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가 뜨는 이유

[ 모터트렌드 한국판 2017년 3월호 피처 ‘공유가 뜨는 이유’ 기사에 쓴 제 글의 원본입니다. 자동차 회사들이 공유경제에서 무엇을 얻고자 하는지 생각해본 글입니다. ]

자동차 산업은 기본적으로 제조업이다. 자동차를 만들어 파는 것이 수익을 내는 기본적인 방법이다. 그런데 어느날 갑자기 자동차 업계 앞에 이런 의문이 던져졌다. “만약 사람들이 차를 사지 않는다면?” 지금까지 자동차 업계가 심각하게 여기지 않았던 고민거리다. 

그동안은 많고 적음의 차이가 있고 지역의 차이가 있을 뿐, 누군가, 어디선가는 차가 팔리는 것이 당연했다. 그런데 상황이 달라졌다. 선진국은 출산율이 낮아져 인구증가가 정체되고, 젊은층일수록 운전면허를 따는 사람이 줄고 있다. 경기 침체로 가처분 소득이 줄어드는 곳이 많아지는 반면 자동차는 안전과 환경 등 여러 규제를 통과하려다 보니 점점 비싸지고 있다. 이른바 메가시티라고 부르는 거대도시에서는 차를 둘 공간이 마땅치 않고 유지관리 비용도 만만치 않다.

이처럼 자동차를 둘러싼 환경은 선진국 대도시 관점에서 보면 지금까지의 구매-소유 구조를 유지하기 어려운 쪽으로 흘러가고 있다. 그러다 보니 소비자 관점에서는 카 셰어링 같은 자동차 이용 형태가 합리적인 선택으로 받아들여지기 마련이다. 우버로 대표되는 라이드 셰어링도 비슷한 맥락이다. 원래 취지에서 조금 변질된 면도 있지만, 차를 세워두는 대신 주인이 아닌 다른 사람의 이동수단으로 쓰게 하면 그만큼 차의 활용도는 높아진다.

물론 자동차 업계에게는 달갑지 않은 일이다. 사람들이 한정된 차를 효율적으로 쓸수록 팔리는 차의 수가 줄어들기 때문이다. 한때 자동차 업체들은 이런 공유 형태의 자동차 이용을 전통적인 구매-소유 모델로 연결하는 다리로 생각하기도 했다. 자사 차를 폭넓은 사람이 경험할 수 있는 기회인만큼 만족도에 따라 구매로 이어질 수도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실제로는 구매까지 이어지는 경우는 드물다. 이미 공유 형태로 차를 쓰는 사람들 중 상당수는 자유롭고 편리한 이동수단으로서 자동차를 필요로 하지만 구매와 소유에서 매력을 느끼지 않기 때문이다. 또한 필요나 취향에 따라 차를 구매한다고 해도 공유 형태로 경험한 차와는 별개로 생각할 가능성이 높다. 

그래서 자동차 업체들은 관점을 달리하기 시작했다. 아예 직간접적으로 자동차 공유 사업에 뛰어들기로 한 것이다. 형태는 달라도 자동차 공유 서비스는 자동차라는 이동수단이 있어야 가능하다는 점에 착안한 것이다. 그동안 판매 상황 변화에 따라 렌터카 업체나 기업체에 대량으로 차를 넘겼던 것처럼, 자동차 회사는 자사가 투자하거나 인수한 공유 서비스 업체에 독점으로 공급할 수 있다. 새로운 판매 형태를 개척하는 셈이다.

나아가 자동차 업체 계열 카 셰어링 업체에 차를 공급하면 유지관리까지도 자동차 업체의 몫이 된다. 기본적으로는 이동수단을 제공하고 이용료를 받는 식으로 수익을 얻을 수 있고, 어느 정도 고정적인 판매처를 확보함으로써 차는 계속 만들어 공급할 수 있고, 애프터 서비스 시스템도 유지할 수 있다. 조금 과장을 섞어 이야기하면, ‘사람들이 차를 사지 않으면? 우리가 사지!’라는 식으로 스스로 시장을 만들어 기존 시스템을 돌아가게 만드는 모델이 만들어지는 것이다.

물론 모든 사람이 자동차를 공유 서비스 형태로 이용하지는 않을 것이다. 공유가 효과적인 환경이 있고 그렇지 않은 환경이 있으며, 여전히 자동차를 소유하는 것이 만족스러운 사람들이 있기 마련이다. 공유 서비스가 확대되면서 나타나는 여러 부작용 때문에 반감을 갖는 사람들도 있다. 그러나 장점을 살려 활용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고 자동차 이용의 바탕이 되는 환경이 바뀌면서 공유 서비스는 어느 정도 수준에 이를 때까지는 성장할 것이 분명하다.

손해 보는 장사 없다고, 그런 흐름은 자동차 회사들도 잘 알고 있다. 기존 시스템으로 얻을 수 있는 수익이 줄면 다른 해법을 찾아야 하고, 그 중 하나로 공유 서비스를 받아들인 것이다. 자동차 업체들이 거창하게 내세우는 ‘굴뚝 산업에서 탈피해 서비스업으로 전환’한다는 이야기의 속내에는 그처럼 북치고 장구치겠다는 의도도 담겨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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