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조 3008 GT-라인

[ 모터트렌드 한국판 2017년 5월호 ‘Newcomer’ 섹션에 실린 글의 원본입니다. ]

이번에 나온 2세대 3008은 생김새부터 SUV 분위기가 뚜렷하다. 탄탄한 기본기에 감각적인 디자인과 고급스러운 꾸밈새도 갖췄다. 푸조가 중소형 SUV 시장에 욕심을 낼만하다

SUV가 어느덧 승용차 시장의 대세가 된 요즘. 소형 SUV에 사람들의 관심이 쏠린 사이에 중소형 SUV는 상대적 빈곤을 겪고 있다. 특히 수입차 시장에서는 맹주 역할을 톡톡히 하던 폭스바겐 티구안이 비운 자리가 유난히 크다. 동급 경쟁 모델이 많지 않거니와, 보편적 감성과 요구를 충족하는 차는 더 드물다. 그렇다 보니 분위기를 확 바꾼 푸조 3008이 유난히 시선을 끈다. 푸조를 수입하는 한불모터스는 1세대 3008도 SUV라고 말했지만, 보수적으로 분류하면 MPV 즉 미니밴에 속하는 차였다. 그런데 이번에 나온 2세대 3008은 차체가 2박스 스타일로 바뀌어 SUV 분위기가 뚜렷하다. 개성은 있지만 알 수 없는 이질감이 느껴졌던 1세대에 비하면 보수적인 형태 안에서 전체적인 균형을 잘 잡았고 세부 요소들도 신선하다. 

2세대 3008은 국내에 들어오면서 아예 공식적인 이름을 3008 SUV로 정했다. 물론 4륜구동 시스템은 들어가지 않는 앞바퀴 굴림 차다. 그럼에도 SUV라는 이름을 붙인 이유는 스타일 때문만은 아니다. 요즘 푸조는 우리나라뿐 아니라 몇몇 시장에 그립 컨트롤이라는 지형 대응 주행안정 시스템을 갖춘 차에 SUV라는 이름을 더해 팔고 있다. 시간이 부족해 그립 컨트롤 기능은 써보지 못했지만, 푸조 차에 처음 쓰인 내리막 속도 제어(HDC) 기능과 적절히 함께 쓰면 웬만한 길은 4륜구동차 못지않게 달릴 수 있다는 게 푸조의 주장이다.

물론 구형이든 신형이든 3008을 몰고 진짜 오프로드를 갈 사람은 많지 않다. 대다수 소비자는 SUV에서 뛰어난 시야, 넉넉하고 실용적인 실내 공간, 편안한 승차감 등 일상에서 몰기에 좋은 특성들을 원할 뿐이다. 달리 말하면 키 큰 미니밴이면 충분하다. 그런 관점에서 새 3008은 미니밴에 가까웠던 구형의 장점을 이어받으면서 전반적인 상품성을 높였다. 실내 바닥과 좌석은 일반 승용차보다 높지만 천장은 그보다 더 높아 차체 크기에 비해 실내 공간이 여유가 있다. 뒷좌석 앞뒤 여유가 그리 크지 않지만 답답할 수준은 아니고, 대신 반듯하게 정돈된 트렁크 공간은 길고 넓고 높다. 트렁크 바닥은 아래로 내려놓을 수도 있고, 뒷좌석 등받이는 실내와 트렁크에서 모두 간단히 접을 수 있다. 프랑스 차답지 않게 제대로 만든 앞좌석 컵홀더를 비롯해 실내 곳곳에 있는 수납공간 크기도 꽤 넉넉하다.

그러나 새 3008을 처음 접하는 사람들은 실용적인 면보다 화려한 실내 디자인이 먼저 눈에 들어올 것이다. 이전보다 훨씬 깔끔하고 고급스러워진 내장재와 창의적이고 현대적인 디자인이 어우러진 모습이 신선하다. 도어를 열 때 사이드 미러 아래에서 푸조 라이온 엠블럼이 담긴 빛이 길 위를 비추는 것에서도 알 수 있듯, 대중적 브랜드 차로서는 무척 고급스러운 분위기를 내려고 애쓴 흔적이 역력하다. 플랫폼을 공유하는 308보다 더 신경 써서 만들었다는 느낌은 운전석에서 가장 확실하게 느낄 수 있다. 깔끔한 디자인에 화려한 애니메이션으로 시선을 사로잡는 풀 LCD 계기판은 지름이 작고 8각형에 가까운 스티어링 휠에 가리지 않는다. 높이 올라와 있는 센터 콘솔 덕분에 각종 스위치와 기어 레버를 조작할 때 손을 멀리 움직일 필요가 없다. 다만, 비어있을 것이 분명한 기어 레버 아래쪽은 몇몇 MPV나 SUV처럼 수납공간으로 활용하는 대신 막혀 있다.

요즘 차답게 대시보드 가운데에는 8인치 인포테인먼트 디스플레이가 세워져 있다. 터치스크린 방식이기는 하지만, 기본 메뉴는 공기배출구 아래에 있는 스위치로 빠르게 선택할 수 있다. 최신 인포테인먼트 시스템답게 스마트폰 미러링과 연동 기능도 포함되어 있는데, 무슨 이유에서인지 아이폰 연동은 원활하지 않았다. 계기판과 인포테인먼트 스크린에 표시되는 문구는 어색한 표현이나 오타가 있지만 대부분 한글화가 잘 되어 있다. GT-라인 모델에 쓰이는 아이콕핏 앰플리파이(i-Cockpit Amplify)는 두 가지 모드 중 하나를 선택하면 주행 모드와 연동해 계기판과 스크린, 무드 조명과 향수 디퓨저로 실내 분위기를 바꾼다. 

시승차인 GT라인과 엔트리 모델인 알뤼르에 들어가는 엔진은 1.6리터 120마력 블루HDi 디젤. 최고출력은 높지 않지만 회전수가 낮을 때에도 활용할 수 있는 30.6kg‧m의 최대토크는 일반적인 도로에서 무난하게 가속하기에 부족함이 없다. 6단 자동변속기에는 수동 모드가 있지만 스티어링 휠 변속 패들은 없다. 308처럼 저속에서 정지하기 직전에 듀얼 클러치 변속기처럼 약간 덜컥거리기는 하지만 전반적인 변속감은 매끄럽고, 진동 적고 조용한 엔진과 어울려 편안한 주행감각을 자아낸다. 커브에서 차체가 조금 기울기는 하지만 308과 비교해도 큰 차이는 없다. 오히려 차체 움직임은 308보다 더 깔끔하고 정돈된 느낌이다. 심한 요철을 지나지 않는다면 좀처럼 진동도 느껴지지 않는다. 소음과 진동이 적은 덕분에 바람소리가 조금 일찍부터 들리기 시작하는 것이 몇 되지 않는 흠 중 하나다.

18인치 휠이 기본으로 끼워지는 1.6리터 디젤 모델에는 풀 LED 헤드램프, 차로이탈 방지와 사각지대 경고 기능, 일반 크루즈 컨트롤은 들어 있지만, 완전 정지 기능이 포함된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은 알칸타라 시트, 19인치 휠과 함께 조만간 나올 2.0리터 디젤 모델에 들어갈 예정이다. GT라인에는 알뤼르 모델에 없는 파노라마 선루프와 핸즈 프리 테일 게이트, 휴대전화 무선충전 기능, 아이콕핏 앰플리파이가 추가된다. 전체적으로 보면 유럽 올해의 차로 뽑힌 이유를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다. 성능이 출중하지는 않지만 연비가 좋고, 탄탄한 기본기와 높은 실용성에 고급스러운 꾸밈새도 갖췄다. 2008 이후 오랜만에 푸조가 제대로 시장 욕심을 낼만한 차가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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