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를 향한 르노-닛산-미쓰비시 연합의 야심

[ 2017년 9월 24일에 오토엔뉴스를 통해 다음 자동차 섹션에 실린 글의 원본입니다. ]

지난 9월 15일, 카를로스 곤 르노-닛산-미쓰비시 연합 회장 겸 CEO는 ‘얼라이언스 2022(Alliance 2022)’라는 이름의 6개년 걔획을 발표했다. 이번 발표에서는 우선 세 개 자동차 회사로 이루어진 연합체의 새로운 로고와 온라인 콘텐츠가 공개되어, 연합체 안에서 미쓰비시의 역할과 비중을 공식화했다.

그러나 가장 강조한 내용은 향후 연합체가 추진할 핵심 목표였다. 곤 회장은 세 회사의 연합을 통해 계획 종료 시점인 2022년까지 현재의 두 배에 이르는 연간 100억 유로의 시너지를 만드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또한, 시너지에 힘입어 1,400만 대를 넘는 연간 판매량과 2,400억 달러에 이르는 매출을 예상한다고도 밝혔다. 규모의 경제와 범위의 경제를 모두 실현함으로써 세계 최대 규모의 자동차 회사 자리를 굳히겠다는 뜻이다. 

2016년 10월에 닛산이 미쓰비시의 최대 주주가 되면서 만들어진 르노-닛산-미쓰비시 연합은 판매량 기준으로 2016년에는 폭스바겐 그룹, 토요타, GM에 이어 세계 4위(약 996만 대), 올해 상반기에는 세계 1위(약 526만 8,000대)를 차지했다. 지금과 같은 흐름대로라면 3사 연합의 올 한 해 판매량은 지난해 996만 대보다 늘어나 1,000만 대를 돌파할 듯하다. 미쓰비시를 포함해 3사 연합이 거느린 브랜드는 열 개에 이르고, 다른 자동차 그룹보다 현재 시장이 커지고 있거나 성장잠재력이 큰 시장에 적합한 브랜드(다치아, 라다, 닷선)가 많은 것이 3사 연합의 특징이다.

현재 3사 연합의 전신인 르노-닛산 연합은 1999년에 탄생했다. 미쓰비시는 지난해 연합의 일원이 되기 전에도 여러 차례 다른 회사와 자본제휴가 있었다. 미쓰비시 중공업에서 독립하면서 크라이슬러가 15 퍼센트의 지분을 확보하고 미쓰비시를 OEM 생산업체로 활용한 바 있다. 두 회사의 자본제휴는 1993년까지 이어졌다. 이어 2000년에는 당시 다임러크라이슬러와 제휴를 통해 연합을 구성했다. 당시 글로벌 업체로 성장하려는 다임러가 크라이슬러와 합병한 데 이어 아시아 지역에서 낮은 시장점유율을 끌어올리기 위한 방편으로 미쓰비시와 손을 잡은 것이다. 

그러나 미쓰비시는 제휴 직후 제품 결함을 조직적으로 은폐한 사실이 밝혀지는 등 사회적 파문을 일으킬 정도의 큰 스캔들로 몸살을 앓았고, 잇따른 판매부진과 손실 등의 여파로 2005년 말에 다임러크라이슬러는 미쓰비시에서 손을 떼었다. 그러나 위기에서 좀처럼 회복되지 않은 미쓰비시는 계속 어려움을 겪었고, 지난해 연비 부정이 밝혀지면서 회사 이미지는 나락으로 떨어졌다. 이에 닛산이 미쓰비시 지분 34퍼센트를 손에 쥐면서 숨통이 트일 수 있었다. 그 결과로 만들어진 것이 지금의 3사 연합이다.

미쓰비시는 전성기에 비하면 규모도 많이 작아지고 세계 시장에서 큰 인기를 얻는 모델도 거의 없다. 그럼에도 르노-닛산은 미쓰비시에 적잖은 기대를 하고 있다. 이유는 전기차(EV) 때문이다. 이미 닛산은 리프, 르노는 조(ZOE)라는 인기 모델이 있지만, 미쓰비시는 두 모델이 데뷔하기 전인 2009년부터 경차인 아이(i)의 전기차 버전인 I-MiEV를 양산해 판매한 바 있다. 또한 2013년부터 양산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전기차(PHEV)인 아웃랜더 PHEV를 판매하는 등  전기차 관련 독자 기술과 생산 노하우를 갖고 있다. 따라서 EV가 시장에서 차지하는 몫이 점점 더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미쓰비시의 EV 기술과 정보는 연합 내 다른 구성원에게도 혜택으로 작용할 수 있다.

얼라이언스 2022에서는 3사 연합이 주어진 기간 안에 목표를 이룰 수 있는 방법과 개략 일정도 함께 발표되었다. 3사 연합이 중점 추진하는 영역 중 핵심은 역시 EV 경쟁력 강화다.

계획에 따르면 2022년까지 12개의 새로운 순수 EV를 출시하고, 이를 위해 2020년까지 3사 공통 EV 플랫폼을 만들어 2022년까지 3사가 내놓는 EV 중 70 퍼센트롤 해당 플랫폼을 쓴 것으로 채우겠다고 한다. 배터리 비용은 2016년보다 30 퍼센트 낮추고, 2022년까지 NEDC(유럽 연비 측정 기준) 기준 주행거리 600km를 넘길 수 있도록 새로운 배터리와 모터를 개발해, 15분 충전으로 최대 230km까지 달리도록 만들겠다고 한다. 아울러 미쓰비시가 개발한 PHEV 기술을 중소형 및 중형차를 위한 PHEV 솔루션으로 쓰겠다고도 밝혔다.

이처럼 EV 분야에서 경쟁력을 확보하겠다는 야심이 르노-닛산 연합이 미쓰비시라는 껄끄러운 회사와 손을 잡게 된 이유 중 하나라고 볼 수 있다. 즉 3사 연합을 통해 규모와 범위의 경제를 모두 실현함으로써 좀 더 현실적인 값과 실용성을 겸비한 EV를 만드는 토대를 마련한 것이다.

이처럼 자동차 업계에서의 인수합병이나 자본제휴는 시너지를 기대할 수 있는 구성원이 모여야 한다. 단순한 판매량만으로 자동차 회사를 평가하는 것은 점점 더 의미가 작아지고 있고, 아무리 보잘 것 없는 업체라도 미래지향적 기술은 갖고 있어야 인수나 제휴로 시너지를 기대할 수 있다.

자동차 업계는 그동안 끊임없이 인수합병이 있었지만, 기존 생산 시스템 아래에서 업체간 대규모 인수합병과 연합체 구성은 르노-닛산-미쓰비시가 거의 막차나 다름없다. 연간 1,400만 대 판매라는 조금 비현실적 수치를 제시했지만, 얼라이언스 2022 계획은 그만큼 절박한 위치에 놓인 자동차 업계의 절박한 현실을 대변하는 전략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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