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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일보 2014년 11월 24일자에 실린 글입니다. ]

자동차 회사 가운데에는 특이한 이력으로 사람들의 주목을 받은 곳들이 적지 않다. 오펠은 재봉틀, 푸조는 생활용품 제조로 사업을 시작했다. 또한 토요타는 직물을 만드는 직조기 회사, 볼보는 볼 베어링 제조 회사에서 뿌리를 찾을 수 있다.

이처럼 자동차와 조금은 거리가 있는 사업에서부터 시작한 회사들도 있지만, 자동차 팬들은 비행기 회사에 뿌리를 둔 자동차 회사를 눈여겨 보기도 했다. 비행기의 기술과 설계 개념이 자동차에도 반영되어 색다른 개성을 지닌 제품을 내놓았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예가 사브와 스바루다. 두 회사는 제2차 세계대전 후 군용기 생산에서 민수용 제품으로 눈길을 돌리면서 자동차 사업을 시작했다는 것과 자신들만의 색깔이 뚜렷한 차를 만들었다는 공통점이 있다.

이들 가운데 사브는 볼보와 함께 스웨덴을 대표하는 자동차 회사로 한때 이름을 날렸다. 지금은 경영난으로 사라질 위기에 처해 있지만, 사브는 오랫동안 색다른 디자인과 고집스러운 안전철학, 터보 엔진에 힘입어 뛰어난 성능을 내는 차들로 개성을 뽐냈다. 상대적으로 스바루는 국내에서는 판매부진으로 철수했지만, 외국에서는 자동차의 기계적 특성을 중시하는 사람들에게는 호평받는 브랜드 중 하나다. 수평대향 엔진과 4륜구동 시스템을 중심으로 기본기에 충실한 차를 만들어 나름의 입지를 차지하고 있다. 다만 건재하다고는 해도 세계 여러 나라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그리 크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개성있는 차로 열성 팬을 거느릴 수는 있었지만, 두 회사는 세계 자동차 업계의 지각변동 속에서 곧잘 흔들리곤 했다. 개성이 강하다보니 폭넓은 소비자를 만족시키기는 어려웠고, 정해진 예산 가운데 기술투자에 쓰이는 비중이 커서 상품으로서의 매력을 키우지 못한 경우가 많았다. 기술을 중시하는 비행기 회사 시절의 분위기가 자동차를 만들면서도 그대로 이어진 것이 회사를 어렵게 만들거나 성장의 발목을 잡았던 셈이다. 사브와 스바루 이외에도 영국의 브리스톨, 독일의 메서슈미트와 하인켈처럼 비행기를 만들던 회사가 자동차 생산에 뛰어든 사례는 여럿 있지만 성공한 사례는 드물다.

그런데 특이하게도 일본 혼다는 사브나 스바루와는 반대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모터사이클 회사로 시작한 혼다는 1960년대에 자동차 생산을 시작해 세계적 규모로 성장한데 이어, 이제는 비행기 사업으로 발을 넓혔다. 혼다는 20년 넘는 준비와 실험을 거쳐 2015년부터 직접 설계하고 생산한 비행기의 고객 인도를 시작한다. 비행기에서 시작해 자동차로 성공한 사례가 드문 만큼, 혼다가 자동차에서 시작해 비행기에서 성공을 거둘 수 있을지 관심을 갖고 지켜볼만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