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이 디자인한 1970년형 포드 머스탱 보스 302 앞에 앉은 래리 시노다

[한국일보 2015년 11월 30일자에 ‘1960년대 미국 스포츠카의 상징을 디자인한 일본계 디자이너’라는 제목으로 실린 글입니다.]

요즘 우리나라 출신 자동차 디자이너들의 활약이 대단하다. 1990년대부터 본격적으로 세계에 진출한 한국 디자이너들은 이제 그동안 쌓은 경력과 능력을 바탕으로 주요 자동차 회사의 디자인 책임자 자리에까지 오르고 있다. 

링컨의 실내 디자인 책임자인 강수영 씨나 벤틀리의 외관과 선행 디자인 책임자인 이상엽 씨는 국내에도 비교적 이름이 널리 알려져 있다. 강수영 씨는 아시아계 여성 처음으로 미국 자동차 브랜드 총괄 디자이너가 되었고, 이상엽 씨는 벤틀리 전 직장이었던 GM에서 쉐보레 카마로를 디자인한 것으로 유명하다. 가장 미국적인 고급차와 스포츠카의 디자인이 한국인의 손에서 태어났다는 사실은 국내 자동차 팬들에게 놀랍고도 뿌듯한 일이었다. 

이는 한편으로 미국 자동차 회사의 인재 기용이 비교적 자유로움을 보여주는 예이기도 하다. 지금은 자동차 회사가 다국적화되면서 인종이나 국적에 관계없이 인재를 쓰고 있다. 멀지 않은 과거만 해도 회사가 속한 나라나 지역 중심으로 폐쇄적인 채용을 하는 곳이 많았다. 그러나 미국 회사들은 좀 더 일찍부터 개방적인 편이었다. 1960년대에 GM과 포드를 오가며 브랜드 대표 스포츠카를 디자인한 래리 시노다를 보아도 알 수 있다.

1930년에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태어난 그는 부모가 모두 일본인인 일본계 미국인이다. 그의 대표작으로 손꼽히는 차는 2세대 쉐보레 콜벳이다. 1953년에 나온 1세대 모델은 혁신적이었지만 그다지 주목받지 못했는데, 1962년에 출시된 2세대 모델은 뛰어난 성능과 함께 낮고 날렵한 디자인이 돋보였다. 특히 멋진 디자인은 대중적인 인기로 이어졌는데, 이 차의 디자인이 시노다의 손에서 나왔다. 2세대 콜벳에 이어 콜라병처럼 가운데가 잘록한 차체로 호평을 얻은 3세대 콜벳도 그가 GM 시절에 디자인한 차다. 

GM의 간판 스포츠카를 성공으로 이끈 그는 1968년에 경쟁사인 포드로 자리를 옮겼다. GM 총괄 부사장이던 세먼 크누센이 포드로 이직하면서 그를 영입했기 때문이다. 크누슨은 스포츠카 머스탱의 고성능 모델인 보스 302의 디자인을 시노다에게 맡겼다. 완성된 차는 일반 머스탱보다 훨씬 더 박력있는 모습으로 많은 팬을 모았다. 이어서 시노다는 본격적인 머슬카로 탈바꿈한 2세대 머스탱의 디자인에도 참여했다. 

그 덕분에 시노다는 미국 대표 자동차 브랜드의 두 곳의 상징적 스포츠카를 모두 디자인했다는 특이한 경력을 갖게 되었다. 그럼으로써 인종이나 배경은 뛰어난 능력 앞에 걸림돌이 되지 않음을 일찌감치 증명한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