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에서 잘 나간다는 현대기아, 팩트 체크 해 보니

[ 2017년 8월 13일에 오토엔뉴스를 통해 다음 자동차 섹션에 실린 글의 원본입니다. ]

최근 자동차 업계가 여러 이슈로 국내외에서 모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국내 브랜드를 대표하는 현대와 기아는 그러나 특정 차종에 쏠림이 심하기는 하지만 내수 시장에서는 비교적 견고하게 시장 점유율과 판매량을 지키고 있다. 그러나 해외 시장에서 실적이 좋지 않은데, 특히 중국 시장에서 판매가 크게 줄어 고전하고 있다. 두 회사의 월별 해외 판매를 살펴보면 현대는 1월과 2월, 기아는 2월을 제외하면 모두 지난해 같은 달보다 줄었다. 상반기 기준으로는 기아가 해외 시장에 131만 8,596대를 판매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9.5퍼센트 감소했다. 현대는 아직 상반기 실적을 종합해 발표하지 않았다. 

그런 가운데 일부 언론에서 현대기아차와 관련해 몇 가지 희망적인 해외 소식을 전해 눈길을 끌었다. 그동안 언론이 현대기아차가 겪는 어려움을 집중적으로 강조했던 것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의 기사여서 더 관심이 갔다. 물론 국내 업체가 해외에서 좋은 성과를 거두는 것은 반가운 일이다. 그러나 그간의 경험을 비추어 보면 약간 미심쩍은 점이 있어, 기사에서 다룬 내용을 바탕으로 팩트 체크를 해 봤다.

우선 러시아에서 현대기아차 판매가 늘고 있다는 기사부터 살펴봤다. 러시아에서 7월에 판매된 현대차와 기아차는 각각 1만 1,952대와 1만 6,187대로 지난해 같은 달보다 각각 11퍼센트와 36.7퍼센트가 늘었다. 올해 들어 7월까지 누적 판매량도 현대차(제네시스 포함)가 8만 3,103대, 기아차가 10만 1,376대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각각 10.6퍼센트와 24.2퍼센트 늘었다. 7월 러시아 자동차 판매가 지난해보다 18.6퍼센트 늘어난 데 비해 현대기아를 합친 지난해 대비 판매 증가율은 24.2퍼센트로 평균을 웃돌았고, 1~7월 누적 판매를 기준으로 하면 17.7퍼센트로 전체 판매 증가율 8.5퍼센트의 두 배 가까운 성장세를 나타냈다. 

기사에서는 이와 같은 성장의 배경을 침체되었던 러시아 시장이 회복세를 보이는 가운데 침체 속에서도 생산시설을 유지하고 신차를 꾸준히 투입해 버틴 결과라고 설명했다. 다만 지난해 상반기 대비 현대기아차가 러시아에 새로 투입한 모델 중 판매량이 많은 것은 소형 CUV인 현대 크레타 뿐이고, 현대의 주력 모델인 솔라리스 판매는 지난해보다 줄어들었다. 기아 리오가 모델별 판매 1위를 차지하고 있지만, 현지 브랜드 라다의 그란타가 데뷔 6년차에 접어들었음에도 리오와 근소한 차이로 판매 2위를 차지하고 있다는 점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르노닛산 연합 계열사인 아브토바즈의 브랜드인 라다는 그란타와 모델별 판매 3위인 베스타를 포함해 여러 차종을 판매 상위권에 올려놓고 있다.

눈길을 끈 또 하나의 기사는 미국과 중국에서 현대기아차 판매가 주춤한 가운데 제네시스 브랜드는 미국에서 선방하고 있어 고급브랜드 특화 전략이 성공했음을 보여준다는 내용이었다. 기사에서는 제네시스가 미국에서 올해 7월 1,644대를 판매해 작년 동기보다 5퍼센트 줄어든 실적을 냈지만, 미국 자동차 시장 전체 판매량이 감소추세라는 점을 고려했을 때 선방했다고 적었다.

그러나 현대모터아메리카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현재 제네시스 브랜드로 팔리고 있는 G80과 G90이 지난해 7월에는 현대 제네시스와 에쿠스로 팔렸고 판매량은 2,236대였다. 또한, 올해 7월에도 현대 제네시스로 팔린 차가 47대여서 이를 제네시스 브랜드 판매량에 더하면 모두 1,691대가 된다. 따라서 작년 동기 대비 판매량은 24퍼센트 줄어든 셈이다. 미국 시장에서 자동차 판매가 줄어들고 있는 것도 사실이고, 7월에는 럭셔리 브랜드 대부분이 판매가 줄었다. 작년 7월보다 판매가 줄어든 브랜드 중 제네시스만큼 크게 줄어든 곳은 21.7퍼센트 하락을 기록한 캐딜락뿐이다.

1월부터 7월까지 누적 판매를 지난해와 비교해도 비슷하다. 제네시스 브랜드로 팔린 1만 1,563대와 현대 브랜드로 팔린 1,022대를 합치면 1만 2,585대로 지난해 팔린 2만 655대보다 약 39퍼센트가 줄어들었다. 럭셔리 브랜드 중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메르세데스-벤츠가 1.8퍼센트, BMW가 4.6퍼센트, 캐딜락이 4.9퍼센트 감소했지만, 포르쉐 2.9퍼센트, 링컨 4.5퍼센트, 아우디 5.6퍼센트, 재규어 66퍼센트 등 판매가 증가한 브랜드도 있다. 전체 미국 럭셔리 시장 흐름과 비교하면 제네시스가 낸 실적을 선방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뉴스에서 다루는 사실과 숫자는 때로는 전체적인 그림을 보여주지 못하고 일부만 걸러서 보여주기도 한다. 자동차 업체에서 공식 발표하는 보도자료는 최소한 거짓말이나 과장된 내용을 담고 있지는 않지만, 발표하는 주체인 자동차 업체에게 불리한 내용은 담고 있지 않다. 나아가 필요에 따라 비공식적으로 언론인에게 제공되는 자료들은 다분히 업체의 실적이나 업적을 편향되게 다루는 경우가 많다. 기사의 바탕이 되는 자료를 다루는 매체와 언론인의 양심과 윤리의식 수준을 높이는 것과 더불어, 기사를 접하는 독자 또는 수용자도 좀 더 다양하고 비판적인 시각으로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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