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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일보 2014년 10월 20일자에 실린 글입니다. ]

비행기는 자동차보다 나중에 발명되었지만, 빠른 속도로 발전하면서 자동차 기술에도 많은 영향을 주었다. 이처럼 비행기와 관련한 기술이 자동차에 접목되는 과정에서, 그 영향력이 빠른 속도로 커진 시기가 있었다. 바로 제2차 세계대전 직후였다. 전쟁 중 군수산업에 몸담았던 기술자들이 전쟁이 끝나자 새로운 일자리를 찾아야 했는데, 비행기 개발에 참여했던 사람들이 비교적 쉽게 옮겨갈 수 있는 분야 중 하나가 자동차산업이었다.

특히 영국 자동차업계는 우수한 항공 기술자들을 대거 흡수하면서 혜택을 크게 누릴 수 있었다. 물론 군용기 개발에서 얻은 여러 기술적 성과와 노하우가 자동차에 성공적으로 반영될 수 있는지 확인하는 과정이 필요했다. 이를 위한 시험대 역할을 주로 한 것은 자동차 경주였고, 경주용 자동차는 치열한 경쟁 속에서 기술의 우수성을 검증하는 수단으로 쓰였다.

비행기 기술의 도움으로 이름을 높인 대표적인 회사 중 하나로 재규어를 들 수 있다. 1948년부터 스포츠카 생산을 재개한 재규어는 이미 차체 소재로 가벼운 알루미늄 합금을 사용하고 있었다. 당시 영국은 전후 복구를 위한 자재로 철이 많이 필요했기 때문에, 자동차 생산을 위한 철판 공급조차 원활하지 않았다. 따라서 소량생산하는 차에는 알루미늄 합금을 쓰는 것이 자재 수급 면에서 더 유리했다. 반 강제적으로 써야 하는 소재였지만, 스포츠카에서는 차체가 가벼워져 성능 향상에 도움을 주는 전화위복이 되었다.

그리고 1951년에 재규어가 내놓은 C-타입 경주차는 비행기 기술과 자동차 기술의 접목이 화려하게 빛을 낸 차로 손꼽힌다. C-타입은 자동차 디자인에 공기역학이 본격적으로 적용되기 시작한 차 중 하나로 알려져 있다. 전쟁 중 비행기 회사에서 일했던 기술자인 맬컴 세이어가 재규어에 입사하면서 자신의 지식과 경험을 차체 디자인에 반영한 덕분이었다. 가볍고 매끈한 차체의 C-타입은 1951년 르망 24시간 경주에 출전했는데, 첫 도전에서 우승을 차지하며 놀라운 성능을 과시했다.

C-타입은 이듬해 또 하나의 비행기 기술을 받아들였다. 지금은 일반 승용차에도 널리 쓰이고 있는 디스크 브레이크가 그것이다. 디스크 브레이크의 기원은 1902년으로 거슬러 올라가지만, 현대적인 개념의 것은 제2차 세계대전 중에 비행기용으로 개발되었다. 타이어 회사로 유명한 던롭이 특허를 갖고 있던 이 방식의 디스크 브레이크는 C-타입을 통해 자동차에 처음 쓰였다. 디스크 브레이크를 단 C-타입은 1953년 르망 24시간 경주에서 평균 주행속도 기록을 갈아치우며 재규어에게 또 다시 우승컵을 안겨다 주었다. C-타입 이후로도 지금까지 다양한 비행기 관련 기술이 자동차에 옮겨지면서 성능과 효율은 꾸준히 개선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