세대가 바뀌는 와중에도 여전히 같은 이름을 이어오고 있습니다.

#05. 마즈다 데미오

거품경제 붕괴 이후 어려움을 겪던 마즈다가 큰 돈 들이지 않고 개발해 대박을 터뜨리며 기사회생의 발판을 마련한 모델입니다. 1980년대 이후 유행한 톨보이 해치백의 정점을 찍은 모델이라 할 수 있죠.

사실상 마즈다 121/포드 페스티바의 계승 발전형 모델로, 일반적인 해치백과 2박스 왜건의 중간 형태였습니다. 단순한 디자인과 간결한 꾸밈새에 비교적 저렴한 값으로 큰 인기를 얻었습니다. 비슷한 개념의 차가 흔치 않았던 덕분에, 신선한 개념과 안정적인 성능과 효율 등이 좋은 평가를 얻어 1997년 일본 RJC 선정 올해의 차가 되기도 했고요.

데미오와 스즈키 왜건 R을 시작으로 일본 소형차 트렌드는 완전히 공간 중심으로 바뀝니다. 2세대까지는 1세대 모델의 톨보이 스타일을 이어받았지만, 이후 무난한 소형차로 바뀌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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