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소형으로 가는 세계의 시티카 트렌드

[ KAMA(한국자동차산업협회) 웹저널 2017년 3월호에 실린 글의 원본입니다. ]

도심지에 집중되는 심각한 교통체증과 배기가스로 인한 환경오염은 선진국뿐 아니라 세계 주요 국가의 대도시에서 공통적으로 겪고 있는 문제다. 특히 인구의 도시 집중으로 메가시티(megacity)가 늘어나면서, 자동차 업체는 물론 자동차 관련 학계와 기관, 단체 등이 주축이 되어 자동차로 인한 여러 문제를 해결하려는 해법에 관한 연구가 활발히 이루어졌다. 그 과정에서 등장한 해법 중 하나는 도심 교통환경에 최적화된 개인 이동수단이다. 소수의 사람이 복잡한 도심에서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는 작은 크기의 이동수단이라는 개념은 이미 1970년대를 전후로 콘셉트카나 소량 생산차를 통해 다양하게 구현되기 시작했다. 

르노 트위지

우리나라에서도 정부가 비슷한 개념의 저속전기차 보급을 추진한 바 있지만 제도와 환경이 충분히 뒷받침되지 않아 사실상 실패로 돌아갔다. 그러나 르노삼성이 모기업인 르노가 개발해 2012년부터 판매하고 있는 도시형 초소형 전기차인 트위지의 국내 판매를 추진하면서 새롭게 주목을 받고 있다. 특히 국내 출시의 발목을 잡고 있던 초소형 전기차 관련 제도가 개선되면서 트위지의 국내 출시가 가시화되었다. 그리고 지난 1월 열린 르노삼성 신년 CEO 기자간담회에서 박동훈 사장은 트위지를 상반기 업무용으로 먼저 공급한 뒤 하반기 일반 판매를 계획하고 있다고 밝혔다. 적어도 올해 안에는 트위지를 통해 우리나라에도 도시형 초소형 전기차가 본격 등장하게 되는 것이다.

간단히 시티카(citycar)라고 표현할 수 있는 도시형 초소형 차는 가까운 미래 자동차의 새로운 대세가 되고 있다. 여러 자동차 업체가 현실적이고 실용적인 기술과 콘셉트카, 양산차를 내놓고 있는 데에서도 알 수 있다. 이는 카 셰어링을 비롯한 공유경제를 뒷받침할 수 있는 IT 기술의 발전, 전기차 관련 기술 발전과 부품가격 하락에 힘입어 점차 개발 속도가 빨라진 덕분이다. 실제 제작되어 상용화되거나 실험에 쓰이고 있는 차들 그리고 모터쇼 및 자동차 관련 행사에서 공개된 최근 사례를 살펴보면 최신 시티카의 특징과 흐름을 알 수 있다.

REVA/마힌드라 e2o

마힌드라 그룹 계열사인 마힌드라 레바도 현재 시티카 개념의 전기차를 생산해 판매하고 있는 회사 중 하나다. 마힌드라는 지난 2010년 레바(REVA)를 인수해 전기차 사업에 뛰어들었는데, 레바가 2001년부터 생산해 2012년까지 판매한 도시형 초소형 전기차 G-위즈(G-Wiz)는  2009년 말까지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판매된 전기차이기도 했다. 지금은 2세대에 해당하는 e2o를 2013년부터 인도에서 생산해 판매하고 있으며, 생산물량은 대부분 인도 내에서 소화하고 있지만 최근에는 유럽 판매도 시작되었다. 우리나라 경차 규격보다 작은 길이 3.28m, 너비 1.51m의 차체에 4명이 탈 수 있는 e2o는 최대 주행거리 120km로 최고속도는 시속 90km까지 낼 수 있다.

토요타도 꾸준히 개인용 전동 이동수단에 관한 연구를 꾸준히 이어온 회사 중 하나다. 토요타는 2007년 i-REAL을 시작으로 i-swing, i-unit 등 콘셉트카를 내놓았고, 2013년 제네바 모터쇼에 내놓은 i-ROAD에서는 소형 3륜 전기차 형태를 선보였다. 토요타가 개인 이동 차(Personal Mobility Vehicle)로 정의하는 i-ROAD는 두 사람이 앞뒤로 앉을 수 있는 너비 90cm, 무게 300kg의 소형차다. 커브에서는 모터사이클처럼 차체가 기울어지지만 앞쪽 바퀴 두 개의 기울기를 제어하는 액티브 린(Active Lean) 기술이 움직임을 안정시킨다. 또한, 최고속도 시속 45km, 최대 주행거리 50km로 도심지에서 쓰기에는 무난한 성능을 낸다. i-ROAD는 콘셉트카에 그치지 않고 70대가 제작되어 프랑스 그르노블을 시작으로 일본 도요타, 도쿄, 가나가와 현 등에서 다양한 형태의 실증 시험을 거쳤다. 토요타는 i-ROAD에서 쌓은 자료와 경험을 바탕으로 개념을 더욱 발전시킨 i-TRIL 콘셉트카를 올해 제네바 모터쇼에 선보인다.

토요타 아이로드(i-Road)

새로운 자동차 이용방법으로 떠오르고 있는 카 셰어링(car sharing) 등 자동차 공유 서비스를 시티카와 접목하는 사례와 시도도 늘어나고 있다. 메르세데스-벤츠의 자매 브랜드인 스마트는  모기업 다임러가 직접 투자한 카 셰어링 업체 카투고(car2go)를 통해 유럽과 북미를 중심으로 입지를 넓히고 있다. 카투고에 공급된 스마트 가운데에는 전기차인 스마트 일렉트릭도 포함되어, 전기차와 카 셰어링이라는 최신 흐름을 일찍부터 반영해 왔다. 스마트 일렉트릭이 시험운영을 시작한 것은 2007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초기에는 전기차 사용과 충전 관련 실증시험의 성격이 컸지만, 2009년에 나온 2세대 모델부터는 공급이 크게 늘어 세계 주요 국가에서 널리 쓰이고 있다. 지난해에는 르노와 공동개발한 신형 스마트를 바탕으로 만든 새 모델을 파리 모터쇼에서 공개했다. 60kW 모터로 최대 160km 거리를 달릴 수 있는 새 모델은 올해 초부터 세계 여러 시장에 순차적으로 공급될 예정이다.

처음부터 공유 형태의 자동차 이용을 고려한 콘셉트카도 등장했다. 혼다는 지난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국제전자제품박람회(CES)에서 누비(NeuV) 콘셉트카를 선보였다. 누비라는 이름부터 새로운 도심용 전기차(New Electric Urban Vehicle)의 머리글자를 딴 것이다.  두 명이 나란히 앉을 수 있는 전기차인 누비는 자율주행 4단계(Level 4) 기술을 바탕으로 라이드 셰어링(소유자가 차를 쓰지 않을 때 다른 사람이 쓸 수 있도록 하는 것)에 활용하는 것을 전제로 한다. 차에는 일본의 정보통신 기업인 소프트뱅크와 공동 개발한 인공기능 기술이 담겨 있다. 누비는 이를 통해 운전자의 반응과 패턴을 학습하고, 학습한 정보를 토대로 음악을 추천하거나 차를 편리하게 쓸 수 있는 정보를 알려주기도 한다. 또한, 적재공간에는 전기 스케이트보드가 있어, 주차한 뒤에 최종 목적지까지 편리하게 이동할 수 있다. 구동계가 없는 콘셉트카이지만, 전기 구동계가 쓰인다면 주차 중 충전하거나 전기수요가 클 때 충전된 전기를 지능형 전력망(스마트 그리드)을 통해 판매하는 개념도 담고 있다.

ZF 린스피드 오아시스

시티카가 새로운 대세로 떠오르면서 시티카에 특화된 기술이나 솔루션을 통해 사업을 확대하려는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혼다 누비와 같은 행사에서 자동차 부품업체 ZF는 유연성 높은 도심형 전기차 플랫폼인 인텔리전트 롤링 섀시(IRC) 콘셉트를 선보였다. IRC는 2015년 AUV(Advanced Urban Vehicle)를 통해 공개한 기술 요소를 발전시켜 플랫폼 기술로 통합한 개념이다. 뒤 서스펜션의 토션빔 구조에 뒷바퀴를 직접 굴리는 전기 모터를 결합한 전동 트위스트 빔(eTB) 기술과 조향각을 75도까지 키운 앞 서스펜션 구조, 섀시 작동과 관련한 시스템을 네트워크로 연결하는 전자제어 유닛(ECU), 자율주행을 고려해 접고 펼 수 있도록 설계한 스티어링 휠과 터치 감지 및 동작 인식 제어(제스처 컨트롤) 기능을 포함한 휴먼 머신 인터페이스(HMI) 등이 IRC를 구성하는 주요 요소다. 이 개념을 실제로 구현할 수 있음을 입증하기 위해, ZF는 스위스의 자동차 디자인 및 개발 업체 린스피드를 통해 오아시스(Oasis)라는 콘셉트카를 만들어 전시하기도 했다.

르노도 2017 CES에서 새로운 기술개발 흐름과 접목한 솔루션을 발표했다. 트위지에 쓰인 기술을 바탕으로 만든 POM 플랫폼을 오픈소스로 공개한 것이다. 대량생산 기반의 자동차 업체가 오픈소스 자동차 프로젝트에 참여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오픈소스 자동차 기술 기업인 OS비클(OSVehicle), 컴퓨팅 업체인 ARM 테크놀로지와 협력해 개발한 POM 플랫폼은 트위지와 마찬가지로 뒷바퀴 굴림 구동계와 섀시를 바탕으로 최대 100km 거리를 달릴 수 있는 초소형 4륜 전기차를 위한 것이다. 이를 오픈소스로 공개함으로써 제3의 업체가 POM 플랫폼을 활용한 독자 전기차를 만들어 팔 수 있다. 제품 개발에 필요한 지원은 OS비클이, 인터페이스와 커넥티비티, 제어 시스템 관련 지원은 ARM 테크놀로지가 맡는다.

이처럼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콘셉트카나 소량생산에 머물렀던 시티카는 자동차 업체의 본격적인 참여와 더불어 점차 현실 세계로 다가오고 있다. 따라서 최근 몇 년 사이에 콘셉트카로 나온 시티카들과 그 안에 담겼던 기술은 머지않아 실제 판매되는 양산차의 모습으로 현실세계에 하나둘씩 등장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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