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2015년 2월 24일자에 ‘동남아 서민의 발’ 바자이, 툭툭의 유래는?’이라는 제목으로 실린 글입니다.]

이번 설은 연휴가 길어, 해외로 여행을 다녀온 사람도 적지 않을 것이다. 만약 동남아시아를 방문했다면 거리를 오가는 소형 3륜 택시를 보거나 직접 타보기도 했을 것이다. 스쿠터와 자동차를 섞어 놓은 모습의 소형 3륜 택시를 필리핀에서는 트라이시클, 태국에서는 툭툭, 인도네시아에서는 바자이, 인도와 파키스탄에서는 오토릭샤라고 부른다. 나라마다 이름은 달라도 모습은 거의 비슷한 이들은 오랫동안 빠르고 저렴한 교통수단으로 관광객뿐 아니라 서민들의 발로도 활약해 왔다.

지금은 소형 3륜 택시와 같은 형태의 차를 다른 나라에서는 찾아보기 어렵다. 그러나 그들의 뿌리는 이탈리아와 일본의 과거에서 찾을 수 있다. 제2차 세계대전을 전후해 경제적 어려움을 겪으면서, 두 나라에서는 모터사이클을 개조한 3륜차가 서민의 발로 인기를 끌었다. 주로 앞쪽은 모터사이클의 구조를 그대로 둔 채 사람을 태우거나 짐을 싣기 편하도록 뒤쪽을 개조한 형태였다. 이탈리아에서는 유명한 베스파 스쿠터를 만든 피아지오가 아페(Ape)라는 이름으로 1948년부터 생산했고, 일본에서는 다이하츠가 1957년에 미젯(Midget)을 만들어 인기를 얻었다. 이후 여러 회사가 비슷한 종류의 차를 내놓았지만, 경제성장과 더불어 자동차가 대중화된 1960년대 후반에 이르러서는 대부분 본고장에서는 생산이 중단되었다.

그러나 두 차는 다른 곳에서 살길을 찾았다. 인도의 모터사이클 회사인 바자이(Bajaj)가 피아지오와 계약을 맺고 1960년부터 아페의 현지생산을 시작했고, 인도 시장은 물론 동남아로도 수출을 하며 발을 넓혔다. 인도네시아에서 소형 3륜 택시를 바자이라고 부르게 된 이유도 바자이의 제품이 시장을 독차지할 정도로 큰 인기를 얻었기 때문이다. 바자이는 현재 세계 최대의 3륜차 생산회사이면서 모터사이클 생산량 세계 3위 업체이기도 하다.

태국에서 볼 수 있는 툭툭은 대부분 다이하츠 미젯을 바탕으로 한 것이다. 툭툭이라는 이름은 미젯에 쓰인 2행정 엔진의 독특한 배기음에서 비롯된 것이다. 미젯은 1960년부터 태국 수출이 시작되었는데, 일본에서 단종된 뒤에는 태국 현지업체들이 주요 부품만 수입하고 나머지 부분은 독자적으로 생산한 현지 모델이 되어 지금에 이르고 있다. 필리핀의 대중교통수단인 지프니도 처음에는 지프를 개조해 만들었지만 지금은 외형만 닮았을뿐 전혀 관계 없는 차인 것과 마찬가지다.

한편, 인도 등에서 이런 종류의 차를 일컫는 이름인 오토릭샤도 일본어에서 기원했다는 설이 지배적이다. 자동을 뜻하는 영어 단어인 오토와 인력거의 일본어 발음인 진리키샤에서 비롯된 릭샤가 결합되어 만들어진 것이 오토릭샤라는 것이다. 정작 일본에서는 같은 종류의 차를 오토산린(삼륜)이라고 부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